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관 익산시 여산면 위치
이병기 선생 업적-정신 기려
영상실-생애되짚기-일기 전시
도기념물 제6호 생가 설풍 일품

눈이 내리는 날은 나도 모르게 감성지수가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얘기를 나누고 싶기도 하고 혹은 펜을 꺼내 메모지에 끄적거려 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생각난 곳이 전라북도 문학여행지 중에 하나인 가람문학관입니다. 그곳을 찾아 가람의 발자취를 느껴보고, 아름다운 설경을 보면서 문학적 감성을 발산해 보고 싶었습니다.  


가람문학관은 익산시 여산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시골 동네 안에 있기 때문에 가는 길에 전형적인 농촌의 설경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을 입구에 서있는 감나무의 앙상한 가지에 소복이 쌓인 눈이 운치를 더해줍니다. 가람문학관은 가람생가 바로 옆에 있어 같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먼저 문학관 쪽으로 갑니다. 문학관 입구에는 가람 동상이 세워져 있네요. 가람은 눈이 내리는 줄도 모르고 책 읽기에 빠져있습니다.

가람문학관은 2017년에 개관했답니다. 이곳은 한국 근, 현대 시조와 국문학을 대표하는 가람 이병기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문학작품과 자료를 전시, 연구, 교육하는 곳입니다. 문학관 내부는 가람과 마주하기(영상실), 가람의 시조 음미하기(가람실), 가람의 생애 되짚기(상설전시장), 가람 기억 가져가기(체험실), 천호산 말길(세미나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영상을 통해서 가람의 생애에 대해 알아봅니다. 약 5분 정도의 동영상을 통해서 가람의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람의 시조 음미하기(가람실)에서는 공중에 달려있는 박스에 들어가면 가람의 시조가 흘러나옵니다. 시청각미디어를 이용해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가람의 생애 되짚기(상설전시장)에는 가람이 생전에 펴낸 책들을 볼 수 있습니다. 

조그만 교실도 꾸며져 있습니다. 가람의 한글강습회 교실이 연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옛 초등학교 교실과 분위기가 닮아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가람이 생전에 사용했던 물품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훈장도 보입니다. 가람이 사용했던 낙관 도장, 벼루 및 연적, 옷과 생활 용품들을 보면서 가람의 생활상을 상상해 봅니다.

가람의 일기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많은 일기장을 남긴 것을 보면 기록에도 남다른 정성을 들였던 것 같습니다. 일기 중에서 선정 된 9편의 일기가 벽에 붙여져 있습니다.

가람 기억 가져가기(체험실)에서는 글쓰기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벽에 붙여놓은 가람의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자네 생각나는 대로 하소”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한 문장 썼습니다.

이곳 벽에는 가람시조문학상 수상자 작품들이 걸려있습니다. 작품 하나씩 눈으로 감상하고 마음으로 느껴봅니다.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구 쪽에는 휴게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을 타서 창 가까운 곳에 앉았습니다. 창 밖에는 아직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가람문학관을 돌아보고 마음이 풍요로워졌음을 느낍니다. 

문학관을 나와 옥상에 올라 전라북도기념물 제6호로 지정된 가람생가를 바라봅니다. 이곳에서 보면 가람생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가람문학관이 없을 때는 낮은 시선으로만 가람생가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높은 각도에서 볼 수 있어 전망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가람생가는 조선말기 선비의 가옥 배치를 따르고 있습니다. 바깥에 보이는 사랑채는 일자 구조로 되어 있고 수우재(守愚齋)라 이름 붙여졌습니다. 수우재(守愚齋) 현판이 걸려있는 방이 가람이 평소 기거하던 방이랍니다. 금방이라도 가람이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안채는 ㄱ자형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호남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형식이지요. 옛 시골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사랑채 끝에는 승운정(勝雲亭)이라 부르는 모정(茅亭)이 있습니다. 사랑채 처마에는 고드름이 길게 달려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풍경입니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 있어 이런 장면은 좀처럼 보기가 어려운데 좋은 구경했습니다.

승운정(勝雲亭) 옆에 있는 탱자나무가 멋집니다. 전라북도기념물 제112호입니다. 가람의 고조부 때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것을 감안하면 수령이 200년은 된 것으로 보고 있답니다. 탱자나무는 관목형 나무라 키가 큰 나무를 보기 쉽지 않습니다. 정원에 심어 관상수를 가꾸었다는 것이 특별해 보이는 나무입니다. 

눈이 오는 날 가람문학관을 찾아 감성도 충만하게 채우고 멋진 설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얻었습니다. 가람생가의 초가집 설경 풍경은 이제는 익산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겨울철 문학여행지로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람문학관을 찾아 가람의 정신을 생각해 보고 가람생가의 아름다움도 느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전북도 블로그기자단 '전북의 재발견'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