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자금-신혼집 장만 비용
경제적 사정 미루다 비혼 생각도

전북 11월 등록인구수 185만3천명
8년만의 최저점 청년유출 가속화
전년대비 1만명 줄어 사상 처음
지역존폐 우려 현실 해법 고민을

최근 자치단체마다 가장 큰 화두는 ‘인구감소’와 ‘지역 소멸론’이 꼽힌다.

그만큼 인구 감소세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인구감소 인해 전북은 지난 2015년 국회의원 의석수까지 11자리에서 10자로 한자리를 뺏기며, 중앙정치 진출에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원인 분석과 출산율이 부진한 이유, 인구유출 대책마련 등이 쏟아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 현재 모습과 전북인구의 심각성, 전북도의 대책은 무엇인지를 짚어봤다.


▲ 결혼 연령 갈수록 높아져

앞서가는 사람은 언제나 눈에 띄기 마련이다.

한지훈씨(39·가명)가 그랬다.

그는 공부도, 운동도 친구들에 비해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대학교 진학도 무난하게 치러냈고, 입대도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고교 동창들 중에서 가장 먼저 했다.

이후 공부에 전념한 탓에 취직도 가장 빨리 했고, 승용차도 가장 먼저 뽑았다.

월급을 타면 아직 공부하는 친구들을 위로한다며 고교 은사까지 모시고 모임을 주선하곤 할 정도로 리더십도 있다.

또래 친구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기 시작한 그의 사회생활로 한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잘 나간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런데 그건 30대초 까지만이었다.

김씨는 결혼도 가장 먼저 할 것이라는 친구들의 예상과는 달리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성격 좋고, 자리 일찍 잡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집을 사서 알콩달콩 살 것 같았던 그의 행보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뒤쳐지고 있었다.

물론 한씨에게도 결혼을 약속하고 만나는 사람이 있지만, 두 집안 모두 형편이 어려워 조금씩 결혼을 미루다 보니 몇 년이 훌쩍 지나갔다.

한씨와 여자친구 모두 각자 혼자 살고 있는 살림을 합치면 생활비는 오히려 줄일 수도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래도 당장 결혼과정에 들어갈 목돈이 부담이었던 것이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에겐 벌써 자녀가 둘 셋이나 되는 걸 보며 위기감을 느낀 지도 꽤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녀가 있는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기 어렵다는 것을 넘어 ‘애 키우는 데 드는 저 많은 돈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까지 밀려온다.

당장 신혼집 장만에 들어갈 돈도 걱정인데, 결혼 이후 자식 낳는 일까지 생각하면 첩첩산중이다.

한씨는 “어쩔 수 없는 집안의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점점 결혼을 미루다가 ‘그냥 결혼 안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그래도 주변에서 다들 그래도 결혼은 해야 한다고 하는데, 결혼하고 나면 또 애 언제 낳을 거냐고 할 테니…”라며 한숨을 쉬었다.


▲ 전북인구 185만 3천명, 인구통계 작성 이래 최저기록

늦어지는 결혼으로 인해 올해 전북이 기록을 세운 것이 하나 있다.

인구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으로 11월 전북 주민등록인구 수가 185만3천명까지 떨어져 최저점을 찍은 것이다.

지난 2009년 185만4천 명 이후 8년만의 일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186만4천명을 유지해왔으나 올해 이 선이 무너지게 됐다.

전북은 물론 우리나라는 인구수가 줄어든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출산율 감소와 함께 올해 청년유출까지 시작되면서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출산율과 인구 감소를 염려하는 이들은, 실제로 경제활력 감소의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도내 인구수는 올해 전년대비 1만900명이 줄었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살펴보면 전북은 ‘2017년 11월 주민등록 인구수’가 185만3천886명이다.

이는 2016년 186만4천791명에 비해 1만905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2006년도에 1만6천 여명이 줄어든 이후 1만 명 이상 줄어든 건 처음 있는 상황이다.

통상 상반기에 태어나는 아이가 하반기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걱정은 더 커진다.

도는 지난해부터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도내 지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늦기 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역사회의 유지조차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내 인구가 계속 감소한다면 지역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지역 존폐의 우려는 결국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지역 소멸은 결국 국가의 존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안일하게 대처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실효성 높은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도내 자치단체들도 비상

전북도나 각 시·군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인구통계작성이 시작된 1964년 이후 53년만에 ‘최저 인구’가 눈앞에 다가왔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전북도 인구는 185만3천886명으로 집계돼 역대 최저치였던 2009년(185만4508명) 기록을 갈아 치웠다.

