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국민의당 통합시 지선 판세 원점
불발시, 양측 후보 본선 맞대결··· 피해적어
정가 "공천권 문제등 사실상 통합 어려워"

전남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선 KTX 노선을 놓고 현안 공조에 들어갔다.

양당은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올해 5.9 대선에선 최대의 앙숙이었다.

그러나 해빙 무드가 일고 있다.

바른정당의 분화에 따른 정치 환경 변화 때문이다.

전남권에서 시작된 정책 및 현안 공조가 전북으로도 확산되면 내년 지방선거는 상당한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국회 제1당 유지가 필요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내 호남권 세력과 통합 여부를 고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여부의 키는 문재인 대통령이 잡을 것이다.

안정적 국정운영을 명분으로, 문 대통령이 정계개편을 언급한다면 집권 민주당은 대통령과 행동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정당내 분위기에 따라 통합론이 좌우되지만 어느 정도 분위기가 형성되면 결국 문 대통령의 의중이 핵심이 될 것이다.

전북의 경우 민주당-국민의당이 통합되든 불발되든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혼란스런 국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경우가 되든 현재 예상되는 지방선거 구도는 상당 부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1. 양당 지방선거 진행 현황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통합을 추진하고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하게 된다면 지방선거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집권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당에 대한 높은 여론 지지에 힘입어 이미 지방선거 공천 일정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각 시도당을 중심으로 현역 단체장과 지방 의원에 대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를 가동 중이다.

공직자평가위 심사가 끝나면 주요 지역별로 공천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며 전북도당도 공천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지방선거 일정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중앙당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놓고 내홍이 거세기 때문이다.

중앙당 차원에서 바른정당과 통합한다면 후보군 선정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지역별로 당대당 통합에 따라 후보 배분 문제를 협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통합하든, 민주당과 통합하든 지방선거 일정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어느 당과도 통합하지 않고 국민의당 단일대오로 간다면 지방선거 공천 일정을 명확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국민의당 자체가 통합의 주체여서 지방선거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만일 국민의당 내홍이 심각해져 안철수 대표 측과 호남권 세력으로 나뉘게 되면, 호남권 의원들은 민주당과의 통합 상대가 될 것이다.

국회 제1당의 위상이 필요한 민주당이, 지역 정서가 엇비슷한 호남권 의원들을 끌어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의원에 대한 개별입당이든, 당대당 통합이든 국민의당이 분당되면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지방선거 최대 이슈가 된다.


#2. 통합이냐 불발이냐에 따른 선거구도 변화

양당이 통합하게 되면 지방선거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이미 공천 일정에 들어간 민주당이지만 민주당 후보가 통합정당의 후보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국민의당이 아직 공천 일정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국민의당에서 선출하는 후보와 통합해야 한다.

통합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는 것은 호남권 특히 전북권의 경우 공천권 배분 협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양당이 ‘정치적 타협’을 통해 “공천권의 00%는 민주당, XX%는 국민의당”으로 하거나 특정 지역을 찍어 “00단체장은 민주당 몫, XX단체장은 국민의당 몫”이라고 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현재의 공천 일정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

양당의 후보가 이미 선출됐다 해도,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

양당 통합설에 대해 도내 민주당 인사 상당수가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양당 통합이 불발되면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양당의 공천 일정과 그에 따른 후보 선출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양 측 후보가 본선에서 맞붙으면 된다.

하지만 통합 불발이 되더라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양당이 공식적으로 통합불가라고 결정하기 전까지는 통합론이 계속 지역 정치권내 화두가 되기 때문이다.

통합론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민주당이든 국민의당이든 공천 일정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다.


#3. 양당 통합, 문 대통령에게 달렸다?

그렇다면 양당의 통합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이에 대해선 정치권 인사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의외로 빨리 통합될 것이라는 측과 통합은 절대 안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양 측 견해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유는 그만큼 현재의 정치 환경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통합론 측에선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한 뿌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갈라졌지만 양당은 지역 정서가 같은데다 햇볕정책 등 상호 교감을 이루는 사안이 많다.

민주당이 통합을 통해 호남권을 확실히 ‘담보’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현역을 받아들이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차기 국회의원 총선에서 지역구를 잃는 것보다는 양당 통합을 통해 현역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국민의당 현역에 맞설 정도의 인물을 찾아내는 게 중요해 결국 민주당내 인사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통합 불발을 예상하는 측은 현실적 이유를 든다.

국회 제1당이 필요하다는 원칙론에는 찬성하지만 지방선거-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후보 공천권 문제가 걸린다는 것이다.

공천권은 사실 통합의 최대 난제다.

특히 국민의당 현역 의원들에게 지방선거 및 총선거 공천권을 보장하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최대한 공정한 경선을 보장해야 하는데, 민주당 입장에서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국민의당 현역에게 단독 지역위원장 또는 공동 위원장 위치를 만들어주는 것 역시 민주당 측에선 불만스럽다.

양당이 결국 공천 문제에서 실패해 통합이 무산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전남권에서 공조가 시작됐지만 통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따라서 국정 운영 과정에서 국회 제1당 유지가 필요한 문재인 정부가 키를 잡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가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지 않는 한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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