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가상화폐' 개발 등
'폰지사기' 가짜코인 팔아
3만5천명 1,552억원 편취
20~30대 묻지마 투자 늘어
모든 재산 투자했다가 낭패

도내 채굴장 등장 24시 가동
개인투자자 전문업체 의뢰
채굴기 1대당 월 1개도 안돼
정부 압박 비밀리에 활동

이달부터 실명인증 거래
법무부 거래소 폐지안 발표
'도박 개장죄' 적용 가능성
투명성 확보 불법행위 차단
거래인 300만명 폐지 미지수
제도권 안에서 보안 마련을

전북을 비롯한 전국이 온통 ‘가상화폐 광풍’으로 들썩이고 있다.

도내에서도 지난해 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자를 꼬드겨 투자금 일부를 가로챈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곳곳에서 설명회를 열고 투자자를 현혹했다.

가상화폐 수집용 고성능 컴퓨터 일명 ‘채굴기’를 미끼로 사기 범죄도 발생했다.

이 같은 사기범죄는 전북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장밋빛 희소식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격이 급락해 손해를 본 투자자, 고수익을 약속하는 투자자에 속은 피해자, 가짜 코인을 이용한 다단계 사기피해자 등 가상화폐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급락해 투자자들이 버티기와 손절매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방안도 연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가상화폐에 대한 지침은 올 1월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인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거래소의 전면폐지안도 내놨다.

하지만 거래소 전면폐지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가상화폐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도 20만명을 넘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 가상화폐 문제에 정부 대응책이 주목된다.

전국적으로 ‘광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 사기수법과 피해, 실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탕주의 사기수법과 피해 실태  

최근까지 가상화폐 투자광풍 속에 ‘한탕주의’를 노린 사기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비트코인 열풍은 ‘열풍을 넘어선 광풍’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사기수법도 각양각색이다.

가상화폐 투자센터를 설립한 A씨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6개월 만에 투자금의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올려주겠다”며 투자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미 투자한 이들에게는 “다른 투자자들을 데려오면 투자금의 15~35%를 지급하겠다”며 유혹했다.

이들은 서로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온라인 거래소까지 운영하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 같은 사기행각을 통해 1년 만에 3만5000명으로부터 1552억원을 편취했다.

A씨 일당은 가짜 코인을 팔면서 사기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투자자들끼리 양수, 양도가 가능하도록 온라인 거래소까지 운영했다.

후속 투자자에게서 돈을 받아 기존 투자자들에게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방법으로 다단계 사기에서 전형적으로 쓰이는 ‘폰지 사기(Ponzi Scheme)’ 수법이다.

지난해 발생한 145억원대 가상화폐 사기극 ‘빅코인’ 사건도 전형적인 폰지 사기 수법의 하나다.

또 ‘한국형 가상화폐’를 개발해 해외에서 특허를 받았다며 투자자들을 유인한 사례도 있다.

가상화폐 사기범죄로 인한 도내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인생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대박 인생’을 기대하며 도내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20~30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시세 급변동에 따른 수익 창출과 손실 절감의 희비가 교차하면서 새로운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더욱이 가상화폐 투자로 투자금의 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는 대박 소식이 곳곳에서 전해지면서 가상화폐에 20~30대 위주로 일명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는 추세다.

완주공단에 다니는 직장인 한태호(29)씨는 근무시간에도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휴대폰으로 가상화폐 사이트에 접속해 매번 매입한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손익 등을 분석해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주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김인호(31)씨는 최근 한 후배가 가상화폐에 투자해 한 달 만에 2배가 넘는 고수익을 창출해 자동차까지 새로 바꿨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가 갈수록 높아졌다.

이로 인해 김씨는 200만원의 여윳돈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한 후 5일 만에 거의 40%가 넘는 수익을 얻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고수익금을 얻은 김씨는 더욱 과감한 결심을 실행했다.

그는 그동안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5년간 저축해오던 정기적금 2,000만원을 해약하고 곧바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김씨는 “월급을 안쓰고 저축해도 집 장만 하기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떠오르는 가상화폐의 고수익 기대를 생각하면 인생 역전의 기회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화폐 투자에 ‘올인’했다가 오히려 ‘쪽박’을 차는 도민들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에서 직장에 다니는 강모(30)씨는 가상화폐 구입을 위해 그간 열심히 모아온 돈과 적금,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해 총 5,0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발언 등의 여파로 최근 가상화폐 시세가 요동을 치다가 급락해 투자금이 2,500만원까지 떨어지는 반 토막 나는 손실이 발생하면서 난색을 표출하고 있다.

