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추구하는 것 등 건축물로 드러나
휴먼 스케일에 맞춰진 오래된 도시 표현

골목부터 아파트까지, 잠수교부터 센트럴 파크까지 도시를 읽는다.

도시를 단순한 공간이나 건축물들을 모아 놓는 곳으로 보지 않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정치, 경제, 문화, 역사, 과학을 읽어 내고, 도시와 인간의 삶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공진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책이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도시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도시는 단순히 건축물이나 공간들을 모아 놓은 곳이 아니다.

도시는 인간의 삶이 반영되기 때문에 인간이 추구하는 것과 욕망이 드러난다.

이 책은 자신들이 만든 도시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과연 더 행복해지는지 아니면 피폐해지고 있는지 도시의 답변을 들려준다.

책은 여러 다양한 예를 통해 도시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걷고 싶은 거리, 뜨는 거리엔 어떤 법칙이 있을까.

고층 건물들만 들어서 있는 테헤란로는 산책하는 사람이나 데이트하는 연인이 드문데, 가로수길, 명동 거리, 홍대 앞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구불구불한 강북의 골목길은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일단 테헤란로를 보자.

사무실이 빼곡히 들어찬 고층 건물들만 보인다.

그곳이 직장이거나 특별한 볼일이 있지 않는 한 갈 일이 없다.

구경할 것도 살 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명동이나 홍대 거리를 보자.

일단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해 구경거리가 많다.

다니다가 배가 고프면 간단하게 먹을 만한 곳들도 많고 극장이나 공연장도 있다.

이벤트 요소가 다양한 것이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가 볼 것도 많고 도보 위주의 짧은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 걷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 뉴욕 같은 도시들은 격자형으로 지루하게 형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블록도 크게 구획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이벤트 요소가 적다.

걸어 다니며 관광하기에는 유럽의 오래된 도시가 훨씬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저자는 아름다운 오래된 도시에 비해 아름답지 않은 현대도시와의 비교도 시도한다.

오래된 도시들은 휴먼 스케일에 맞춰져 있다.

재료도 그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것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저절로 특색이 생긴다.

여기에 그곳의 문화가 더해져 각 지역의 색깔이 만들어진다.

오래된 도시와 현대 도시는 건축물을 짓는 자세도 차이를 보인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순응하는 자세로 지은 옛 건축물과 달리 현대의 건축물은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지은 것들이다.

경사진 곳에 축대를 쌓아 땅을 평평하게 한 뒤 그 위에 획일화된 아파트를 지으며 옹벽을 만드는 식이다.

몇몇 건축물은 자연에 순응해서 지어지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몇몇에 불과하다.

우리의 옛 건축물들이 자연과 교류하는 방식으로 지어진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무조건 옛 건축 양식이 좋고 맞다는 것은 아니다.

그 시대의 수요와 한계가 지금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 현대 건축은 아쉬운 점이 많다.

환경이 다른데 획일화된 양식을 도입하는 것은 그 지역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거나 단점을 덮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도시를 하나의 관찰 피사체로 놓고 다양한 방법과 구체적 실증을 통해 도시를 비교한다.

읽는 내내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요소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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