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비용 꾸며진 명산여관
유의미한 활동 현시대의 작가
한정적인 지역 전시공간 현실
소보람작가 전시 '그 vs그것'
로드킬의 개인경험 예술 표현

새로운 공간의 운영을 응원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길을 찾는다.

골목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오래된 건물에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그곳에는 미술관처럼 깔끔한 입구나 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벽면은 없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간이 다듬어 지고 있다.

필요한 공사는 그때그때 한다.

손때가 묻어 있는 공간은 운치 있을지는 몰라도 불편하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비바람에 취약한 곳이다.

누구하나 올 것 같지 않은 이 전시장에 부지런한 발걸음이 오간다.

  2015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신생공간이라 불리는 새로운 비영리공간이나 대안문화공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또 사라지고 다시 생겨난다.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운영되거나 임시적으로 활동한다.

이를 통해 젊은 작가들의 작업이 대형 화랑들에서 소개되기도 하고 미술관 내에서도 전시된다.

전시기획자, 공간 운영자, 작가의 경계도 사라진다.

각자가 흩어지고 모이고 전시를 만든다.

창작 스튜디오와 전시 공간들을 옮겨 다니며 활동들이 이어진다.

오늘도 작가들의 생존을 위한 분투는 이곳저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 생존 싸움 자체가 예술계 내에서 유의미한 활동들을 만들어갈 때에도 지방의 미술계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것은 지역의 환경이 더 낫기 때문에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없거나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변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여전히 부실한 인프라들, 비평가와 기획자의 부재, 공간 부족과 미술시장 침체 등은 새로울 것 없지만 여전히 지역 미술인들의 발목을 잡는다.

어쩌면 지역의 예술인들이 어쩌면 작업실에서 자신만의 예술세계에 빠져 있었거나 혹은 새로운 흐름을 놓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뒤늦게 유행했던 공간들의 운영을 흉내 내거나 누군가가 변화를 만들어주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각자의 작업들이 어떤 기획으로 어느 공간에서 소개되어야 할지 고민하고 움직여야 한다.

지역의 전시 공간은 여전히 한정적이다.

그 틀 안에서 만들어진 동일한 전시 이력이 모두에게 반복된다.

그래도 그 반복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지역에서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얼마 전 전주역 근처에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명산여관이라는 공간을 매입한 운영자와 전시공간을 물색 중이던 작가가 전시를 만들었다.

이미 전시가 시작되었지만 공간은 여전히 공사가 필요하고 청소도 더 해야 한다.

그러나 비어 있던 공간에서 뜻이 맞는 예술가들이 모이고 흩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명산여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는 소보람 작가의 <그vs그것>전이다.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동물의 죽음, 로드킬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생각을 시각예술로 구현했다.

구도심 활성화나 지역재생과 같은 껍데기를 쓴 개발 사업들이 지역을 헤집어 놓는 오늘날 낡고 방치되었던 명산여관 건물은 전혀 근사하지 않은 전시공간으로 전시를 운영 중이다.

문화를 소멸시키는 철거와 그 위에 세운 말끔한 건축물들이 거짓재생을 외칠 때, 여전히 낡은 건물에서 인간사회가 만들고 다시 외면한 동물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예술의 언어로 펼쳐지고 있다.

  공간이 하나 생겼고 작가가 뛰어들었고 사람을 모았다.

간단한 듯 보이지만 작가가 직접 지원금을 신청하고 사람을 모으지 않고는 시작될 수 없었다.

또한 운영자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공간을 손질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며칠 동안 공간에 상주하면서 쓸고 닦고 치운다.

공간에 맞춰 작품을 구상하고 계획을 수정하고 설치하는 시간들이 전시를 만들었다.

다른 공간의 운영자가 와서 전시 서문을 쓰고 작가와의 대화도 진행한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고 다른 지역에서 관객이 공간을 방문한다.

물론 작고 미약한 시작이다.

그럼에도 이 작은 소란들을 응원하고 동시에 참여하고자 한다.

이곳에서 의미 있는 활동들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채영 (공간시은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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