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고령운전자 사고비율
2016년 11.06% 2만여건 급증
창원터널 화학물질 운반사고
남양주 엑셀사고 등 위험
70세이상 영업차량 금지해야
운전자 교통약자-생계 성토

지난 2일 발생한 경남 창원터널의 화물차 폭발사고 운전자가 76세 고령이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가 또다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노화에 따른 신체능력의 저하는 운전중 돌발상황이나 운전미숙으로 이어져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령운전자의 면허 허용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지난 8월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 이상에 접어들며 고령 운전자의 교통안전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령운전자 운전면허의 자진반납 문제, 관련 대책 등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지속되는 고령운전자 사고

지난 2일 경남 창원시 불모산동과 김해시 장유동을 연결하는 창원터널에서 윤활유가 담긴 기름통 70개를 싣고 달리던 5톤짜리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드럼통이 폭발하며 반대차로를 덮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 윤모(76)씨와 반대편 도로를 달리던 스파크 운전자 배모(23)씨, 모닝 운전자 유모(55)씨 등 3명이 숨졌다.

이외에도 5명의 부상자가 생겼고 차량 10대가 불에 탔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를 낸 화물차가 휘청휘청 왔다갔다 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인다.

사고 원인으로는 운전자의 과실, 차량 결함, 적재 허용 중량 초과, 화물 고박 불량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그중 고령자가 유독성 화학물질을 실은 화물차를 운반한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다는 주장이 많다.

지난 7월 13일에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도로에서 손모(75)씨가 몰던 승용차가 버스를 들이받은 뒤 정류장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1명이 숨졌고 4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손씨는 실수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고령자가 운전을 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겪는 일도 있다.

지난해 5월 김제시에서도 안모(73)씨가 시골길을 달리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피하려다 길옆 논으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일로 안씨는 석달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차를 폐차했다.

하지만 안씨는 회복 후 가족들의 만류에도 또 차량을 구입해 운전을 하고 있다.

안씨의 아들은 “그런 사고를 당하고도 왜 운전을 직접 하시려는지 알 수 없다”며 “차 살 돈이면 십년은 택시를 실컷 다닐 수도 있는데, 이 문제로 아버지와 여러번 언성을 높인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고령 운전자를 노린 범죄도 있다.

지난 7월 서울송파경찰서는 60∼70대 이상의 고령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차량을 고의로 부딪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220여만원을 갈취한 추모(44)씨를 체포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운전능력이 떨어져 속이기 쉬운 고령운전자들만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운전자에 대한 부정적 의견 확산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전체 사고 중 차지하는 비율이 2014년 9.07%에서 2016년 11.06%로 증가했다.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2014년 2만275건에서 2016년 2만4429건으로 늘어나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와 부상자는 감소한 것과 반대되는 결과이다.

고령자가 일으킨 교통사고 사망자는 1054명(2014년)에서 1097명(2016년)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부상자도 4만8640명에서 5만8676명으로 늘었다.

또한 60대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가 2014년 372만명에서 2016년 461만명으로 많아졌다.

최근에 발생한 창원터널 사고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다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지만 70세 이상은 영업용 차량을 몰지 못 하게 바꿔야 한다.

나이가 들면 반사 신경이라든지 체력적인 한계가 온다”, “고령의 택시 기사들도 너무 불안하다”, “고령 운전 문제도 크지만 저 나이에도 운전대를 잡을 수밖에 없는 사회도 문제가 아닌가” 등 고령운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최근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고령운전자 증가에 따라 방어운전 등 안전교육과 연령대별로 적성검사 주기를 단축하고 일정 연령 이후 인지기능검사를 통과한 경우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령운전자들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주에서 30년 이상 택시를 몰아온 유모(67)씨는 “건강한 운전자들도 많고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안전운전에 더욱 신경 쓴다”고 항변했다.

교통약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완주군에 사는 강모(71)씨도 “대중교통이 적은 곳에 사는 교통약자들은 어쩌란 말이냐”며 “늙는 것도 서러운데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이동할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성토했다.
 

▲면허반납 증가와 논의되는 대책들

이와 관련 고령운전자들의 운전면허 자진반납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만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반납 건수가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달 8월까지 운전면허증을 자진반납한 사람은 총 9104명이었고, 그 중 만 65세 이상의 고령운전자가 6802명으로 전체의 74.

7%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운전자는 2013년에 538명(월평균 44.

8명)이었다가 2016년에는 1942명(월평균 161.

8명), 올해 8월까지만 1800명(월평균 225명)으로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였다.

연령별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현황을 살펴보면 70대 이상이 5407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1953명, 50대가 800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시 2065명, 경기도 1867명, 부산시 854명, 인천시 743명, 대구시 674명, 경남도 551명 순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지난달말 보도자료를 통해 “고령층의 운전면허 자진반납 증가 추세는 타인의 안전에 대한 배려와 스스로의 안전의식이 이미 공감대가 확대되고 형성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운전면허를 스스로 반납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희생하는 일인 만큼 그분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재정적·제도적·정책적 뒷받침이 선행돼야만 건강하게 운전면허 반납이 활성화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령운전자가 유발하는 교통사고가 인지·운동능력의 저하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75세 이상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3년에 한번씩 면허를 갱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종합대책’을 발표한바 있다.

기존에 6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 5년에 한번씩 갱신하도록 한 제도가 고령운전자의 운전능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

또한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고령운전 대책이 더 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고령운전자의 시계 향상을 위해 교통표지판 글자크기 확대나 야간사고 다발지점에 가로등 설치 등 교통인프라의 개선 및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도 “고령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 무료 이용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일본처럼 면허 자진반납에 대한 반대급부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운전자 관리 해외 사례

해외에서는 고령운전자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일본은 1998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면허를 반납한 이들에게는 대중교통 무료 이용, 이사 요금 10% 할인, 관광 패키지 할인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된다.

또한 연령을 세분화해 ‘고령자 운전 교육’, ‘인지기능 검사 의무화’, ‘치매 판정시 면허취소’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도 고령운전자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 교통부와 도로교통안전국은 ‘고령자 교통안전 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정부와 학계, 의료계가 협력해 거시적인 차원에서 고령운전자의 안전을 증진해야 한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에서 고량운전자 교통사고 관련 정보를 세부적으로 수집해 학계 등 민간단체와 공유하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고령운전자가 운전에 무리가 없는지 등 건강과 관련한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게 한다.

뉴질랜드 역시 면허 갱신시 신청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전문가 진단 필요’ 결과가 나오면 노인학자나 검안사 등의 소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조건부 가능’ 진단을 받은 운전자는 자동 기어 차량만 운행할 수 있거나 장거리 운전 금지 등 제약을 받게 된다.

이밖에 영국은 70세이상은 3년마다 면허를 갱신하고 교통안전교육 이수시 보험료 할인을 함으로써 고령운전자의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있다.

호주는 80세 이상 운전면허증 갱신시 의료증명서를 제출하고 85세 이상은 실제주행 테스트 시험을 본다.

/유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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