인간 삶과 죽음-쾌락과 금기의 '먹는것'
8개의 소설 속에 남긴 인간의 이야기

매일 접하는 끼니에 대한 안부를 묻는 8인의 소설집 ‘마지막 식사’가 출간됐다.

소설가 이광재, 정도상, 장마리, 황보윤, 차선우, 김소윤, 한지선, 김저운 등의 소설을 묶은 책으로, 밥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일종의 작품집이다.

남도의 풍요로운 산물과 넉넉한 인심, 그리고 따뜻한 인정이 어우러진 ‘마지막 식사’는 어머니의 밥상 같은 작품집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이 상 위에는 생면부지 나그네라도 소매를 붙잡아 음식을 대접하는 남도의 정서가 함께 묻어 있다.

그런 따뜻한 인정과 배려는 신개발로 사라지게 된 마을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무연고자의 무덤에 음식상을 차려주는 마음씀씀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섭식장애에 걸린 소녀의 고통에 대한 연민, 대구탕, 돼지고기 들어간 청국장, 매실장아찌, 브리야니, 멀리 멕시코에서 먹는 김치찌개, 한 가족이 단 한 번도 다 함께 식탁에 앉을 수 없는 현실까지를 음식에 담아 지면으로 불러낸다.

화목하게 둘러앉아 일가족이 먹는 밥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집이다.

먹는 것보다 귀중하고 소중한 것이 있을까.

인간은 먹는 것을 통해 선악을 알게 됐고, 맛을 통해 취향이나 미적 판단을 깨닫게 됐다.

먹는 것의 반대인 금식을 통해선 고통과 이를 통한 자기수양의 단계를 접하게 된다.

이처럼 가장 원초적인 행위인 ‘먹는 것’은 인간에겐 삶과 죽음이고, 쾌락과 금기이며 선과 악 등을 제공하고 있다.

소설은 8개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먹는 것이 곧 달콤한 기억이며, 매일 일어나는 일상적 행위이며, 때론 구원의 손길이며 복수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복잡하고 미묘한 모순덩어리인 삶을 탐구하려면 무엇보다 먹는 인간을 그려야 한다는 게 수록된 소설의 큰 맥락인 셈이다.

하지만 각각 제목이 다르듯, 내용 또한 공통된 주제인 먹는 것을 제외한 곤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사실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을 비롯해 먹는 행위는 인간의 모든 굴곡과 풍파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식사’에 차려진 여덟 편의 소설은 먹는 것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삶은 어떤 맛으로 요약할 수 있는가’ 한 마디로 요약하기 힘든 질문이다.

무심코 때가 되면 먹는 행위에서부터 맛을 찾아 떠나는 맛여행까지 다양한 형태의 먹는 행위가 존재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한참을 걸어봐도 생각이 떠오르지 않듯이 우리의 삼시 세끼는 매번 다르며 매번 같을 수도 있다.

오늘 먹었던 가장 가까운 식사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가.

소설은 오히려 우리에게 끼니에 대한 걱정과 안부를 물으면서 지난 시절 곤궁에서 시달렸던 조상들의 삶에서부터 풍요로운 레시피로 고민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까지도 조용하게 조명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