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행위 등 다양한 상황 연상
순창군 대가리서 충북 방광리
경기 하품리-전남 월경리까지
선조들 민속신앙 유래 엿보여
행자부 104곳 지명 변경 실시

일원동이나 신사동, 오류동과 같이 서울 내 위치한 동네 중 독특한 이름을 가진 곳은 그것을 빙자한 농담이 하나씩 있다.

좀 식상해서 예문을 들지는 않겠지만 전국 어디든지 이슈가 되는 사안 혹은 어떤 사물이나 행위 등 다양한 상황이 연상되는 독특한 지명 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역 이름의 농담이나 놀림도 지겹도록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연상되는 그 무엇과 전혀 상관없고 오히려 뜻풀이를 해보면 좋은 의미가 많은데 말이다.

이런 독특한 지명들을 몇 가지 찾다보니 웃음이 나기도 하여 공유를 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 거론된 지명에 사시는 분들을 조롱할 뜻은 추호도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

먼저 신체 부분이 연상되는 마을 이름부터 보자.

가장 먼저 우리 고장 순창군 풍산면에 대가리가 있다.

그리고 충청남도 금산군 복수면 목소리, 경상남도 합천군 용주면 손목리 등이 있다.

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에는 방광리가 있다.

그리고 신체 기관은 아니지만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의 방구마을과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에 하품리도 있다.

여자라면 조금 민망한 지명도 있다.

전라남도 곡성군 삼기면에 있는 마을 월경리는 대명산 끝자락에 있는 산골마을이다.

옛날에 이곳이 곡성현과 옥과현의 경계에 있었다 하여 경리라 불렀던 것을 후에 월경리란 지명으로 바꾸었다.

경북 고령군 개진면에는 생리가 있고 경기도 용인군 용인읍에는 유방리가 있었으며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 가면 임신마을이 있었다.

음식이 연상되는 지명도 있다.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우동리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는 국수리가 있다.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의 계란리, 경상북도 군위군 의흥면에는 파전리가 있는가 하면 경상남도 양산시 웅상읍에는 소주리가 실제로 존재한다.

소주를 과하게 마셔서 주정이라도 부리면 참 곤란한데 충청남도 청양군 대치면에는 주정리가 있고 경상남도 함안군 가야읍에는 신음리가 있다.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에는 유흥리도 있다.

한 때 행자부가 행정구역명칭 정비대상 후보 104곳을 발표해서 지명변경 논의가 급물살을 탔던 때가 있었다.

이 시기에 몇몇 지명들은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통곡리'와 '죽2리'는 각각 '산수리'와 '원평리'로 바뀌었고 대구시 달서구 '파산동‘은 '호산동'으로 바뀌었지만 전남 담양의 ’객사리‘처럼 주민들의 애착이 강해 그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 마을도 있습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대변리는 멸치축제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이유로, 경북 청도군 구라리, 전남 해남군 고도리 충북 충주시 야동리 등도 변경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친근하고 기억하기 좋다는 등의 이유로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망치리, 충북 증평군 증평읍 연탄리,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박리, 전남 화순군 북면 노치리, 전남 진도군 진도읍 성내리, 전북 장수군 번암면 지지리, 충북 영동군 상촌면 고자리 등도 독특한 이름 들이다.

그리고 우리 지명에서 알아 두어야 할 유래가 있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민속신앙 중의 하나이지만 예전에는 동네어귀나 사찰 입구에서 어김없이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 장승이다.

장승은 경계의 표시이기도 했지만 악귀를 막는 수호신이기도 했다.

이런 장승이 서 있는 곳을 장승배기라 했다.

그리고 ’모래내‘는 두 길이 나란히 곡류를 하면서 흐르던 하천에 모래 퇴적물이 많이 쌓여서 모래내라 칭하였다.

서낭당은 우리나라 고유의 산신으로 토지와 마을을 지켜 주는 서낭신을 모신 신역으로서 신앙의 장소이다.

이곳을 내왕하는 사람들은 돌, 나무, 오색 천 등 무엇이든지 놓고 지나다녔다.

물론 그곳의 물건을 함부로 파거나 헐지 않는 금기가 지켜짐은 말할 나위가 없다.

서낭이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서, 또는 석전에 대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민간에서의 서낭은 종교적 의미가 농후하다.

고유 지명이 내포하고 있는 속성을 보면 지명에는 역사가 있다.

그리고 지명에는 땅 모양이 있고 지명에는 생활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지명에 옛말이 있다.

땅이름은 우리말의 어원을 밝히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어감에 따라 쉽게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도 전북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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