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의 어느 날 진(晋)나라의 평공(平公)이 기황양(祈黃羊)에게 물었다.

“남양현의 현령 자리가 비어있는데 그대 생각에는 누가 적임자인 것 같소?” “제 생각에는 해호가 적임인 듯합니다. 그는 임무를 훌륭히 수행할 것입니다.” “해호는 그대와 원수 사이인데도 그를 추천한다는 것이오?”

진평공이 뜻밖이라는 듯이 놀라며 묻자 기황양이 대답했다.

“공께서는 누가 임무를 수행할 적임자인가를 물으셨지 해호가 제 원수인가 아닌가를 물으신 것은 아닙니다.”

이리하여 진평공은 해호를 남양현의 현령으로 보냈는데 해호는 임무에 충실하여 백성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였으므로 칭찬이 자자하였다.

그 후 얼마의 세월이 흐른 뒤 진평공이 기황양에게 다시 물었다.

“현재 조정에 법관 자리가 비었는데 그 자리에 누구를 앉혔으면 좋겠소?”

“기오(祈午)라면 그 직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기오는 그대의 자식이 아니오? 자신의 자식을 추천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뒷말들이 많을 텐데......”

“공께서는 법관의 적임자를 물으셨지 기오가 제 자식인지 아닌지를 물으신 것은 아닙니다.”

기황양의 대답에 진평공은 기오를 법관으로 임명했는데 그는 모든 송사를 공명정대하게 해결해서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였다.

뒷날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기황양을 칭찬하며 말했다.

“그가 말하는 것이 정말로 이치에 어긋남이 없구나. 그는 오직 사람의 재능을 평가하여 추천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대공무사(大公無私)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 것처럼 적재적소에 합당한 사람을 기용하는 일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말이다.

인사를 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고 적극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는 생각일 것이다.

즉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반대 입장을 가지는 사람을 기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한 인사를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코드인사라고 말한다.

자신이 얼마간 잘못한 생각을 가진다해도 반대 입장을 가지지 않고 거역하지 않으며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폐해가 바로 이전 정부인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사건이다.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그 잘못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과 함께 반대의사를 개진해야 하는 것이 국가정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책임이다.

그러나 지나친 코드인사에 따른 인사기용으로 인해 잘못된 일에도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것으로 인해 국가의 기강이 흔들리고 국민들의 분노를 사게 만들었다.

조선왕조 시대에 삼사(三司)제도 가운데 사간원은 글자 그대로 임금에게 말하는, 즉 간(諫)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기관이다.

임금의 행동이 도리에 어긋나거나 나라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임금에게 이를 바로잡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사극 같은 데에서 줄지어 엎드려 “아니되옵니다!”를 부르짖는 신하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주축이 사간원과 사헌부다.

왕조시대에 왕은 절대지존의 존재로 권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왕의 어긋난 행위에 대해서 돌이킬 때까지 저항했던 관원들이 있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의 대통령의 권력 앞에 그러한 저항을 할 수 있는 관리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지금의 대통령의 권력은 왕조시대의 권력과 비교해서 결코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는 자신의 의지와의 관계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자신에게 맞추는 코드인사는 인사권자에 대한 ‘예스맨’(Yes man)을 만들 수 있다.

이로 인해 모든 정부에 걸쳐서 코드인사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는데도 현 정부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가 안보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국방장관이 임명장을 받은 이후의 행보들을 보면 국가 안보를 위한 자신의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방장관은 국가 안보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국가 안보의 어려운 상황에 국민들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촉각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향후 안보 정책과 관련한 발언에 신중하지 못하여 실망을 주고 있다.

국가를 위한 자신의 소신 있는 발언이라기보다는 소신과 관계없이 ‘예스맨’으로 직무수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한다.

우리나라와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의 경우 “존 하이튼 미국 전략사령관(공군 대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그의 후임자들이 위법적인 핵공격 명령을 내리면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발언에 대해 구차한 변명을 하기 보다는 자신의 확고한 안보의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여 코드인사가 아닌 적재적소에 합당한 사람으로 기용되었다는 믿음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전주남부교회 강태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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