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견인차량에 치여 응급실
수술조치 할 의사 없이 시간흘러
두살배기 아이 3차례 심정지와
7시간동안 수혈 반복 끝내 숨져

전공의 허위당직표-폭행사건
환자 몸속에 칼날 모른채 봉합
정부 신규모집 2년간 중단-인턴
정원 감축-병원장 과태료 부과

지난해 후진하던 견인차에 치여 중상을 입은 ‘두살배기’ 사망사고로 전북대병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세간을 뜨겁게 달군 ‘두살배기 사망사고’는 아이가 처음 이송된 전북대병원 응급센터 의료진의 안이한 대응으로 권역응급센터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가져왔다.

의료진의 ‘일탈’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형외과의 한 전공의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초까지 병원에서 폭행과 금품갈취, 폭언 등을 당한 사건을 두고 보건복지부는 해당과에 2년간 레지던트 모집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같은 기간 인턴 정원 44명을 5% 감축하는 제재 조치도 내려졌으며 전북대병원장에게는 관리책임을 물어 100만원의 과태료까지 부과했다.

이들 두 사례는 대학병원 시스템 전반의 개선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손꼽힌다.

특히 도내 최대 종합병원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신뢰도 추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민들 사이에서는 큰 병이 생기면 전북을 떠나 수도권의 병원을 찾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툭하면 불거지는 대학병원의 문제점을 해결할 근본적 치유대책이 필요하다.

전북대병원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두살배기 중증외상환자 ‘골든타임’ 놓쳐  

지난해 9월 30일 오후 5시 4분께.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의 한 건널목에서 견인차량에 의한 사고가 발생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외할머니와 손녀(누나), 두살배기 손자(故 김민건 군) 등 일가족 3명이 후진하던 견인차량에 치여 전북대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중상을 당한 두살배기 아이는 전북대병원에서 7시간 동안 고통을 감내하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고발생 11시간 만에 끝내 숨지고 말았다.

당시 취재기자가 장례식장에서 유족을 만나 들었던 진술에 따르면 골반골절과 함께 왼쪽 다리 아래쪽이 으깨져 온 몸에 피범벅이 된 두살배기 아이는 우왕좌왕하던 의료진들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외할머니도 다리가 으깨져 두 명 모두 신속히 지혈이 이루어져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바로 수술조치를 할 의사가 없다. 담당의사가 학회에 갔다’며 알아보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는 것.

뒤이어 ‘도내에는 수술할 곳이 없다. 전주시내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수술을 못한다.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군은 의식을 잃어 기도삽입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했다.

의식을 차린 듯 했으나 상태는 다시 악화됐고 응급실에서는 혈압이 너무 낮아 수혈을 해야겠다며 다시 수혈과 기혈호흡을 했으나 뚜렷한 차도를 보이지 못한 채 7시간이 흘렀다.

유족들은 김군이 물을 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까지 외면했다고 울부짖었다.

김군이 또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지자 다시 심폐소생술과 수혈, 기혈호흡을 되풀이 했다.

유가족 측은 우왕좌왕 하던 중에 응급실 정형외과 의사가 다른 병원을 알아봤다며 수원 아주대병원에 연락을 취해 헬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밤 9시까지 고통 속에서 헤매던 김군은 자정을 넘긴 밤 12시 10분을 넘어 뒤늦게 아주대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으로 실려간 김군은 수술도중 또 한번의 심정지 상태에 빠지는 등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오게 됐다.

손자는 결국 3차례의 심정지라는 위급한 상황을 뒤로하고 하루가 지나버린 지난 1일 새벽 4시 43분 숨지고 말았다.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실려간 지 11시간이 지난 뒤였다.

김군의 외할머니 김씨도 사고로 다리가 으깨져 잘라내야 할 상황까지 왔다.

밤 11시 수술이 시작됐고 결국 김군의 외할머니 김씨마저도 숨지고 말았다.

당시 유족들은 병원 측에서 처음부터 김씨의 상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들은 긴박했던 순간에 신속한 응급처치가 이루어져야 할 응급센터에서 중상 환자를 두고도 ‘수술할 의사가 없으니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한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 펼쳐졌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4일 열린 전북대병원 국정감사장에서도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지적됐다.

이날 손 의원은 “지난해 9월 30일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온 두 살 김모 군이 병원응급센터의 미숙한 조치로 생명을 잃고 할머니까지 세상을 떠났다”며 “당시 김 군의 상태는 골반골절로 미세접합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수술을 할 수 있는 당직 전공의가 없었다”고 질타했다.

손 의원은 또 “사고 당일 응급실 인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진이 타지역 학회로 갔고 술에 취한 채 집도의가 할머니의 수술을 진행했다”는 익명의 전북대병원 관계자의 인터뷰를 공개하기도 했다.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전북대병원의 안일한 대응자세가 가장 여실하게 드러나는 사건이었다.