이씨는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이틀 만에 가격이 폭락해 지금은 원금까지 손실을 보고 있는 실정에 사실 황당한 경험을 치르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남은 가상화폐를 전부 팔아야 하지만 다시 오를 것 같은 기대감에 손절매도 못하고 그냥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고 토로했다.
 

▲도내에도 가상화폐 채굴장 들어서  

가상화폐 열풍이 몰아치면서 전북지역에서 다양한 규모의 가상화폐 채굴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가상화폐 채굴장은 한 때 투자자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이 뜨거웠지만 최근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 과열화를 막는다는 강경 카드를 꺼내자 노출을 피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전주시 한 변두리에 소재한 소규모 채굴장은 창고형으로 지어진 철제 선반에 놓인 채굴기가 24시간 가동되고 있었다.

가상화폐 채굴기는 고성능 그래픽카드(GPU)와 채굴용 주문형 반도체(ASIC), 연산프로그램 등이 설치된 컴퓨터 본체로 구성돼 있다.

채굴기와 컴퓨터가 내고 있는 열기는 대형선풍기와 에어컨이 식혀주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곳의 각 채굴기에는 희망한 투자자들의 이름표가 붙어 있는데 직접 채굴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상화폐를 직접 구매하는 것도 부담되는 개인 투자자가 전문 업체에 채굴을 맡긴 것.

채굴기 값은 가상화폐 투자자가 부담하고, 업자는 채굴기 1대당 관리비 받고 대신 가상화폐를 캐주고 있다.

채굴장은 3교대로 운영돼 세 명이 교대 근무를 하며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이는 시간이 곧 돈인 가상화폐 채굴시장에서 한 순간이라도 기계가 멈추면 안 되는 이유다.

채굴기 1대당 채굴할 수 있는 가상화폐는 월 1개가 채 안 된다.

채굴할 수 있는 양도 상황에 따라 다른데 가상화폐는 탄광의 금처럼 양이 한정돼 있어 시간이 갈수록 채굴량이 줄어 채산성이 낮아지는 구조다.

이더리움의 경우 이달 기준 한 달에 약 0.9개를 캘 수 있으며, 비트코인은 5년 간 채굴해야 겨우 12.5개를 얻을 수 있다.

도내 채굴업계 관계자는“전북지역에서도 땡글닷컴 등 여러 채굴 커뮤니티에서 투자자와 채굴업자 간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최근에는 정부의 압박이 심해진 이후 채굴활동이 더욱 비밀스러워져 도내에 크고 작은 업체가 몇 개가 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내 가상화폐 투자자인 강 모(35)씨는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강경한 제재 카드를 꺼낸다 해도 거래소 운영 폐지나 가상화폐 채굴 금지 등의 극단적인 제재 조치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 발표 없이 막연하게 ‘투기’라는 미명하에 시장에 혼란을 부추기는 움직임은 더욱 큰 피해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투자사기 대책과 실효성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가상화폐에 대한 지침은 지난해 12월28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가상화폐 대책이 유일하다.

조만간 종합대책을 발표할 전망이다.

핵심은 올 1월부터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서는 실명 인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실명인증 절차가 시작돼야 안심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가상계좌 발급이 재개되면 새로운 투자자들이 시장에 참여 할 수 있게 되고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명인증 시스템을 살펴보면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서 거래소에 가입하고 가상계좌를 받아야 한다.

이 가상계좌는 거래소가 미리 발급받아서 가입자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거래소 가입 당시 실명인증을 거치긴 하지만 계좌자체가 실명제는 아닌 셈이다.

정부가 제시한 것은 가입자의 은행계좌와 가상계좌를 같은 은행으로 통일하고 두 계좌의 실명확인을 연동시키라는 것이다.

이는 곧 가상계좌를 진짜 은행계좌와 동일하게 관리 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거래소의 전면폐지안도 내놨다.

법무부장관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이전에도 여러 가지 대책을 유관부처 합동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게 법무부 시각이다.

이와 관련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형법상 ‘도박 개장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시사했다.

대신 정부는 가상화폐 실명제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실명 확인이 인증된 가상화폐 관련 거래에는 은행 계좌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보다는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자금세탁과 탈세 등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불법과 투기적인 가상통화 거래를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방향이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맞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금을 부과하면 과도한 투기수요 유입을 억제할 수 있고 과세 정보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거래 내역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 불법적인 거래를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인이 약 300만명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실제로 거래소 폐지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차원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법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지도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와 거래 계좌를 제공하는 시중은행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 공세를 펼치고 있다.

가상화폐 범죄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무엇인지 투자자들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가상화폐는 사기범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라며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한 뒤 보안시스템 정비, 과열 방지 등 체계를 마련해 사기를 막을 방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신우기자 lsw@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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