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동 천사공원에
6천27만원놓고 훌쩍떠나
18년간 5억5,813만원 달해
경제한파에도 사랑 나눔

지난 2000년부터 18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선행을 이어오고 있는 전주시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가 28일 노송동 주민센터에 6,027만 9,210원의 성금과 함께 '소년소녀가장여러분 힘든 한해 보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꺼라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을 함께 보내왔다. 얼굴없는 천사는 올해까지 총 5억 5813만 8710원의 성금을 기부한 상태이다./김현표기자
지난 2000년부터 18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선행을 이어오고 있는 전주시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가 28일 노송동 주민센터에 6,027만 9,210원의 성금과 함께 '소년소녀가장여러분 힘든 한해 보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꺼라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을 함께 보내왔다. 얼굴없는 천사는 올해까지 총 5억 5813만 8710원의 성금을 기부한 상태이다./김현표기자

올해도 변함없이 전주시 노송동에 '얼굴없는 천사'가 찾아오면서 지역사회에 훈훈함을 전해주고 있다.

그간 '얼굴 없는 천사'는 17년 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천만 원이 담긴 종이박스를 몰래 놓고 사라져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지난 2000년에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올해로 18년째 선행을 베풀면서 귀감을 얻고 있다.

28일 오전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40~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날 전화를 받은 노송동 주민센터 이은영 주무관은 "전화를 건 남성은 '동사무소 뒤로 가면 돼지저금통이 놓여있다'라는 말만 남긴 채 별다른 이야기 없이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이에 직원들은 곧바로 천사가 언급한 장소인 천사공원으로 달려갔고, 이 곳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이 놓여 있었다.

이날 얼굴없는 기부 천사가 두고 간 돈은 총 6,027만 9,210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보다 1,006만 1,270원이 많은 수치다.

여기다가 상자 속 A4 용지에는 큼지막하게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든 한해 보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 꺼라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져 있었다.

이러한 기부 실천은 해마다 연말을 기점으로 이뤄져 올해로 18년간 모두 5억5,813만 8,710원에 달한다.

전주시는 이 성금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할 방침이다.

전주 노송동에 거주하는 송 모씨는 "사실 올해는 유난히 지역경제가 어려움에 봉착함에 따라 해마다 기부실천을 해온 얼굴없는 천사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었다"면서 "올해도 변함없이 기대에 응해준 얼굴없는 천사 소식이 한동안 화제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매년 지속되는 천사의 뜻을 널리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본딴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지역의 홀로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을 돕는 다채로운 나눔과 봉사를 추진해 오고 있다.

게다가 전주시는 이 같은 선행을 기리기 위해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고 쓴 표지석을 세우고, 천사가 오가는 길을 보행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로 조성키로 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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