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수많은 술자리에서 단 하나의 건배사를 밀고 있다.

벌써 2~3년 써먹어서 좀 진부하기도 하지만 ‘남자는 직진~!’이다.

어느 존경하는 주당(酒黨)께서 만들어 낸  건배사인지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이 건배사 하나로 소맥 몇 잔은 더 들어간다.

폼 잡기 좋아하는 정치인이나 기자들에게는 최고의 건배사다.

직진-! 국민과 당을 위해 직진, 정론직필을 위해 직진, 갖다 붙일 곳도 많다.

그러나 사람사는 세상은 건배사처럼 되지 않는다.

직진만 할 수는 없는 게 인생사다.

조금 쉬기도 하고 우회하기도 하고 아니면 뒤로 물러나기도 해야 한다.

일본 전국시대의 오다 노부나가는 직진의 장수였지만 천하 통일 직전 부하에게 목숨을 내 줬고, 미적미적했던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경쟁자들이 다 죽은 뒤에 천하를 차지했다.

직진과 우회, 상대에 대한 설득에 능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두 장수의 중간에서 최초의 일본 통일을 이뤄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야권 최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양 당이 통합하느냐, 통합이 불발되느냐에 따라 야권의 정치 지형은 새롭게 그려진다.

전북에서도 마찬가지다.

통합을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은, 그 선택에 따라 정치적 책임도 지게 된다.

당장 6월 지방선거와 2020 국회의원 총선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어느 쪽을 선택했든 정치인은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안철수 대표와 함께 통합을 추진하는, 국민의당 사무총장 김관영 의원(군산)은 통합파의 선두다.

40대이지만 도내 정치권에선 ‘차기’로 꼽혀왔다.

전북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김관영 이름 석 자는 빠르게 회자되고 있다.

이른바 그가 고시 3관왕이라는 점 때문이 아니라 재선을 지내는 동안의 정치력에서 인정을 많은 덕이다.

김관영 의원은 기획재정부 출신이고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에서 이름을 날렸다.

기재부 출신답게 군산시의 2018년 국가예산 1조원 시대를 연 주역이다.

김 의원의 노력에 힘입어 군산시는 3년 연속 1조원 시대를 달성했다.

대단한 업적이다.

김 의원은 김앤장 출신이어서 법조 인맥도 탄탄하다.

따라서 야당의 핵심 율사 역할도 담당한다.

이처럼 두뇌회전이 빠르고 다방면에 인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세 분석력과 통찰력이 상당 수준인 김관영 의원이 왜 통합을 선택했는 지에 대해 도민들의 관심이 크다.

도내 7명의 국민의당 지역구 국회의원 중 김 의원만 유일하게 통합파로 분류돼 다른 의원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유는 뭘까?통합 반대 의원들은 지역 민심이 대체로 통합 반대이며, 특히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는 햇볕정책을 포함해 DJ의 대북 안보관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통합 논의 자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역구에서 통합얘기를 꺼냈다가는 본전은커녕 쓴소리만 잔뜩 듣는다고 말한다.

김 의원이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김 의원은 통합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다.

당의 외연확장을 통해 제3정당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야의 극단대립, 양당 체제에서 벗어나 국민의당이 분명한 제3의 개혁세력이 돼야 한다는 것.

분명, 김 의원의 통합 진정성과 소신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 의원 자신이 개인적 목표 달성을 위해 통합 전선의 최전방에 나선 것도 아닐 것이다.

김 의원의 통합 선택에 대해 잘 했다거나 잘 못했다거나 평가할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 더 지역여론을 살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예를 들면 군산내 통합 관련 여론조사를 한다든지 지역 유권자들의 의견도 더 들어봤으면 한다.

그래서 군산 여론을 참고로 최종 결정을 내리면 좋지 않겠는지.

남자는 직진이라 하지만, 멀리 가기 위해서는 너무 많이 나가서도 안 된다.

전북과 군산을 위해서도 그렇다.

/김일현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