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여지승람-대동지지 등 전주 상품지 산지-전주한지 최상품 기록
'바이에른 막시밀리앙 2세 책상' 복원 세계복원용지 브랜드 첫발
반차도 14면 한지공예인형 전시-中 소주박물관서 전주한지전 개최
전주시 마스터플랜 수립 한지장인-후계자양성-제조기반 조성 등
흑석골 2019년까지 100억원 투입 전시-판매-역사관 테마시설 건립

김시장 '고종황제와 바티칸교황 간 친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전달
전주시-교황청 전주한지 복본 협의 비밀문서고 현지조사 실시
도-전주시 각국 대사관 재외공간 한지 인테리어 우수-시장성 입증

천 년의 세월을 오롯이 간직해온 한지는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전주한지는 조선시대부터 임금님에게 상납하던 진상품으로 오늘날에도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며 각종 공예품, 생활용품으로 우리의 생활 속에 뿌리 깊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곱고 질긴 역설적 생명력으로 천년을 이어온 천년 종이 전주한지의 가능성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천년 전주한지 문화재 복원에 ‘최상의 종이’

천년 전주 한지가 우수성을 세계에 인정받았다.

전주한지가 세계3대 박물관인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바이에른 막시밀리앙 2세 책상’을 복원하는데 사용됐다.

문화유산이 많은 유럽에서 고문서 및 문화재 복원의 최상의 종이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일본 화지를 전통한지로 대체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한지 세계화 프로젝트’에 전주시가 적극적으로 동참한 결실이다.

이는 세계 지류문화재 복원에 쓰이는 종이는 60년 가까이 일본의 화지(和紙)가 사실상 독점해 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그 의미가 크다.

루브르 박물관 복원팀은 전주한지의 접착력과 가벼움, 강도, 치수안정성, 상대적 투명도에서 굉장히 섬세해 문화재 복원에 적합하다고 인정했다.

이번 복원으로 문화재 복원지로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전주한지는 향후 문화재 복원사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외박람회 참가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추진해 세계복원용지의 대표 파워브랜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청사진의 첫 장을 스케치했다.
 

▲기록문화 본향 전주한지, 세계 문화유산 기록

오랜 세월 동안 전주는 수질이 깨끗하고 한지의 생산에 결정적인 닥나무가 근교에서 많이 생산되고 숙련된 제조 기술력을 겸비한 한지 수공업 집단이 형성돼 있어 한지를 생산하기 용이해 기록문화의 보고였다.

기록의 땅 전주를 지탱해온 전주한지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문화유산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난 8일과 9일(현지시간) 바틴칸시국 교황청을 방문해 복본화된 ‘고종황제와 바티칸교황 간 친서’를 프란치스코 교황과 바티칸 비밀문서고 책임자인 장 루이 브뤼게 대주교에게 각각 전달하며 전주한지의 문화재 복원과 기록의 수록지(手漉紙)로의 탁월성을 알렸다.

이번 교류를 통해 전주한지는 세계의 기록문화 역사에 한발 다가섬은 물론 공공외교 자산으로 활용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전주시는 2016년에는 ‘1333년 바티칸시국이 고려에 보내 서신’을 전주한지로 복본화해 기증하며 세계를 기록한바 있다.


▲세계 디자인한 전주한지

다양한 제품으로 전주시와 외교부, 전북도는 지난해부터 주 시애틀총영사관과 주 프랑스대사관, 주 모로코대사관 등 재외공간의 핵심공간인 접견실과 만찬장, 응접실, 민원실 등을 한지의 멋을 살린 한지벽지와 한지조명, 한지공예품 등으로 꾸며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전통한지의 우수성과 시장성을 입증했다.

또 같은 해 반차도 14면에 달하는 한지공예인형 900여점을 재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파리7대학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올 9월 중국소주박물관에 ‘한국의 전통종이, 전주한지’전을 개최하는 등 지구촌을 한지로 디자인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주한지와 한지용품은 세계의 소비 흐름을 반영, 개인의 취향이 중시되는 다품종 소량생산과 핸드메이드 제품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실례로, 전통한지를 이용한 아트지와 고급편지지, 포장용지로의 변신은 이색적인 전주 한지수공예품을 탄생시켰고, 전주를 찾는 각국의 관광객들에게 인기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이와 함께 환경 문제 대안으로 자연친화적이고 웰빙과 직결된 기능성을 강조한 친환경한지사 섬유를 활용한 양말, 내의, 여성정장, 와이셔츠, 골프웨어, 침구류 등이 선보이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또 뛰어난 항균기능을 활용한 항균지, 기저귀, 반창고 등과 흡음성과 밀도가 뛰어나 스피커 기능을 포함한 한지 스크린 등은 세계가 주목하는 한지 응용상품들이다.
 

