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속 농축된 상징-은유 승화
시대상황 초월, 공감의 폭 넓혀
음악-연기로 오페라 장르 각인

대한민국 창작오페라의 산실인 호남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달하, 비취시오라’가 선보였다.

이번 작품은 호남오페라단으로선 매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창작오페라의 산실답게 10번째 작품을 선보였고, 특히 운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칫 명맥을 이어가지 못한 운명에 처했던 오페라단이 어렵게 재기에 성공한 작품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호남오페라단의 명성을 다시 되찾고 정상적 활로를 모색하는 기회일 뿐 아니라 김동수 이사장 취임 첫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가 더욱 깊게 됐다.

이번 작품은 가사 ‘정읍사’를 토대로 한 만큼 문학적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정읍사를 기반으로 한 총체적 예술의 집대성을 이뤄 예술적 완성의 넓이와 깊이를 심화시켰다.

작품은 짧은 시가 속에 농축된 상징과 은유를 대본가와 작곡가의 상상력을 통해 예술성 높은 대형 공연물로 재탄생했으며, 기다림이란 주제를 단순하게 표출하지 않고 그 깊이를 더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다림의 정한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시대적, 상황적 안배를 고민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시대와 상황을 초월한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의 판단이다.

때문에 2시간 10분의 러닝 타임 동안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돌로 변한 기다림의 표현을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주인공 월아는 정읍사를 부르며 망부석이 돼 떠나가는 영혼의 절절함을 무용으로 표현하며 오페라의 정점을 찍고 있다.

객석과 소통이 되지 못하는 현대음악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작곡가는 새로운 음악을 선보여 이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키고 있다.

특히 음악이 왜 언어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이번 작품의 지휘자에 의해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2시간이 넘는 긴 시간에 더욱이 초연작품이란 점을 감안하면 지휘자 역량이 탁월하지 않을 경우 객석의 긴장감을 끌어내는 것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배우 역시 창작곡임에도 불구하고 호소력 있게 연기를 해 주었고, 음악극 오페라 장르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는 계기도 찾을 수 있다.

출연진 대부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됐고, 음악과 안무 역시 지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정서를 발산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당대 민중의 한과 감성이 잘 반영되고 있으며, 특히 주인공이 가진 한과 그들이 부르는 음악은 우리 지역만의 특성을 담아내는 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실험과 창작을 통해 태어난 이번 작품은 창작오페라의 모범이 될 뿐 아니라 운영의 어려움으로 명맥을 잃을 뻔한 상황이 재현되지 않게 되길 바라는 마음까지 엿보는 소중한 기회로 다가왔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