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도내 메세나 경남에 답이 있다

전북은 예로부터 예향의 고장이었다.

판소리가 성행했고, 출판문화의 정점인 완판본이 이곳에서 발생했다.

해방 이후 전북은 연극, 영화, 무용 등 모든 부문에서 정점을 달려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문화예술은 재정적 문제와 매우 밀접하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듯해야 영위할 수 있다’는 말처럼 먹고 사는 문제에 시달리게 되면 시선이 가지 못하는 게 문화예술계다.

과거 전북은 풍부한 문화자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전개됐지만 최근엔 상황이 다르게 됐다.

경제적 집중도에 전북이 소외되면서 그 불똥이 문화예술계로 튄 것이다.

많은 문화자산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이나 타 지방에 비해 점점 열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정부는 공공기금 지원을 통해 부족분을 메우려는 시도를 했지만 민간 차원의 지원은 시간이 갈수록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기업차원의 문화예술지원인 메세나 활동은 전북입장에선 남의 지역 소리로 들릴 정도다.

경제적 집중도에서 소외되면서 대기업이 전북에 많지 않은 것도 이런 상황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전북 지역의 메세나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봤다.
/편집자주



지난 2013년 ‘문화예술후언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명 메세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2009년부터 사업을 추진한 지 5년 만의 결실이다.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과 예술계는 오랜 숙원을 풀며 희망찬 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의 제정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화예술진흥을 위해 문화예술후원 매개단체를 육성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문화예술후원활동에 대한 국세 및 지방세를 감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데 있다.

기업이 문화예술 후원에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커진 것이다.

서강대 전성률 교수의 ‘메세나 활동과 브랜드 충성도간 상관관계’ 결과를 보면 메세나 활동의 의미와 의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메세나 활동은 기업의 따뜻한 이미지를 상승시켰고 이는 브랜드 충성도 강화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또 메세나 활동이 기업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고 브랜드 개성 측면에서는 진실되고 세련된 이미지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즉 기업에 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구체적 메세나 콘텐츠를 개발할 경우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비해 브랜드 파워에 더 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코오롱, 삼성, 현대, 한화, 포스코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수십 년 전부터 메세나 활동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윤의 사회적 환원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적극적 홍보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메세나협회는 240여개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돼 활발한 메세나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울산 등 많은 지역에서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메세나 운동이 폭넓게 운영 중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법 제정 5년이 지난 현재 전북은 아직도 메세나 활동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향의 고장이란 명성에 비해 메세나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협회에 가입된 전북지역 회원사가 한 곳에 불과한 것이 이같은 상황을 입증하고 있다.

도내 기업들이 경제적 여유부족이나 메세나 콘텐츠 활성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 그 원인이란 평이다.

지금까지 메세나 운동에 대한 시도는 있어 왔지만 창립 또는 준비 과정에서 중단되거나 유명무실해진 것도 같은 원인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전북에서 메세나 활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년 넘게 묵묵하게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우진문화재단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 지역발전이 곧 은행발전이란 사명 아래 활동을 하고 있는 전북은행 빼놓을 수 없다.

또 목정문화재단이나 하림기업은 매년 예술인들을 선정해 시상금을 전달하고 있고, 신아출판사는 각종 문학상을 만들어 작가들의 창작의욕에 불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목정문화재단이나 하림의 경우 대부분 상금이나 시상 위주의 지원에 그치고 있어 좀 더 구체적인 활동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들 지원을 한 데 묶어 줄 수 있는 강한 구속력을 가진 구심체가 필요할 시점이다.

전북 도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메세나협회 창립 등이 좋은 예다.

메세나협회는 회원사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문화예술과 연대를 확대하는 정보 제공 및 문화와 예술을 연결하는 것을 큰 맥락으로 하고 있다.

산발적 지원보단 협회를 통해 지원범위 및 지원절차 등을 확립한다면 지원주체와 지원수혜단체 그리고 문화수혜자들 간 긍정적, 체계적, 효율적 삼각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메세나협회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서울 및 수도권에만 집중된 것은 사실이나 지역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메세나 관련 협회 구성 등 전북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기업들이 충분이 논의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각 지역의 입장이 있는 만큼 그것에 맞게 세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타지역의 성공사례는 수도권 못지 않게 활발한 메세나 운동이 진행되는 곳은 경상남도다.

이곳엔 지난 2007년 경남메세나협의회가 창립됐고, 회원사 79개사를 시작으로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진행했다.

협회는 초기 경남은행의 적극적 행보에서 시작됐다.

회원사 모집은 경남은행과 거래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금리인하 등의 유인책을 통해 회원 확보에 나섰고, 200여개가 넘는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됐다.

경남메세나협의회의 역할은 △지역경제와 문화예술의 균형발전 기여 △성공적 메세나 활동의 길잡이 △경남도민의 문화복지 향상 등을 목표로 한다.

협회는 회원기업들의 회비로 운영되며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이 지역에서 메세나 운동의 물꼬가 트인 것은 비단 협회 뿐 아니라 경남도의 적극적 지지도 한 몫 했다.

경남도는 해마다 1억여원의 매칭 사업비를 책정해 메세나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지원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문화예술단체에 지원하는 금액에 비례해 경남도가 해당 예술단체에 추가로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기업이 1,000만원을 지원하면 경남도가 1,0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해 해당예술단체는 총2,000만원의 지원을 받게 된다.