특히 국내 전체인구가 7만8400여명이나 증가한 상황에서 광역시를 제외한 ‘전북’의 인구 감소폭이 제일 컸다.

11월 국내 총인구는 5천177만4649명으로 지난해말 보다 7만8천433명이 늘었다.

도 단위에선 전남이 9천488명이 감소했고, 경북이 8천520명, 강원이1천462명 등 인구가 줄긴 했지만 1만 명 이상이 줄어든 곳은 전북이 유일했다.

시·군의 경우 임실·고창·순창·진안을 제외한 10개 지역에서 인구가 감소했다.

선거를 앞두고, 연말·연초 각 시·군의 전입자 늘리기로 인구통계가 늘던 것과는 이례적인 모습니다.

전주시가 10월에 비해 291명이 줄어든 것을 비롯해, 군산시 200명, 익산시 197명, 김제시 130명, 남원시 120명, 정읍시 119명 등 시(市) 단위의 인구이탈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제, 남원, 정읍 등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인구축소도시’로 꼽힌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도내 일부 마을은 20여 년 안에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14개 시·군 중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은 장수군으로 2만3천33명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총인구 대비 65세이상 인구(35만516명) 비율이 18.

9%에 달해 당장, 내년에 초고령사회(19%)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됐다.

2030년에는 전체인구 10명 중 3명 이상이 노인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청년층 인구는 통계작성이 시작된 1993년(60만) 이후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10월 말기준 도내 청년층(15~29세) 인구는 33만3999명으로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그쳤다.

이보다 큰 문제는 전북의 경우 사망자보다 출생아가 적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단 점이다.

저출산·탈전북·결혼기피 현상의 합작품이란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민등록상 올 1월에서 11월까지 도내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1만63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천339명이나 감소했다.

높은 집값과 양육비 등 경제적 여건이 악화되면서 육아와 보육 등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출생아 수의 감소로 직결됐단 평가다.

여기에 같은 기간 사망한 전북도민은 1만3천255명으로 전년과 비교할 때 4.4%늘었다.


▲ 부안과 남원 등 지역 우수사례 모델 확대 방안 절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도내 인구 정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다양한 출산장려책에도 출생아가 계속 감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출산을 주저하는 근본적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 일회성 지원에 급급하다 보니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당장 도와 14개 시·군이 올해 추진 중인 출산장려책은 수십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출산과 직접 관련 있는 정책은 절반이 안 된다.

이마저도 둘째와 셋째 아이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점점 늦어지는 결혼 추세로 고령 산모가 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시점이다.

인구절벽은 재앙이다.

처방을 하지 않을 경우 생산가능인구 감소, 경제성장 둔화와 같은 쓰나미를 맞을 수 있다.

따라서 실적 위주의 정책보다는 지속 가능한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이를 낳고 지역사회를 떠나지 않도록 사회·경제적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

그러나 청년실업·정주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사안이어서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도내에서는 부안과 남원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전국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부안兒(아) 키움 디딤돌 프로젝트’는 출산 장려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부안아이 대학생 반값등록금 지원과 넷째아이 성장단계별 지원, 군민과 공감하는 저출산 인식개선 사업 등 중장기 정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또 출산장려금 확대 지원과 신생아 마더박스 지원, 임산부 산전 기형아 검사 지원, 셋째아 이상 국민건강보험료 지원 등 단기적 출산장려정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사다리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일시적이고 형식적인 정책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아래 출산가정에 감동을 주고 지역사회에 출산 장려 분위기를 조성, 차별화된 사례들이 추진 중이다.

남원시도 ‘아이조아라’ 프로젝트를 통해 산모보건 취약지역 네트워크를 구축, 지역기반을 활용한 건강한 노년지원, 아파트 공동체(도시형 돌봄), 마을 공동체(농촌형 돌봄)사업 등을 추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 접근성을 높이고 자발적 광역행정협의체를 구성, 보건 의료서비스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각종 시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저출산에 대한 지역의 우수사례를 좀 더 발굴해서 현실적인 프로젝트를 시군에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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