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전북도민의 날을 맞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전북 자존의 시대’ 선포식을 가졌다.

송하진 도지사는 2017년 벽두에 ‘전라북도 독자권역 설정’과 ‘전북의 제몫 찾기’를 주창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성공 개최에 이어 2023년 새만금잼버리 유치를 계기로 ‘전북 자존의 시대’의 선언을 가져 왔다.

다가오는 2018년은 전라도 천 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그리고 전북과 전남이 나뉜 지 122년째가 된다.

역사적으로 전북은 전라감영의 정치적 역할과 호남평야의 드넓은 농토를 기반으로 경제적 풍요가 함께 했다.

이러한 저력으로 우리 도는 판소리, 완판본, 서예 등 독창적인 문화예술을 꽃피워 왔다.

그러나 광복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면서부터 상실감이 컸다.


- 국악이야말로 전북도민의 최고 자랑거리 -

‘전북 자존의 시대’에 우리 국악이야말로 전북도민의 최고 자랑거리이자 전북 자존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특히, 판소리는 전라북도에서 동편제로 전성기를 꽃피웠다.

조선후기 영조 때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활동한 판소리 명창들의 삶과 예술세계 등을 소개한 정노식(鄭魯湜)의 『조선창극사』(1940, 조선일보사)의 기록에 보면, 총90명의 명창 중에서 전라북도 출신 명창이 40명(44%)에 이른다.

전라북도는 19세기 판소리 명창의 등용문이었던 전주대사습(全州大私習)놀이가 전승되었던 곳이다.

전주대사습놀이는 1975년 전국대회로 복원되어 오늘에 이르고, 이에 더해 2001년부터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다.


- 전국 유일의 국악교육과 공연·연구기능 수행 -

전라북도립국악원은 산업화로 단절되고 유실되어 가는 민속예술을 보존육성하고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1986년 개원했다.

이후 전국 유일의 국악교육과 공연·연구 기능의 종합 체계를 구축하여 왔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유일하며 타시도의 선진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도립국악원은 우리 국악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를 위해 명인 명창급 25명의 교수진이 주야로 13개 과목에 25개 반을 운영하며 실기예능 연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국악교육 프로그램이다.

1986년 개원 당시 350명의 연수생으로 시작한 국악연수는 매년 증가하여 왔고, 현재 진행 중인 제66기(6개월 단위) 연수생은 1,628명에 이른다.

지난 31년 동안 도립국악원이 배출한 연수생은 총7만5,259명에 이른다.

전주시민의 약11.6%, 도민의 약 4.1%에 해당하는 숫자다.

전북에는 수많은 소리명창이 배출되었고 소리를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귀명창들이 즐비하게 된 이유다.

도립국악원은 또 관현악단, 창극단, 무용단 등 예술3단을 운영하면서 매년 정기공연, 상설공연, 시군지원공연 등 지난 29년 동안 총2,111회를 실시해 도민의 수준 높은 문화충족 욕구에 부응해 왔다.

그리고 전북의 민속예술 발굴과 공연작품개발 및 자료 분석을 통해 전북의 국악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옴으로써 개원 이후 지난 31년 동안 전북 국악의 산실과 민속악 종가로서의 역할을 다해 왔다.


- 옥에 티라면 시설은 아쉽게도 경륜만큼이나 노후화 -

하지만 시설은 연수생이 매년 증가하면서 매우 비좁을 뿐만 아니라 30년 경과로 연수교육환경과 예술3단의 공연연습에 애로가 많은 형편이다.

덕진동에 위치한 본원건물은 이미 30년이 넘어 노후화 되었고, 뒤편에 위치한 27년 된 조립식 건물 또한 낡아 있다.

본원은 연수공간뿐만 아니라 주차장 그리고 악기전시실 등이 비좁다.

예술3단은 개원 이후 구 전북대병원건물, 본원의 조립식 건물,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구 잠업시험장)를 거쳐 현재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지하에 거주하며 내 집 아닌 내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 지나온 30년을 거울삼아 앞으로 30년 설계 -

도립국악원은 지나온 30년 동안 예향의 고장답게 국악으로 전북도민의 자존감을 높였다면, 이제는 지나온 30년의 명성을 거울삼아 다가올 30년을 새롭게 설계하여 더욱 세련된 국악으로 ‘전북 자존의 시대’를 가일층 드높일 시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도립국악원은 수준 높은 국악교육과 예술단의 안정적이고 질 높은 공연을 위해 전용극장을 겸비한 ‘국악의 전당’ 건립과 국악연구와 전통음악에 대한 기록, 정리, 견학, 체험 등의 역할을 수행할 ‘국악박물관’ 건립 등 중장기 종합계획(Master Plan) 수립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시설들이 한 곳에 배치되어 전북의 소리문화예술타운을 조성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전북 자존의 시대’에 우리 음악인 국악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 믿는다.

/신동원 도립국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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