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창기자의 한 장의 음반이야기
프로콜 하럼 'Live Album'

상대적 저평가 대중음악 획기적 변화

1970년대는 팝의 르네상스로 불린다.

과거 유럽 르네상스가 획일화된 중세시대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한 것과 마찬가지로 팝계도 비틀즈 이후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됐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프로그레시브 록이다.

‘진보적인’ 뜻을 가진 이 장르는 기존 음악이 가진 정형성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 곡 내에서 수많은 음의 변화로 일관성을 해제했고, 난해한 가사로 사랑타령에서 벗어났다.

클래식 요소를 과감히 도입해 대중음악의 진일보된 양식을 완성시켰고, 20여분이나 되는 대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유행했던 아방가르드적 분위기도 과감히 차용해 그들만의 독자적 세계를 구축했다.

킹 크림슨을 필두로 핑크 플로이드, 예스, EL&P, 무디 블루스 등이 대표적 프로그레시브 록밴드다.

이들은 과거 대중음악이 보여줬던 한계를 벗어나고 꾸준한 도전을 통해 진일보한 대중음악 세계를 만들어갔다.

비틀즈나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폭넓은 대중적 인기는 얻지 못했으나 이것 또한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우선순위였고 대중적 인기는 후차적 문제였기 때문이다.

프로콜 하럼(Procol Harum)의 1972년작 라이브 음반은 앨범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교향악단과 합창단을 뒤로 세운 채 진행된 공연이다.

최근엔 대중 록밴드가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지만 당시로선 획기적 발상이었다.

클래식계도 강한 반발이 일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대중음악에 클래식 음악이 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클래식 악곡구성과 블루스 영향을 받은 이들은 공식 라이브앨범을 발매했고, 자신들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하는 발판이 됐다.

이후 록밴드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이 음반을 넘어선 앨범은 만날 수 없었다.

클래식과 접목을 시도한 이 음반이 향후 교과서적 앨범이란 평을 받는 이유다.

음반은 프로콜 하럼의 대표곡 ‘A Whiter Shade Of Pale’이 수록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나머지 곡만으로도 충분하다.

5인조 록밴드와 52인조의 오케스트라, 여기에 24명의 합창단이 품어내는 사운드는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신선한 시도였다.

앨범의 백미는 ‘In Held Twas In I’다.

장장 19분에 걸쳐 연주되는 이 곡은 강력한 록밴드의 사운드를 앞세우고 오케스트라와 코러스의 완벽한 조화로 역동적이면서 드라마틱한 구성을 보여준다.

19분의 긴 여정이 끝나면 대중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무너짐과 동시에 새로운 관점이 생기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다.

비록 멤버간의 불화로 짧은 활동을 했지만 프로콜 하럼이 팝계에 남긴 의미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2000년대 들어 각종 레이블에서 이 음반이 재발매된 것이 바로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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