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9일 정권 규탄 집회
이후 매주 토요일 도민 충경로서
집회후 쓰레기 청소-경찰 격려등
수준높은 시민의식 보여 '눈길'

김승수시장 기초단체장중 유일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참석해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 지켜내"
풍남동-중앙동 상가 매출 올라

1년 전, 10월 28일 전주 풍남문 광장은 시민들이 태운 촛불로 열기로 가득했다.

 지난해 가을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측근인 최순실 과의 국정논단이 알려지면서 전국으로 번진 촛불은 전북에서도 그 빛을 발했다.

정말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다던 도민들은 올해 3월까지 전북에서는 17번이나 모여 촛불을 불태웠다.

이 기간 15만 여 도민이 광장을 메운 사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와 정권 교체가 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였기에 더욱 빛이 났던 지난 촛불집회는 성숙된 평화시위문화와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었던 시위가 남녀노소, 가족이 참여하는 범 도민 문화행사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지역민들의 눈이 두려워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기존 시위 현장과 달리 이 기간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얼굴을 드러낸 단체장도 있었다.

촛불집회가 전북에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평화시위와 범 도민문화행사로 자리 잡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며 촛불이 켜지자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며 당시 여당 한 의원이 코웃음 쳤다.

그럼에도 전북도민들과 한겨울 눈바람도 아랑곳 않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횃불로 만들고, 들불처럼 이를 번지게 했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과 광화문 등지에서 시민 2만 여명이 모여 박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열렸을 당시, 전주에서는 풍남문 과장에 불과 400여명만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도내에서도 시민단체들부터 시작해 각 대학교 학생과 교수들이 잇따라 시국선언에 나서며 현 정권을 규탄했다.

이를 도화선으로 도민들은 한 손엔 촛불을 든 채 거리에 나서 ‘전북도민총궐기’라는 평화적이고 역사적인 촛불 집회를 이뤄냈다.

무려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주말마다 집회는 꾸준히 이어졌다.

수능시험이 끝난 시점과 맞물려 2차 촛불집회부터 학생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1만 명의 도민이 전주시 충경로 사거리에 나와 촛불을 밝히며 이후 집회규모는 더욱 커져만 갔다.

많은 인파가 모인 만큼 혼란스러울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집회가 끝난 자리는 시민이 직접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과 함께 교통 통제를 하는 경찰에게도 ‘수고했다’며 덕담을 주고받는 광경이 연출돼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식을 줄 알았던 촛불 열기는 반대로 활활 타올랐다.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외침에도 끝내 자리를 지키려는 박 대통령에 도민들은 보여주기라도 하듯 지난해 12월 4차 집회에는 전주시에서만 무려 1만 8천여 명이 운집했다.

또한, 도내에서만 총 2만 5천명의 도민이 각 지역에서 촛불을 들고 모여 전북지역 역대 최대규모로 기록됐다.

도민들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며 밝혔던 작은 촛불은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 냈다.

이후부터 17차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최순실과 재벌총수 등 관련인물들이 연이어 구속됐다.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외치며 작은 촛불을 든 국민은 연달아 이들을 법의 심판대 앞에 세웠다.

▲ 김승수 전주시장의 남달랐던 행보

대선주자를 제외한 기초단체장으로 유일하게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전주시민과 함께한 촛불을 들었던 김승수 전주시장.

그의 남다른 행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이 결정된 이후에도 오래도록 많은 이들로부터 화자 됐다.

김 시장이 촛불집회 현장에 모습을 보인 날은 지난해 11월 5일.

열린 전북도민총궐기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올 3월 4일까지 총 16차례나 참여했다.

그는 이 기간 전주시민들과 함께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 대통령의 퇴진에 목소리를 높였다.

또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날에도 전주 객사 앞에서 150여 명의 시민들과 촛불을 켜고 “우리모두의 승리”라며 함께 기뻐했다.

김 시장은 추운 날씨와 들뜬 성탄 분위기로 달아올랐던 12월 24일과 2016년 마지막 날인 31일에도 집회현장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염원하는 촛불집회 현장을 전주시민들과 함께 지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지난 3월 10일에는  “우리 시민과 국민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눈, 비가 내리는 혹한 속에서도 거리로 나와 꽁꽁 언 손으로 촛불을 밝히며 민주주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지켜주신 시민 여러분에게 감사 드린다”는 그간의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 상인들에게도 오랜만에 활기 선사.

풍남동과 중앙동, 경원동 등은 오랜만에 촛불집회로 인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매주 토요일 저녁 촛불집회가 마무리 되면,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모여 삼삼오오 언 몸을 녹이며 늦은 식사와 술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변 상인들은 ‘촛불 특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통닭집과 호프집 상인들은 “평일 저녁에는 손님들이 있지만 주말의 경우에는 거의 빈자리가 많았는데, 촛불집회 이후에는 성수기 못지않게 손님들이 찾는다”면서 즐거워했다.

인근에 있는 식당의 업주들도 촛불집회가 시작될 무렵이면, 일찌감치 나온 손님들이 식사를 하느라 주말이며 사람이 넘쳐나 평일보다 주말을 더 기대하곤 했을 정도였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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