이는 기업과 예술의 상호협력을 장려키 위한 것으로 예술계 자립을 유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협회는 민간의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인 일명 메세나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문화예술후원 매개단체’ 인증 및 육성에 앞장서고 문화예술후원자 포상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참여기업에겐 조세지원과 세액공제 등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져 기존 공적자금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 보다 많은 기업의 참여유인책을 넓히고 있다.

 

회원사에 대한 지원사업도 다양하다.

찾아가는 예술행사, 예술동아리 지원, 미술작품 대여 전시회 지원, 문화경영 도서 배부 등을 통해 기업의 문화경영을 활성화하고 직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필요한 경우 회원사의 프로그램 기획 및 사업비 100만원을 지원하고, 회원사 예술동아리를 위해 예술강사와 장비구입에 대한 협력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문화소외계층에 대한 사업도 진행한다.

경남 도내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공연관람기회를 제공해 정서함양과 문화예술의 이해도를 높이는 사업도 협회의 임무다.

지역경제와 문화예술 발전에 헌신한 기업과 개인을 발굴해 시상하는 경남메세나상도 진행되고 있다.

기업부문, 개인부문, 아트&비지니스부문, 문화예술영재부문 등 총4개 부문으로 나눠 수여되는 경남메세나상은 수상자들에겐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를 독려하는 유인책이 되고 있다.

이처럼 협회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은 문화예술로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문화예술 지원은 문화기업으로서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문화예술마케팅을 통해 고품격의 기업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문화수혜자는 문화예술 체험을 통해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홍보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참여기업은 법인의 경우 연간 순이익의 10%까지 손비가 인정되며 개인의 경우 연간 소득금액의 3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문화예술지원으로 각종 세제혜택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경남메세나협회 관계자는 “메세나활동의 효율적 실행을 위해선 행정의 적극적 노력과 함께 자발적 참여기업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등이 있어야 한다. 또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의 이해도가 선행돼야 한다”며 “기업과 문화예술단체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기업과 예술이 함께 즐기는 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의 방향은? 전북내 메세나 활동의 활발한 움직임을 위해선 메세나 협회나 위원회, 재단 등 소통창구 설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기업과 예술계를 이어주는 가교적 역할에서다.

현재 전북은 전북은행이나 우진문화재단 등 일부 기업만이 개별적인 메세나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들이 각각 단독적으로 진행되다보니 통합운영보다 그 효과가 작은 것은 사실이다.

또 소통창구가 없다보니 메세나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방법이나 결과에 반신반의 하고 있다.

경남메세나협의회가 좋은 예다.

한국메세나협회가 구성되기 전부터 경남 지역은 메세나협의회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그 중심엔 경남은행이 있다.

경남은행은 자체적으로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하다가 거래 회사를 중심으로 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에 들어오는 거래 회사는 이자율을 감면해주는 등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자의든 타의든 70여개의 회사가 협의회에 가입됐고, 경남은행을 필두로 활발한 메세나가 진행되고 있다.

행정도 팔을 걷고 나섰다.

경남도는 해마다 1억5,000여만원의 관련 예산을 세워 메세나에 지원했다.

기업과 문화예술단체가 사업을 진행하면 매칭비율로 예산이 투입된다.

행정의 개입은 메세나 정책의 효율적 실행을 위한 발판이 될 가능성도 크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같은 이유로 전북은 전북은행이 지목되고 있다.

전북은행은 사회공헌나눔팀을 구성해 활발한 메세나를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개별적 움직임에 그쳐 도내 메세나에 활동량에 비해 큰 주목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남은행의 과정을 밟는다면 전북도 더욱 활발한 메세나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문화 관련 전문가는 “수면 밑의 메세나 활동을 수면 위로 올려놓는 게 중요하다. 협회나 재단 등 구심적 역할이 있어야 한다”며 “경남에 경남은행이 있듯이 전북은 전북은행이 앞장서서 그 역할을 한다면 소박한 출발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지자체나 문화재단 등을 통해서 기업과 함께 사업의 필요성, 상생, 홍보 등을 논할 시점이 됐다”며 “전북내 기업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인드가 문제다. 이들을 엮을 수 있는 구심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연한 지원이란 수혜단체의 기존 태도도 버려야 할 때다.

지원하는 기업은 가시적 성과를 중시하기 마련이다.

투자의 결과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명 예술가 발굴에 노력했다면 그 예술가의 실적이 나오고 지원기업 노력도 부각돼야 한다.

하지만 전북은 메세나 방법론에 대한 연구는 고사하고 아직까지도 지원에만 목매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의미로 문화예술 지원의 막연한 기대감도 버려야 할 때다.

문화예술계 고질적인 후원금 집행 투명성, 후원자 예우, 사업집행과 보고 등이 바닥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원에 대한 기업의 의사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문화예술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보여주고 지원을 해달라는 시대는 지났다. 기부 앤 테이크가 돼야 한다”며 “최근 문화관련 협동조합들이 생기는 분위기니 이들을 중심으로 기업이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술인은 “문화예술계 행정관리 능력부재와 일부 이기적인 태도가 기업의 부정적 인식에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문화예술계와 기업의 교류와 만남 등을 통해 긴밀한 협력관계가 모색이 필요하다. 직접 만나는 계기가 제한된 만큼 공공기관이 자리를 마련해 인식차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메세나협회가 해야 될 일이라는 것이다.

메세나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다양한 기업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의미가 있다. 적극적 의사를 표명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회원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며 “전북내에서도 협회 설립은 충분한 논의대상이다. 실질적 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모여 전북의 상황에 맞게 구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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