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수치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치가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면 올해는 정치 경제적으로 그 어느 해보다 전북의 자존감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국회에서는 전북 출신의 정세균 국회의장이 자리를 잡고 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19명의 도내 출신 장·차관 및 청와대 수석 등이 임명됐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3선의 이춘석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역대 최대인 6조 6,000억원에 달하는 국가예산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신규사업만 해도 248건으로 전국 최다이며, 도 예산은 사상 최초로 6조원 대에 진입했다.

장기간 해결되지 못했던 새만금 사업이나 국립 지덕권 산림치유원 등 숙원사업에 대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2023 세계잼버리 대회의 새만금 유치 역시 의미가 있다.

자존감이 높아진 배경에는 지난 총선 당시 3당의 정치적 역학구도 하에서 전북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 내지는 정치적 역학구도에 의존하는 자존감은 정권이 교체되거나 양당체제로 복귀해버리면 정치적 영향력은 쉽게 사라질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다.

전북의 국가예산은 국가예산의 증가에 비례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국가예산을 최대로 확보하는 게 전북의 자존감이라면 전북의 자존감은 매년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을 전북의 자존감과 존재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예산의 확보 역시 많은 부분 정치권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전북도의 존재감 때문만은 아니다.

2018년부터 전북도의 과제는 높아진 전북의 자존감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자존(自尊)의 국어사전적 정의는 ‘자기의 품위를 스스로 지킴’이라는 뜻이다.

품위, 즉 자존은 전북 스스로 지켜야 한다.

자존을 세우는 것 못지않게 그 자존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품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게다가 스스로 지켜야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전북에서는 이번을 기회로 정권이 바뀌는 등의 상황변화 속에서도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고,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중앙정부의 다양한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단순히 전북의 몫을 넘어 시스템적으로 전북의 몫을 보호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만큼 좋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북의 자존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정치에서의 전북의 자존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적 자존감 역시 정치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 전북 자존감의 과제는 정치권의 과제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호남정치라 하면 전남과 광주의 정치를 의미한다.

그만큼 전북 정치권의 존재감이 미약했다는 방증이다.

전북의 정치인은 중앙의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앙 정치권에서 다선(多選)으로 주요 위치에 있다고 하여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다선으로서 도전해야 할 일에 도전하고, 그에 맞는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전북 정치권에서는 동시에 차세대 정치 신인의 발굴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치신인은 전북 지역에 한정해서는 안 되고 인물이 없다고 속단해서도 안 된다.

또한 전북의 정치인은 전북도가 중앙정부와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그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2017년에 전북의 자존감과 존재감을 위한 기초를 다졌다면 2018년부터 향후 4년 동안은 그 기초를 더욱더 굳건히 해야 한다.

정치권과 전북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이며 전북도민의 기대 역시 크다.

/이로문 민주정책개발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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