▲전공의 폭행사건·환자 몸 속에 수술칼날  

지난 24일 전북대병원에는 또 한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가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신규모집을 2년간 중단하고 인턴 정원을 감축하는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는 올 초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전공의 폭행 사건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공의 허위 당직표 작성이 드러나고 폭행사건으로 수사 중인 전북대병원에 대해 2018년과 2019년 정형외과 레지던트 모집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기간 인턴 정원 44명을 5% 감축하는 제재도 내렸으며 강명재 병원장에게 관리책임을 물어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 6월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1년차 A전공의는 2016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병원에서 폭행과 금품갈취, 폭언 등을 당했다며 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어 복지부가 두 차례 현지조사를 한 결과 폭행 외에 수련환경평가 제출자료를 허위로 작성하고 입사 전 근무와 상급연차 전공의가 당직명령을 내린 사실도 드러났다.

전북대병원에서 발생한 사고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당시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환자 A(63)씨의 척추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1㎝가량 부러진 수술용 칼날을 A씨의 몸 속에 들어있는 것을 까맣게 모른 채 봉합한 것이다.

당시 의료진은 칼날이 부러진 것을 알고 찾았지만 30분 가까이 시간이 흐르자 봉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컴퓨터단층촬영을 통해 A씨의 몸 속 부러진 칼날의 존재를 확인한 의료진은 복강경수술을 통해 제거했다.

A씨로서는 불과 열흘 만에 오르지 않아도 될 수술대에 또다시 오른 셈이다.

전북대병원에서는 지난해 7월 2일에도 10세 여아를 서울 대형병원에 헬기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병원 측이 준비한 산소통의 산소가 떨어지고 헬기에도 산소가 충분치 않아 여아가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열린 전북대병원 국정감사에서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두살배기 사망사고와 지난 2월에는 수술용 칼날이 환자 몸에서 그대로 나오는 등 병원의 의료사고들에 대한 징계가 너무 가벼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진료 개선… 도덕성도 되돌아봐야  

전북대병원의 응급실 진료개선 문제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다.

지난 2015년 전북대병원은 중증 환자 대기 시간이 가장 길고 병상 포화 수준도 전국 3번째라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의원의 진단을 받았다.

전북대학교병원 응급실의료센터에서 중증 응급환자가 대기하는 시간이 전국 대학병원 중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전북대병원의 병상 포화 수준은 전국 3번째 인 것으로 조사되는 등 진료 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광주 서구갑)의원은 수술·입원 등의 조치가 지연돼 중증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대기해야 하는 시간인 중증응급환자 재실시간은 전북대학교병원이 17.2시간으로 전국 10개 대학병원 가운데 가장 길었던 것으로 지적했다.

전북대 병원의 응급실 과밀화 포화지수 또한 전국 대학병원 중 3번째로 병상포화도가 높았다.

응급실 과밀화 지수는 병상포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100% 이상인 경우 신규 응급실 방문환자가 병상에서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또 국립대병원 응급의료센터의 진료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대병원 응급의료센터의 시설과 인력, 장비, 진료 기능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 서울대병원 다음으로 전북대병원, 충북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은 2012년보다 2014년 평가 등급이 더욱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북대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지난 2012년 진료 환경 평가에서 ‘하위’를 받았는데도 지난해 평가에서는 응급의료기관 법적 기준 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등 전북지역권역의료센터라는 명칭을 무색하게 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4년에는 ‘선택진료비 배불리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공공성을 중시해야 하는 국립대병원이 진료비를 통해 수익창출을 시도한 분야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당시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 전북대학교병원이 받지도 않은 선택 진료비용을 환자들에게 부담시킨 것은 물론 수십억 원의 연구비를 사용하고도 정산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당시를 기준으로 이후 3년 동안 부적절하게 집행돼 당사자들로부터 회수해야 하는 돈이 무려 100억 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전북대병원은 선택진료비 문제에 이어 임의비급여진료비 과다청구 문제도 국립대병원의 목적을 벗어난 행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큰 병 생기면 전북 떠나는 도민들 

전북대병원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도 하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민들이 큰 병에 걸렸을 때 서울에 있는 병원부터 알아보는 모습을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최근 대장암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유모(62)씨 아들은 “아버지가 아파 처음에 전북대병원을 찾았으나 ‘이상이 없다’는 진단받은 뒤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대장암을 발견했다”며 “전북대병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에 사는 문모(41)씨는 딸 아이 눈 치료를 위해 매주 서울로 병원을 다닌다.

문씨는 “주위에서 ‘치료를 잘 하려면 서울 병원으로 다녀야 한다’는 조언를 듣고 어렵지만 서울로 다니며 치료중”이라고 말했다.

중증외상 치료를 받기 위해 응급센터로 실려온 ‘두살배기’ 아이를 대하는 전북대병원 의료진의 안이한 태도는 도내 대표 종합병원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킨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이 같은 도내 대표 의료기관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도 하락은 오랜 시간 이 같은 사건들이 누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정당 관계자들의 독무대가 되어버린 감사 체계도 전북대병원의 개선점 가운데 하나다.

감사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병원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북대병원이 타 지역으로 환자 유출 등에 대한 볼멘소리를 쏟아내기 전에 도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전북대병원은 그 동안 의료사고나 병원의 문제점 개선에 소홀하고 병원의 전면적 시스템 개선을 등한시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이를 감추고 수습하기에만 바빴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이 도내 대표 의료기관으로서 명성을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전면적인 시스템 개편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신우·유범수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