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친구들과 만드는 공간
돈에 부담 갖지않는 무인서점
혼자만의 시간 활용 자리배치
문화기획 꿈꾸는 사람들 모임
영화의거리 가치-역할 다짐

너무 추운 날씨에 몸이 게을러졌다.

작년 연말까지 휘몰아치던 일들이 아무래도 아직까지 후유증으로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저런 핑계로 1월 한 달 동안 회사 업무를 하지 않았다.

방학이라고 인턴실습을 나온 친구들만이 업무를 했다.

대학생 친구들의 부지런함이 놀랍기도 하고, 자극도 됐지만 그래도 몸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차라리 잘 됐다 싶어서 쉬었다.

쉬면서 책방도 문을 닫고 쉬게 해줬다.

쉬면서 문 닫힌 책방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뉴스를 보면서 한가롭게 보냈다.

그러면서 문득 우리가 운영하는 책방이 조금 불편해졌다.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내가 주인이라 그런가 싶다가도 뭔가 계속 책 읽기가 불편 했다.

이상해서 아내와 대학생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책방을 좀 새롭게 꾸며보는 것이 어떠냐고 그랬다.

그렇다.

뭔가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일한지 4년차가 됐고 책방은 오픈한지 1주년이 됐다.

문화기획사를 운영하다 보니 항상 새롭고 신선한 것을 찾아 실행했는데 정작 우리가 운영하는 공간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책방 1주년을 핑계로 다시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물론 처음과 마찬가지로 직접 발품을 팔아 공사 아닌 공사를 했다.

큰 공사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비용도 시간도 들어갔다.

  변화1 “이곳은 무인으로 운영되는 책방입니다.

맘껏 쉬었다 가세요.

” 처음 책방을 만든 이유는 책이 좋아서였다.

그리고 살면서 읽었던 1권의 책이 주는 힘이 생각보다 크고 소중했다.

그 소중함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책을 선택했다.

그리고 운영 방침을 무인으로 결정했다.

책방이 위치한 고사동 영화의 거리는 다양한 상업공간이 존재한다.

그 점이 안타까웠다.

돈을 쓰지 않으면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런데 사람이 지키고 있으면 필수적으로 서비스가 수반되고 이에 응당한 지출을 해야 한다.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카페 같은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돈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고 책과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무인서점으로 탄생했다.

전주시 최초다.

  변화2 “나만의 시간을 가지세요.

” 책방 리모델링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을 했던 것이 있다.

평소 책방을 오시는 손님들이 이곳에서 카페처럼 이야기를 하고 떠들어도 되는지, 아니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면서 조용히 있어야 하는지 구분이 힘들다는 거였다.

사실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책방을 만들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두 가지의 기능을 전부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의 편(?)을 들었다.

조금 오픈되어있는 각 테이블과 자리 배치를 그나마 독립적으로 설계를 했다.

창가 쪽에는 따로 좌석을 만들어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가질 수 있도록 배치했다.

부분 파티션과 대형식물들을 배치하여 테이블과 좌석간의 가림막 역할을 하여 오시는 손님들의 독립성이 보장 될 수 있도록 했다.

  변화3 “기획자의 서재.

” 갈수록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문화기획사를 운영하는 필자로서는 참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문화기획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교육이나 커리큘럼은 많지 않다.

필자도 그랬다.

다행이 책을 좋아해서 다양한 책들을 통해서 조금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문화와 기획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조금씩 감을 잡아가고 있을 뿐이다.

필자처럼 문화기획을 꿈꾸지만 어렵다고 느끼는 친구들을 위해 ‘기획자의 서재’칸을 준비했다.

약 10권정도 필자와 직원들이 읽으면서 문화기획에 도움이 됐던 책들이다.

앞으로 문화기획을 꿈꾸는 친구들이 이곳에서 그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

책방운영은 힘들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버티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책방 주인장들은 책방의 가치를 너무 잘 안다.

그게 바로 우리와 같은 책방 주인장들이 판매되는 책의 수량보다는 책방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는 이유다.

앞으로 두권책방도 전주시 영화의거리에서 그 가치 있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내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부터 먼저 책방으로 와주시길! 

/문화기획수 우깨 대표 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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