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 대비 체계적 시스템 구성 '급선무'

“한동안 잠잠해 손 놓고 있다가, 이럴 줄 알았다.”

지난해 9월 경주에 이어 지난 5월 전남 구례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당신 전북은 속수무책이었다.

남원과 순창 등 인접지역 주민들이 지진동을 감지, 굉음과 진동을 느꼈다며 신고가 빗발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진도 5.4로, 강진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전역이 흔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체감도가 컸다.

전북에서도 지진을 느끼는 횟수가 점점 증가하고 규모와 성격도 복잡화되고 있어 재난을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북은 지진이 바다에서 주로 발생해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체감도가 낮은 편이다.

이에 본지는 더 이상 전북이 지진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과, 철저한 대비를 위한 상시적 재난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전북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면서 전북에서도 3.0 이상의 지진이 느껴졌다.

이로 인해 전북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전북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지난 1978년 이후 발생한 지진은 80차례에 이르지만 내진 보강 투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진의 강도도 3.0 이상이 18차례나 되며, 지난 2003년 6월 군산 서쪽 280㎞에서는 강도 4.0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북도의 공공분야 내진 확보율은 45.2%에 그치고 있어, 내진 시설 보강에 따른 투자가 절실하다.

도의 지난해 내진보강 예산은 36억 원이었으나 경주 지진 이후인 올해에는 98억 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내년 예산 편성에서 내진 보강 예산을 88억 원으로 10억 원을 줄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포항 지진이 발생하자 전북도가 수정예산을 통해서 내진 보강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지진발생으로 인한 예산에 다시 관심을 보이며, 예산세우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진여파가 가라앉게 되면 또다시 예산을 줄이는 행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국비 지원 없이 지방비로 내진보강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도는 올해 공공건축물 206개소에 대해 내진성능평가와 내진보강(14개소)을 진행했다.

여기에 투입된 전체 예산은 41억3천400만원과 56억9천800만원이 각각 투입됐지만 국비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내진설계가 필요한 도내 민간건축물은 4만7천870개소에 달한다.

이중 2만9천364개소(61.3%)의 주택 등이 내진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올해 내진보강이 이뤄진 건축물은 한 건도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시설물이다.

내진보강이 필요한 도내 초·중·고교 건물은 2천493개소로 이 중 256개소(82.4%)에 달하지만 전북교육청은 내년부터 예산을 늘려 해마다 150억 원씩을 편성해 내진보강 사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매년 15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전체 사업은 오는 2030년이 넘어서야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되면서 정부도 내진설계 의무대상을 확대하고, 기존 건축물의 내진보강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재원 없이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만큼, 대규모 인명피해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는 지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예산대책이 시급하다.
 

▲상시적 재난망 구축 서둘러야

재난 불확실성 증가로 예측도, 대책마련도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워졌지만 정부나 전북도의 방재시스템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난 2014년 계획이 수립된 2조원대 규모의 재난망 구축 사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원래 계획보다 3년 늦어진 오는 2020년까지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본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입찰 공고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난망은 대지진이나 원전폭발 같은 국가적 재해·재난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민을 지키는 구조활동을 빨리 진행하도록 해주는 통합 네트워크망이다.

경찰·소방·국방·지방자치단체 등의 무선통신망을 하나로 통합, 재난 발생 시 국민 안전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이후 처음 제안됐지만 지지부진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다시 부랴부랴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종료된 강원 지역 시범사업에서 문제점들이 발견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안전행정부 측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단계로 재난망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재난망 구축계획에 따르면 1단계 본사업은 강원권과 대전·세종·충남·충북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2019년에는 2단계로 부산과 대구·광주·전북·경북 등 남부권 9개 시도가 구축 대상에 오른다.

2020년에는 마지막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에 재난통신망 구축작업이 개시된다.

그러나 전북에 2019년까지 대형재난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한 종합적인 방재계획과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감안한 대책 짜야

재난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고 예측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 발생하면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또한 인간의 역할이다.

따라서 다양한 유형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선 막연한 지침을 나열한 지금까지의 대책을 손보고 재난유형별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놓고 전반적인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처음부터 재난에 잘 대처했던 것은 아니다.

고베 대지진 이후 일본은 대형지진이 발생했을 때 파생되는 산사태, 산업시설 파괴, 쓰나미, 화재나 지반침하 등 가정할 수 있는 모든 ‘최악’을 설정해 놓고 실전적으로 초기 대응을 하고 구호·복구·피난대책을 구성했다.

방재대책에 쏟을 수 있는 예산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감재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다.


▲ 전북의 현 상황은…

전북은 지난해 경주 지진을 계기로 도 차원의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에 있다.

1978년 이후 지진발생 빈도와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 시설물 내진 보강 확대와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 지진대피시설 지정 확대 등 7대 추진전략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넘은 현재, 전북도와 도내 시군은 정밀안전진단(내진성능평가) 사업 추진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129곳의 시설물에 대한 진단 용역을 수행 중이거나 일부 완료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전라북도 지진환경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용역’도 추진중이다.

최근 중간보고회에서는 도내 및 인근지역 단층대 조사 및 지진발생 현황 분석, 지진 취약지역, 시설물 분석 등을 통해 지진 대응방안도 마련, 기초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처럼 내진성능평가 등 각종 조사와 용역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내진보강사업에는 더딘 실정이다.

전북도는 국비가 전혀 지원되지 못하는 현행 관련 지침과 함께 재난관리기금 등의 보강사업 전환이 가능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이를 통한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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