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이야기

고창 선운사 도솔천

가을에 붉은 낙엽의 일렁임으로 유명한 고창 선운사 도솔천.

알록달록한 낙엽을 뒤로하고, 소복이 쌓인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천을 바라보며 차디찬 바람도 잊게 해주는 설경 사이의 아름다운 길을 볼 수 있었다.

붉은 선율이 일렁이며 계절을 불태우던 가을과 달리 한적히 평온을 주는 새하얀 눈밭을 지나, 도솔천 위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되돌아볼 때 즈음 물 위에 살며시 올라앉은 살얼음을 보며 마치 정교하게 새겨 놓은 점묘와 같았다.

살얼음 위로 수많은 점과 점들이 살포시 이어져 하나의 선을 이루고, 그 선이 점점 굵어져 하나의 나무와 같은 모습을 이루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마치 나 자신이 화가가 된 것처럼 구름 한 점 없는 푸르디푸른 하얀 하늘을 나무들이 받들어 지탱하는 한 폭의 그림을 감히 이 사진 한 장에 담아보고자 하였다.

매서운 추위 사이에도 이러한 몽환적이고 수려한 아름다움을 담은 겨울.

이제 곧 찾아올 봄을 기다리며, 우리의 얼굴을 매섭게 몰아치는 추위에 급해진 발걸음을 멈추어 이러한 자신만의 한 폭의 그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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