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디지털 기술 부족-정보량 한계 등

1980년 초 CD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1980년 초 CD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잡음 하나 없이 깨끗한 음질은 기존 LP에서 경험하지 못한 충격 그 자체였다.

디지털 기술의 개발로 이제는 LP의 ‘지지직’하는 잡음을 듣지 않고 순수하게 음악 자체만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CD의 등장으로 LP의 존재는 점점 사라질 것이란 예견도 나왔고 실제 현실로 다가오기도 했다.

사람들은 모두 CD에 열광했고, LP 시장은 급격하게 쇠락하면서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CD가 등장한 초창기에는 잘 몰랐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단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큰 단점은 아이러니하게 너무나 완벽한 음질 재생으로 인한 후유증이었다.

CD로 음악을 들으면 처음엔 너무나 깨끗한 음질로 귀를 사로잡지만 이내 피곤한 감이 들고 무언가 허전함이 가슴에 밀려든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그 원인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원인이 디지털 기술의 한계란 것을 알아차리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시 CD는 디지털 기술이 부족함이 많았다.

LP 한 장이 가진 정보량을 CD 한 장에 모두 담을 수 없었다.

LP 한 장이 정보를 다 담으려면 CD 두 장 이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수익이 맞지 않을 거란 예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주파수 영역대를 잘라 정보량을 줄이는 시도가 나왔다.

즉 인간의 귀가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영역대는 20Hz에서 20KHz까지다.

하지만 기존 LP에는 이 영역대 이상 그리고 이하가 녹음된 것이다.

당시 CD 개발자들은 인간의 가청 영역대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의 주파수를 가차 없이 삭제했다.

어차피 인간이 듣지 못하는 대역이고, 또 이렇게 해야만 LP 한 장의 정보를 CD 한 장에 다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런 시도는 이내 사람들로 하여금 CD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됐다.

사람들은 CD를 들을수록 깨끗한 음질에 감탄했지만 기존 LP가 주는 음의 풍성함과 감성적 측면의 음악 감상은 기대 이하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LP가 비록 잡음은 발생하지만 오히려 CD보다 음악 감상에 월등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시 LP를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레코드 회사에서는 LP 재제작에 들어갔고, 어느 순간 사라진 턴테이블이 다시 등장했다.

LP로 음악감상을 시작했던 사람들은 CD를 멀리하고 다시 LP를 찾았다.

돌고 도는 게 유행이고 세상사라지만 음악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생긴 것이다.

오늘 소개할 음반은 차이코프스키의 ‘1812 서곡’이다.

이 음반은 고음질을 자랑하는 텔락 레이블에서 발매한 것으로 음반 녹음 시 실제 대포를 사용해 화제를 모은 앨범이다.

자칫 음량을 올렸다간 스피커 이상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경고문이 앨범 자켓에 붙을 정도로 고음질을 자랑한다.

CD로도 발매가 됐지만 오리지널 음반은 LP로 발매됐고, 이후에도 재발매가 돼 마니아라면 반드시 소장하고 있는 음반이다.

이 음반의 진면목을 느끼기 위해선 CD 플레이어보다는 턴테이블을 통한 감상을 권한다.

기존 LP가 주는 음의 풍성함이란 이런 음반을 두고 이야기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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