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수도 전주 문화 띠 잇기 #5 오금태 국악동호인

2월 총회후 존재감 없던 과거 모습 청산해야
'좋은 게 좋은 것이다' 탈피해 명성 찾기 필요
이익 우선 나눠먹는 적폐 청산-발전 강구등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대사습 보존회가 또 다시 법정 다툼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다행스럽게 고소가 취하되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만약 이번 법정 소송이 그대로 진행이 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아마도 보존회는 존재해야 할 이유마저 잃어버리며 돌아오지 못할 길로 표류하고 말 것이다.

실제 정확히 일 년 전 보존회는 법정 다툼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당시 긴급이사회를 통해 이사장 권한대행을 선출했는데 이에 불복한 상대편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이사장 권한대행의 선출이 절차상 하자를 범했다면서 권한대행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접수했다.

이를 두고 내외부에선 여러 가지 말들이 나왔다.

보존회가 지금 법적 다툼에 들어갈 때인지 안타까운 시선이 맴돌았고, 심지어 권한대행 선출에 직접 나선 이들이 어떤 권리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는지 이해조차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결국 법원은 이와 관련된 소송을 기각했고, 권한대행은 정식 이사장 직무를 수행하게 됐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이사장 권한대행 선거 직전 터져나왔던 대사습놀이 심사위원 뇌물파동으로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받던 보존회가 정신이 차리지 못하고 내부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에게 대사습대회를 맡길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부풀었다.

결국 예산을 지원하는 전주시는 보존회를 제외하고 조직위원회를 꾸며 대사습대회를 강행했다.

보존회도 제외되고 대통령상마자 취소된 채 어렵사리 진행된 대사습대회는 예상대로 참가자 저조, 참가자 기량 부족 등 최악의 대회로 남게 됐다.

대사습에서 제외된 보존회 역시 상처 뿐인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올해 들어 보존회는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다음 달에는 새로운 이사장을 선출하는 총회를 진행해야 한다.

신임 이사장이 선출되면 보존회는 내부를 새로 다지고 올해 대사습대회를 올바르게 치르기 위한 새 출발을 알릴 요량이었다.

취소된 대통령상도 부활시키고 엉망이 된 대사습대회를 정상으로 올려놓기 위해 할 일이 많은 상황이었다.

만약 이번 소송이 취하되지 않고 그대로 진행이 됐다면 보존회의 당초 계획은 다시 물거품이 된다.

대사습을 정상으로 올려놓기는커녕 보존회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인 것이다.

다행스럽게 소송은 취하됐다.

소송을 제기한 측도 ‘보존회와 대사습의 발전’을 소송 취하 이유로 들었다.

이제 보존회는 2월 총회를 치루고 신임 이사장을 필두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존재감이 없던 과거에서 이제는 완벽하게 탈피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대사습대회를 지난 명성에 걸맞게 올려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보존회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란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

보존회 어깨 위엔 대사습이 있으며 대사습은 전북이 자랑하는 역사요 문화자랑거리다.

수많은 귀명창과 소리꾼이 활동하는 지역이 바로 우리 전북이다.

보존회의 회복이 바로 전북의 회복임을 알아야 한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나눠먹는 식의 기존 적폐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야 한다.

소송을 취하한 측의 이야기도 귀기울여야 한다.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기보단 이들이 왜 그런 움직임을 보였는지 곰곰이 되짚어봐야 한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보존회의 거시적인 발전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기할 때다.

전북은 굴뚝 없는 공장 즉 문화예술이 발전한 곳이다.

연기가 나오는 굴뚝도 없으며 대규모 생산공장도 찾을 수 없다.

전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바로 여기에 있다.

풍부한 문화자산을 활용해 전북만의 정체성을 살리고 이것이 바로 도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물꼬를 터 줘야 한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매우 작은 소규모 도시다.

이곳은 모차르트 뿐 아니라 세계적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고향이며, 그 유명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때문에 이곳에는 해마다 헤아릴 수 없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으며, 이들을 위해 매년 7월이면 잘츠부르크 페스트벌이 열린다.

이 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로 넘쳐나며, 모차르트와 카라얀이 이 작은 도시로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북에 빗대어 비교해보자.

전북 역시 잘츠부르크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문화자산이 있다.

대사습대회 역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비하면 그 역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자산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까.

잘츠부르크가 서양음악으로 먹고 산다면 전북은 우리의 판소리로 먹고 사는 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가정이 나만의 헛된 기대가 아님을 올해 보존회 행보에 기대해본다.

이게 바로 보존회가 존재해야 할 이유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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