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없는 대형견 물림 사고 빈번
부산서 기르던 개가 1살아이 죽여
목줄 요구하면 견주와 다툼 생겨
개물림 사건 지난해 1019건 발생
맹견 동반시 목줄-입마개 착용
국회 개정안 발의 현행법 강화
안전장치 없는 반려견 위법행위
일부 견주들 지키지 않아 문제

19일 전주시내 한 도로에서 유기견으로 보이는 진돗개 한마리가 주인과 목줄도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이원철기자
19일 전주시내 한 도로에서 유기견으로 보이는 진돗개 한마리가 주인과 목줄도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이원철기자

목줄 없이 공원이나 거리를 활보하는 반려견으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견주들은 흔히 “우리 개는 안물어요”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주인은 자기 개에게 공격 당해본 적이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경험을 타인에게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자기가 기르는 개가 자신을 안문다고 다른 사람까지 안물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논리도 없다.

심지어 눈앞에서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데도 이런 주장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는 주인에게 충성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주인과 타인에게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본지에서 최근 반려견으로 발생되는 부작용의 사례와 문제점, 대책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개 물림 사고와 주민 다툼 ‘실태’

지난 6월 27일 군산시 조촌동 한 길가에서 대형견 한마리가 어린아이를 물고 도망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개에 물린 A(11)군이 팔에 큰 부상을 입고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지난달 8일 고창군에서는 목줄을 하지 않은 사냥개가 산책을 하던 40대 부부를 습격해 중상을 입혔다.

부부는 살점이 떨어지는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야 했다.

경찰관 부부로 알려진 이들은 고창군 고인돌공원내 제2코스에서 산책 중이던 사냥개 4마리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당시 견주는 자신의 사냥개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고 공원에 풀어두었다가 이들을 공격해 다치게 했고, 경찰은 중과실 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일에는 대구의 한 공원에서도 목줄을 하지 않은 맹견이 지나가던 40대 남성을 할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구성서경찰서는 맹견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행인에게 상처를 입힌 개 주인을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대구 수성구 파동 공원에서 생후 1년 8개월짜리 세퍼드가 입마개를 하지 않은 상태로 산책에 나섰다가 행인의 종아리를 물었다.

경찰은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과실치상 혐의로 견주를 입건했다.

이외에 지난달 14일에는 부산 영도구 골목길에서 B(70)씨가 목줄이 없는 대형견에게 물려 발목과 무릎에 상처를 입었고, 7월 24일에는 충남 홍성에서 목줄 없는 개가 주민 2명을 갑자기 습격해 상처를 입히는 사건도 있었다.

기르던 개가 한살배기 아이까지 죽이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추석연휴에는 한살배기 여자 아기가 아파트 거실에서 기르던 진돗개에 물려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진돗개는 아기 아빠가 결혼 전부터 7년 동안 기르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오후 5시40분경 경기도 시흥시 한 아파트에서 외출을 준비하던 어머니가 딸아이를 안방에서 거실로 데리고 나온 순간 기르던 진돗개가 달려들어 딸의 목을 물었다.

아기는 구급차에 실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 사흘 만인 9일 숨을 거뒀다.

아파트 거실에는 격리 펜스를 설치해 개의 보금자리를 따로 마련했지만 펜스 높이가 60cm가량에 불과해 큰 개가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구조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앞선 지난달 4일에는 충남 태안에서 70대 여성이 목줄이 풀린 진돗개에 물려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견주와 주민 간에 갈등을 넘어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35)씨는 최근 전주시 기린봉 산책을 위해 기린봉 아파트 뒤편 산책로를 찾았다가 목줄을 하지 않은 개 5마리로부터 위협을 받았다.

개들이 이씨를 쫓으면서 짖기 시작하자 견주가 수습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개들이 잠잠해진뒤 이씨가 항의를 하자 견주는 “이 개들은 목줄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개들”이라고 항변해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전주 서신동 옷가게에서 일하는 김모(26·여)씨는 사업장에 들어온 목줄 없는 개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경험이 있다.