▲본향에서 만나는 천년 전주한지와 만남

예로부터 한지하면 전주가 떠오를 정도로 오랫동안 최고의 한지 생산지로 인정 받아왔다.

과거 자료와 문헌을 토대로 보면 고려시대부터 외교문서와 임금에게 올리는 문서에 전주한지가 쓰일 정도로 그 용도가 매우 다양하고 특수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전주를 상품지의 산지라고 했으며 ‘여지도서’와 ‘대동지지’에는 조선시대 전주의 한지가 최상품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라도가 한지의 주된 생산지였음은 조선말의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1910년 자료에 따르면 경상도와 전라도가 한국 한지의 70~80%를 생산했는데 전북에서 전국 20%의 비율을 차지했다.

생산 호수도 충북, 경북보다 월등히 많았던 것으로 조사돼 있다.

종이의 주생산지로서 전라도의 위상은 일제강점기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일제강점기 때 발행된 ‘전라북도의 특산물’에서 소개돼 있다.

이 책에는 전북의 특산물이라 하여 조선지를 첫 페이지에 싣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전주는 한지의 본향으로 불리고 있다.
 

▲전주한지 산업의 발전사와 현주소

고려시대부터 8~900여년동안 전주와 완주일대에 한지가 생산되었고, 1800년대부터 풍남동을 중심으로 한지가 만들어 졌으나 도시화가 되면서 물이 차츰 나빠져 1940년대 한지 공장들은 서학동 흑석골로 공장을 옮기게 됐다.

한짓골이라 불리는 흑석골은 규모가 큰 공장이 들어서면서 하천수가 오염되고 그 양도 부족하여 1990년대 지하수를 사용하게 된 이후 한지의 품질에 크게 저하됐다.

1993년 전주한지활성화를 위한 집단화 추진에 의해 전주공장 협동화 단지에 전북한지공업협동조합을 결성했다.

현재는 조합내 4개 업체, 한옥마을, 흑석골, 완주군 등 7개 업체가 생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전통한지 제조업체 28개소 중 25%에 해당된다.

전주시는 그간 한지와 한지산업의 부흥을 꾀하고자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기에 한계점이 있다.

전주한지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한지 원료인 닥나무 생산량의 감소다.

이 때문에 부족량은 태국과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 전체의 79%를 수입닥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한지수요 감소와 중국 종이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원가를 줄여야 할 처지다.

이 때문에 최종 제품 가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지 원료 부분에서 단가를 낮추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전통한지 제조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한지 생산량 증가와 제조자들의 고령화에 따른 쌍발식(다둠뜨기) 반자동화를 선택해 신제품 개발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전통한지 제조방식의 문화재 보존·보수용지 생산량이 저조하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 밖에도 전통 하나만을 전승하기 위해 열의를 쏟는 장인형 기업의 부재 등 국가 지정·도 지정 한지장인이 없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지산업 한계 넘어 새로운 천년으로 비상

전주시는 한지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통전주한지의 세계화를 위한 마스터플랜과 로드맵을 수립했다.

한지산업육성 로드맵 22대 전략을 전통계승 로드맵(12개), 산업화로드맵(10개)분야로 나누어 이에 맞는 체계적인 한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계승 로드맵에는 한지장인 지정, 후계자양성, 잠재 초지장인 창업지원 프로젝트, 한지산업진흥 법제화, 닥인프라구축, 전통한지 제조기반조성, K-Paper도시프로젝트, 전통한지제조기술 구축, 전통한지 품질인증제, 전통한지 수매제도, 장인+작가 콜라보사업 기반조성, 문화재 복원시스템 구축 등 12개가 포함되어 있다.

이와 함께 산업화 로드맵은 청년고용정책, 창업지원 프로젝트, K-Paper스타기업육성, 산업화 제조기반 조성, R&D 시스템구축, 한지산업군 솔루션, 블루슈머 제품군 도출, 국내외 마케팅 시스템 구축, 타산업군 연계시스템 구축, 기업간 제휴시스템 구축 등 10개를 수립, 실행하며 전주한지 세계화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국내 최초의 집적화된 전통한지 생산지인 흑석골 일대에 오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약 100억원을 투입해 전통한지제조시설과 체험관, 전시실, 판매장, 역사관 등을 갖춘 한지테마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통한지산업을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발전시킴은 물론 전주한지의 다음 천년을 향한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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