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회의장 김명지  

즐겨보는 방송 중 다문화가정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고부열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러브인 아시아>나 <아빠 찾아 삼만리> 등 비슷한 방송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고부열전>은 전혀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통해 다문화 가정의 속내를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양상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국제결혼의 가정 내에는 문화·인식·생활 방식 등의 벽이 존재하고 특히 언어의 불통으로 인해 더욱 곬이 깊어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가정이 증가하고 또 우리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비록 서로가 자라온 환경이나 습성은 다르더라도, 본질적으로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가정의 뿌리를 내려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다문화가족 인구가 급증하면서 70만 명이 이르렀고, 2050년에는 210만 명을 넘으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전주시 또한, 2천여 명의 다문화 가족이 함께하며 지역주민으로서 당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구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시대는 이처럼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인식이나 정책은 그에 발맞춰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외국근로자들은 저렴한 임금에 근로복지 없이 노동착취를 당하고, 다문화 아이들은 따돌림 등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외국인 여성들은 가정 내의 소외와 가정폭력 등 다양한 어려움에 노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영화에서 국내 조선족을 폭력의 축으로 묘사한 것을 두고 조선족은 물론 다문화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 아닌가 논쟁이 분분한 바 있다.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이러한 이민자에 대한 갈등 뿐 아니다.

우리 사회는 날로 세분화·복잡화되어가고 있는 반면 상대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인정하지 않는 외곬수적인 갈등이 팽배하다.

여혐, 한남, 일베, 메갈 등 남녀, 정치적 당파를 가르고 금수저, 흙수저 계급을 나누면서, 화려한 겉과는 달리 내실로는 더더욱 잘게 쪼개지고 있는 형국이다.

속으로 곪아가고 있을진대, 남북관계며 국제관계를 아름답게 협력하여 가는 일은 더욱 어려울 뿐이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이해할 수는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서로의 다름에 대하여 일일이 분석하고 비난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배려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갈등보다는 화합이, 싸움보다는 웃음이 더욱 많으리라는 생각이다.

 다문화시대는 곧 다양성의 시대다.

또한 미래로 나아가는 큰 변화의 한 부분이다.

인류라는 패러다임 측면에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서로를 사랑하려는 노력을 할 때, 우리 사회는 새로운 한걸음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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