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풍년에도 1인 소비량↓
기상이변에 생산량 감소 전망
가격 15% 올라도 원가 못미쳐
농민 1kg당 3,000원 보장 요구

밀가루北 가공 분야 적고 비싸
도내 쌀 보관료 연 200억 육박
가공장비 부족해 타시도 위탁
동결건조기 설치 지원등 시급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원 등이 10일 농민 결의대회를 열기 위해 세종로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며 쌀값 1kg당 3천원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원 등이 10일 농민 결의대회를 열기 위해 세종로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며 쌀값 1kg당 3천원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풍년이 이어지고 있지만 농심은 흉흉해지고 있다.

해마다 쌀 소비량이 줄면서 초과 생산된 쌀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농민과 정부 사이의 힘겨루기가 올해도 재현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수매하는 공공비축미와 시장에서 격리 조치하는 ‘시장격리곡’ 등이 있지만 역부족이다.

또 혈세를 이용해 보관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마다 반복되는 ‘쌀’ 문제를 들여다보고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끝나지 않는 ‘쌀값’ 줄다리기

지난해 벼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2.58% 감소했으나 생산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

4년 연속 풍년을 기록했지만 해마다 줄어드는 소비로 인해 쌀값은 폭락을 거듭했다.

지난해에는 우선지급금을 환수해야 하는 사태까지 불거져 농심이 두 번 울리고 말았다.

아직까지도 우선지급금 환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정부와 농민들의 분쟁에 뇌관으로 남았다.

다행이란 표현이 어울리진 않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쌀값 폭락에 대한 우려는 줄었다.

올해 쌀 생산량은 전년도 419만7천톤에서 5.8% 감소한 395만5천톤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 이후 처음으로 400만톤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다.

쌀 재배면적이 전년도 12만1천26㏊에서 2.2% 줄어든 11만8천340㏊로 조사됐고 10a 당 생산량도 지난해 568㎏에서 548㎏으로 3.5% 낮아져 전체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이양기 가뭄과 유수형성기 및 출수기에 잦은 강수 등 기상여건의 영향으로 낟알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2년 만에 쌀값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지난 15일 현재 산지 쌀값이 80㎏ 당 15만984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정도 올랐다.

올해 7월부터 꾸준히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수확기 쌀값 안정 대책을 예년보다 빨리 내놓으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정부는 공공비축미 45만톤과 시장격리곡 37만톤 등 모두 72만톤을 매입한다고 확정 발표했다.

지난해 정부 매입량보다 3만톤이 많은데다 시장격리물량은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가 예상하는 우리나라 연간 적정 수요량 375만톤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47만톤이 부족한 상황에 놓여 쌀값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쌀값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농민단체들은 제시한 1㎏ 당 1천875원은 20년 전 쌀값으로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소 1㎏에 3천원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내 쌀 보관료 연 200억원에 육박

정부가 사들이는 쌀의 처리도 문제다.

현재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쌀 재고물량은 국산 130만톤, 수입산 40만톤 등 170만톤이 넘는다.

또 민간 재고까지 고려하면 거의 200만톤에 달한다.

정부가 쌀 보관료에만 6천억원을 쓰고 있는 것이다.

도내에도 정부비축미가 38만5천톤 쌓여있다.

올해 보관료로 쓰인 돈은 8월말 현재 107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에 거의 200억원을 쌀 보관료로 쓰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도내 창고에 쌓여있는 쌀에는 시장격리곡 4만톤과 애프터(APTTERR)미곡 2만5천여톤이 포함되어 있다.

시장격리곡은 말 그대로 쌀값 안정을 위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것으로 3년 정도가 지난 뒤 사료용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애프터미곡은 ASEN Plus Three Emergency Rice Reserve의 약자로 아세안국 등이 사전에 약정한 쌀을 비축한 뒤 비상시 약정물량을 판매하거나 장기차관, 무상 지원하는 국제 공공비축양이다.

올해 김제에서 보관하고 있는 물량 750톤을 캄보디아와 미안마에 원조할 뿐 나머지 도내에 남은 2만4천여톤은 아직 계획이 없다.

또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공비축미의 경우도 정부방침상 쌀 가공식품용이나 군부대, 복지목적으로만 사용할 뿐 마냥 쌓여 있는 셈이다.

올해 도내의 공공비축미는 추가로 6만4천톤이 쌓여 보관료가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쌀 소비 촉진’ 방안 현장서 찾아야

쌀 수급 문제는 생산량이 줄어드는 소비량보다 많다는데 있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생산을 조절하기 위해 생산조정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식량안보차원에서 마냥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닌데다 정부계획대로 재배면적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비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해보다 3㎏이상 줄어 60㎏선이 무너질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쌀 가공식품 산업 활성화를 통해 소비를 늘리려고 하고 있지만 이도 뚜렷하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가공식품 분야가 많지 않은데다 원료인 쌀이 경쟁상품인 밀가루에 비해 가격이 높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한계가 뚜렷한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 시작을 개척하기에는 ‘가격’이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또 단일 품종으로 진행되는 정부의 수매도 쌀 가공식품 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공용 쌀이 멥쌀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가공식품 분야가 한정되고 있다는 것.

특히 일본에서 수요가 많은 찹쌀떡 등의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가공식품 분야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도내에서 쌀 가공식품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주식회사 대두식품 조성용 대표이사는 “쌀가루로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다면 많은 돈을 들여 보관하고 있는 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그러나 현재 일부 쌀 가공용으로 풀리고 있는 공공비축미 대부분을 멥쌀 위주로 운영하고 있어 시장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밀가루는 매년 소비가 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쌀가루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시장 확대가 요원한 상황이다.

정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비축미 보관료 등 쌀 관련 예산을 소비 촉진에 활용하는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쌀 가공업자가 아닌 최종 소비자의 구입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가공식품 가격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원료인 쌀 가격이 높아 수입 등으로 가격이 낮은 밀가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 확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밀가루보다 쌀로 막걸리를 만들거나 빵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가격문제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쌀 보관과 유통에 사용하고 있는 예산을 쌀 가공식품 최종 소비자에게 장려금으로 지원해 밀가루 대신 쌀을 원료로 하는 제품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농도인 전북도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쌀 가공식품 분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도내 즉석식품 중소업체들이 쌀 가공에 필요한 장비인 동결건조기가 충분하지 않아 경기도나 경상도, 충청도 등에 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에도 동결건조기가 있지만 노후설비인데다 용량이 적어 업체들이 이용하기에는 경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도내에서 컵죽 등을 생산하고 있는 주식회사 푸르름 정상옥 대표는 “전남지역의 한 업체는 쌀을 건조 가공한 제품을 납품해 5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등 지역농산물 판로개척과 인력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전북도 이런 사례를 활용해 지역농산물 판매와 지역경제활성화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쌀 가공업체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동결건조기의 설치비용은 1톤 기준 7억여원 소요되지만 효과는 클 것”이라며 “이런 노력을 기울인다면 생산비가 절감돼 국제시장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최홍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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