김씨는 “일부 손님이 목줄 없이 개를 그냥 풀어놓는데, 다른 손님이 지적을 하면서 마찰이 생기는 일이 있다”며 “개를 무서워하는 편인데 매장에 개들이 오가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되고 두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갈등을 넘어서 견주와 시민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달 8일 전남 무안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울 것을 요구하는 주민을 견주가 밀쳐서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민은 넘어지며 뇌출혈을 일으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 불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 물림 사고방지, 관련법 발의 ‘대책’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 발생 건수는 2011년 245건에서 2012년 560건, 2013년 616건, 2014년 676건, 2015년 1488건, 지난해 1019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도 관련법이 발의되고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맹견 소유자 등이 사육과 관리에 필요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맹견과 외출시 목줄 및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도록 하면서 개에 물려 사람이 사망하면 징역형을 포함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도 맹견이 소유자 없이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시 목줄 및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 처분 규정을 상향조정 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현행 ‘동물보호법’을 ‘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고, 현행법에 맹견에 대한 관리의무를 강화해 어린이 보호시설 및 공공기관의 출입을 제한한 뒤 위반시 처벌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장 현실적인 대안인 개의 입마개 착용과 함께 근본적인 문제해결인 동물 소유자 등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동물의 소유자 등은 타인에게 공포감, 불쾌감, 소음 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교육·훈련 등을 통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반려견을 데리고 공공장소에 나오는 것은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하는 위법 행위다.

동물보호법 제13조2항은 소유주가 등록대상인 동물을 데리고 외출할 때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고 배설물을 즉시 수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 제12조에서는 목줄 길이를 ‘다른 사람에게 위해(危害)나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로 규정해 반려동물이 행인에게 두려움을 주지 못하도록 소유주에게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물론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거나 배설물을 담을 비닐봉투를 소지하고 산책에 나서는 견주들도 많다.

하지만 일부 개주인들은 여전히 귀찮다거나 개가 불편해한다면서 목줄을 채우지 않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자유줘야 한다’는 견주들의 항변

반면, 견주들은 ‘개들에게 잠시나마 자유를 줘야 한다’고 항변한다.

반려견이 평소 갇혀 있어 활동적인 본성을 통제받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동물에게 목줄을 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주시 송천동에서 시베리안허스키를 키우는 박모(31)씨는 반려견과 외출할 때 목줄을 채우지 않는다.

그는 개를 집에 가둬두는 것이 미안해 외출할 때라도 자유를 주고 싶어 목줄을 푼다.

박씨는 “외출을 하면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싶어하는데, 주인 입장에서 미안하다”며, “항상 집에만 있는데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을까라는 생각으로 풀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완주군 생강골 공원에서 목줄 없이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김모(50)씨는 “목줄을 매는 버릇을 들이기가 힘들고 강아지가 목줄 매는 것을 싫어한다”며 “목줄 안해도 주인 옆에 붙어 있어 괜찮다”고 말했다.

일부 동물보호단체와 동물애호가들은 개에 대한 통제보다 사람에 대한 교육이 먼저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개는 괜찮다’는 견주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기본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키우는 개가 함부로 상대를 공격하지 않도록 사회화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고, 개를 보면 쓰다듬거나 만지려는 태도도 바꿀 필요가 있다.

아무리 몸집이 작은 개라도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을 하기도 한다는 것.

미국의 동물전문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베넷은 “태어날 때부터 사나운 개는 없다”며 “잘못된 교육과 방치가 개의 사나운 본성을 깨우는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선진국들 맹견관리 엄격 제한

동물보호법상 맹견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는 한국과 달리 선진국 일부에선 맹견들의 관리와 사육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맹견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도 분명하다.

영국의 경우 수의사, 동물보호단체, 애견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맹견 여부를 판단한다.

단순히 견종으로 맹견 여부를 가리는 게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진단을 통해 개별적 판단을 내린다.

미국과 덴마크는 공격성이 우려되는 견종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맹견을 키울 수 있는 견주의 나이를 제한하는 곳도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16세, 호주는 18세부터 맹견을 키울 수 있다.

싱가포르나 미국 일부 주에선 맹견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소유주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10만달러 수준의 책임보험을 의무가입하게 한다.

/유범수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