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부터 소리문화전당
시가의 상징-은유로 정읍사
예술적 완성 오페라 '재탄생'
조장남 감독-이일구 지휘

대한민국 창작오페라의 산실인 호남오페라단이 창립 31주년을 맞아 10번째 창작오페라 ‘달하, 비취시오라’를 선보인다.

11월 3일과 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그리고 8일 정읍사 예술회관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작품은 최근 운영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정상적 활로를 되찾기 위한 호남오페라단의 뜻깊은 시도다.

이번 작품은 가사 ‘정읍사’를 토대로 한다.

‘정읍사’는 기록으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시가로 서정성에 있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오페라 ‘달하, 비취오시라’는 문학의 차원에서 머물러 있는 ‘정읍사’를 총체적 예술의 집대성인 오페라를 통해 예술적 완성의 넓이와 깊이를 심화하게 된다.

또 국내에만 알려져 있는 가사 ‘정읍사’를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작품은 짧은 시가 속에 농축된 상징과 은유를 대본가와 작곡가의 상상력을 통해 예술성 높은 대형 공연물로 재탄생한다.

이후 11월 전주 초연과 정읍시 재공연이 마련됐고, 2019년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가사 ‘정읍사’는 매우 간단한 노랫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어왔고, 아직도 그 연구는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남편을 염려하며 기다리는 여인의 노래이다.

이번 오페라는 기본적으로 이런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되 기다림이란 주제를 단순하게 표출하지 않고 그 깊이를 더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다림의 정한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시대적, 상황적 안배를 고민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시대와 상황을 초월한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의 판단이다.

때문에 2시간 10분의 러닝 타임 동안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돌로 변한 기다림의 표현을 극적으로 나타낼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조장남 호남오페라단장이 예술총감독을 맡았고, 작곡엔 지성호, 대본 김정수, 지휘 이일구, 연출 김지영, 안무 김수현 등이 참여했다.

또 오케스트라는 전주시립교향악단, 합창은 전주시립합창단, 무용은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이 협연해 도내 예술단체의 폭넓은 참여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장남 예술총감독은 “이번 작품은 민중 안에서 즐겨 불러진 노래로 당대 민중의 정한과 감성을 반영하고 있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정한과 그들이 부르는 음악 속에서 한국적 감성이 숨쉬고 있다”며 “31년 호남오페라단 역사상 가장 심혈을 기울인 만큼 기존 작품 루갈다와 함께 우리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지성호 작곡가는 “청중과 소통하지 않은 채 곡만 만드는 작곡가의 고집에서 벗어나 감정적 소통에 중점을 뒀다.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아리아가 뇌리에 각인이 될 것이다”며 “기다림의 표현을 서양형식에서 벗어나 우리 고유의 정서가 잘 우러나도록 만들었다.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두 시간 동안 극적 밀도감을 통해 진행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는 기회란 말이 있듯이 호남오페라단이 지난 어려움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첫 작품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호남오페라단을 걱정해준 분들에게 오페라단의 건재함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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