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별 첫장편소설 '시인과 기자의 어느 금요일'
유려하고 서정적 문체 로맨스 소설의 품격 더해

2017년 ‘문예연구’ 겨울호에 신인문학상 시 부문으로 등단한 최은별의 첫 장편소설 ‘시인과 기자의 어느 금요일’(신아출판사)이 발간됐다.

이 소설은 시인다운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장들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으며, 비단 사랑 뿐 아니라 꿈, 청춘, 낭만, 운명 등에 대한 다양한 고찰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두 주인공이 번갈아가며 일인칭 화자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성도 이채롭다.

저자만의 담백하고 서정적인 문체가 15년 전 겪은 한 순간으로 인해 운명론자가 된 여 주인공과 2년 전 최악의 이별을 경험한 후 연애에 회의감을 갖게 된 남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하는데도 압도적인 기량을 보인다.

더욱이 기차역 대합실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일상의 정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부분이다.

신인답지 않은 유려한 문체로 극을 이끌어가는 작가를 통해 독자들은 로맨스 소설이 가지는 품격을 실감할 수 있다.

찰나의 만남으로 운명론자가 된 시인과 쓰라린 실연으로 연애에 회의감을 가진 기자가 운명 같은 일상의 기차역 대합실에서 조우한다.

시인은 누군가의 시를 읽는 기자가 신경 쓰이고, 기자는 맞은편의 시인을 마음에 둔다.

이렇게 만나게 된 두 사람이 풀어내는 사랑의 이야기가 일정한 패턴에 젖지 않고 참신하게 전개돼 자못 흥미롭다.

플롯 하나하나가 마치 일상 속에서 맞닥뜨려지는 독자의 사랑과 다름없다.

소통과 공감의 긴밀한 끈이 작품 곳곳에서 독자의 시선을 환기시킨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이 소설은 저자의 사랑을 바탕에 두고 형성시킨 때문이다.

덕분에 작중 인물들의 심리는 마치 연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리얼하다.

사랑에 빠졌거나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십중팔구 동의할 수밖에 없는 일상과 내면의 현실이며 소통이 아닐 수 없다.

판에 박은 로맨스 소설에 식상한 독자에게는 올해 새롭게 등장한 최은별 작가야말로 하나의 기대주로 다가설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사랑에 대한 저자의 고찰이 보편적이면서 분명한 개성으로 번뜩이고 있다.

더욱이 시인인 저자 특유의 담담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마치 영화처럼 생생하게 보이고 느껴지게 만드는 점도 압권이다.

간결하면서도 유려한 문체는 품격의 로맨스 소설로 창조시키는데 손색이 없다.

소소한 에피소드 또한 큰 울림을 남기며 진한 여운과 감동으로 독자의 감성을 적신다.

한국 로맨스 소설의 질적 전환점을 이 작품이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운명을 기다리는 여자와 그녀의 운명이 되고 싶은 남자의 달콤한 로맨스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꽃이 피는 봄의 냄새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1985년 전주에서 태어난 최은별은 전북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2017년 ‘문예연구’ 겨울호에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고,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전북문단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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