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역사서를 뒤적이며 필자가 그간 연구한 바에 의하면 사회형태는 권력주의사회와 자유주의사회라는 형태로 구별된다.

현대의 사회질서원리는 자유주의(自由主義)이고 현대 이전은 권력주의(權力主義)이다.

과거 권력주의 사회질서에서는 권력집단이 민중의 생명과 정신을 지배하였고, 사회질서를 규정한 법률은 강자가 약한 자에게 내리는 명령이었고 그 배후에 형벌의 제재가 있었다.

심지어 권력집단은 자신의 명령권은 신으로부터 받은 것이라 해 민중에게 병역의무, 납세의무, 복종의무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

그러나 민중은 혁명을 일으켜 의무만을 강요 받는 일방관계를 버리고 권력집단이 민중의 삶을 책임지도록 하는 쌍방관계를 쟁취하였고, 이후 권력주의 사회질서는 자유주의 사회질서에 굴복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출현한 도시국가에서 법률은 민중 위에 군림하는 정부명령이 아니었고 정부자체가 법률에 복종해 있어서 법률은 국가의 생명줄인 가운데 자유시민 모두가 자발적으로 법률을 지지했다.

이때의 시민들은 자신 위에 아무런 상전도 두지 않았으며 시민들은 자기들을 지배하였고 단지 옛날부터 내려온 생활원칙과 규칙들에만 복종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어오며 현대의 사회질서원리로 정립된 자유주의는 억압된 인간성을 해방시키려 하였다.

또한 억압 통치 아래 신음하는 시민들과 과도한 세금 때문에 상처받는 기업들을 해방시켜주었다.

자유주의는 시민들의 수족을 얽어 멘 수갑을 벗겨 내며 삶의 장해를 모조리 지워버리고자 하였다.

결국 자유주의는 사회가 정한 법률 아래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기초로 하여 사회가 안전하게 세워질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자리 잡게 됐다.

한편, 과거 권력주의 시대에서조차 춘향전의 이몽룡과 어사 박문수처럼 민중을 핍박하는 불의를 타파하고 원래의 평화와 질서를 되찾아주는 의인들이 있었다.

이러한 의인들이 그리운 오늘날 자유주의 사회질서가 시민들의 삶을 지켜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현실은 돈 없고 힘없는 시민들의 삶에는 지랄 같은 세상살이가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시민의 삶에서 돈 없고 힘없으면 적막강산이고 돈과 힘이 있으면 금수강산인 것이다.

최근에도 부유층의 소득과 극빈층간의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어 있음은 옛날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어서 누구라도 식생활에서는 금수강산 길 근처에 있다.

그렇지만 사회약자들은 사회적으로나 인간적인 처우에서는 금수강산에서 멀어져 있다.

시민 각자가 자신의 삶을 지켜나갈 수 있는 자유주의 사회질서 체제로 변화되어 있는 시대임에도 에스컬레이터에 먼저 오른 사람이 에스컬레이터를 조정하며 뒤늦게 올라오는 사람을 괴롭히듯 권위와 이기심에 빠져 사회약자들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여 타인이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거나 자신의 지위는 고상하게 취득한 것이고 인고의 세월을 겪어 온 타인의 지위 확보과정은 비루한 것으로 보거나 자신의 비위에 맞지 않는다 하여 타인을 핍박하는 심술쟁이들이 아직도 많다.

사회는 자기 이익만을 아는 소수 개인들의 집합이 아니라 상호작용성과 상호의존성을 지닌 살아 있는 부분들로 이루어진 유기체임을 알아야 한다.

특히 각 단위조직의 정치는 개인과 조직사회의 소망을 성취하기 위한 사회조직의 도구이다.

각 단위 조직에서 정치력을 지닌 분들은 어사 박문수처럼 의협심을 발휘하여 자유주의 사회질서에서조차 힘이 없어 핍박 받고 있는 시민의 삶을 지켜주는데 힘을 기울여주시기 바란다.

이렇게 하여 현대의 자유주의 사회질서에서는 돈 없고 힘없는 시민에게도 지랄 같은 세상이 없어져 버리고 시민 각자가 자신의 사람다움을 세우고 삶을 스스로 지켜내는 금수강산의 세상이 도래하길 바란다.

/최석규 전북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