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내 어린 시절 가수 백설희 씨가 불렀던 노래다.

연분홍 치마는 마치 우리 강산의 처녀들 마음을 들뜨게 하는 봄바람처럼 하늘거린다.

이 노래 가사에는 인위적인 시어가 없다.

50-60년대 당시에 농경 사회에서 모두가 볼 수 있었던 자연적인 것들이다.

봄바람, 산제비, 성황당길, 꽃, 별, 풀잎 등 모두가 서정적인 순수 우리말 들이다.

이 노래에는 현대인의 경쟁, 삶의 각박함, 이별의 아픔, 사랑의 슬픔 등의 느낌도 없다.

이 노래에는 그냥 열아홉 처녀의 부끄러움과 봄의 꽃과 꽃이 시들어 가며 봄이 감을 아쉬워하는 아름다운 서정의 노래이다.

그런데 그동안 이 노래를 처음 불렀던 백설희 씨는 고인이 되고 12명의 가수에 의해 다시 리바이벌 된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봄노래가 되었다.

자연계에 사계절이 있듯이 우리들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다.

그런데 자연계의 사계절은 각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그 아름다움을 맛보게 되는데, 인생의 사계절은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그 아름다움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그리고 자연계의 사계절은 매년 되풀이 되지만, 인생의 사계절은 한번뿐이라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편견일 뿐 인생도 자연도 계절이 다시 오지 않는다.

작년 봄에 피었던 새싹들은 이미 낙엽이 되어 사라졌고, 작년 겨울에 내렸던 눈은 이미 녹아서 사라진지 오래다.

오히려 필자는 자연의 계절보다 인생의 계절이 훨씬 진취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연의 계절은 기후조건 등 자연현상이 만들어 내지만 인생의 계절은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춘을 그리워 하지만 말고 청춘을 만들어 청춘처럼 살면 되는 것이다.

어느 날 성당에서 ‘혼인 갱신식’을 한다고 했다.

젊은 시절 철모르고 했던 결혼식을 하느님 앞에서 다시 맹세한다는 것이란다.

이처럼 인생의 계절은 자기 마음대로 전후를 순환시키며 생각에 따라 맞이하는 것이다.

요즈음 시장에는 계절을 초월한 것들이 많다.

겨울에 딸기가 나오고 여름에 얼음이 나온다.

청춘에만 집착하지 말고 젊음을 꿈꾸는 희망과 여유를 가지면 청춘이다.

자연계의 계절에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특징이 있듯이 인생의 계절에도 나름대로의 아다움과 특징이 있다.

우리 주위에는 정년 후에 새로운 출발을 한 인사들이 수없이 많다.

정년퇴임을 창조적 은퇴라고 하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100세 시대에 노년에도 얼마큼 창조활동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를 증명한 사람들은 허다하다.

이것이 청춘이다.

노년기에도 정신적으로는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노인들은 성숙하면서도 순수하고 세상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증가한다.

자연의 계절은 순환 되지만 인생의 계절에는 변화와 안정의 순환 과정이다.

인생은 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옮겨가는 과정에는 변화와 성장을 위한 고통이 따른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정년이면 인생이 끝난다는 불안 때문에 의기소침 해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인간 일생의 가능성에 대해서 더 많은 계발을 하자.

사람은 탄생으로부터 시작된다.

태어나서 부모와 선생님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청년시대를 거친다.

그러나 이런 정의는 그저 일반적으로 운위되는 것을 종합한 것뿐이다.

자기의 취향에 따라 열심히 노력한다면 일을 통해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이에 있다.

자기가 하는 일에서 청춘기처럼 열정을 다하고 행복을 맛볼 수 있다면 이야말로 행복이 자기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첩경이고 이것이 인생의 청춘이다.

자연계의 계절과 마찬가지로 인생에 있어서도 사람에 따라 계절이 빨리 오는 경우도 있고 늦게 오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인생의 계절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자연은 여름에 땀 흘려 일하고 겨울에 수확을 얻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맞이하는 인생에서 뼈저리게 일하면 그 인생의 계절에서 상은하는 결실을 얻게 되는 것이다.

건강하고 마음씨가 곱고 적절하고 정직한 재산이 인생에서 아름다운 계절을 생성한다.

/안도 전북문화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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