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결국 분당을 택했다.

지난 해 11월8일자 칼럼을 통해 ‘헤어질 때 깔끔하고, 돌아서는 뒷모습이 멋있어야 한다’며 품격있게 결별하라고 조언했지만 아쉽게도 통합파-반대파 모두 수많은 상처를 안고 갈라서게 됐다.

상처를 입으면 그만큼 회생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르게 되니 안타까운 일이다.

2016년 출범한 20대 국회는 거대 여당과 거대 야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제3당의 역할이 중요한 구조다.

국민의당이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역시 당내 ‘정체성’에서 문제가 생겼다.

소속 정치인들이 정체성에서 차이를 보이면서 당의 노선과 지향점이 불분명해졌다.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정당은 노선과 정체성이 명확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모호한 당 정체성으로 인해 결국 자기자리를 잡지 못했고 분당에 이르렀다.

어떻게 보면 분당이라는 것은, 이제서야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평창올림픽과 대북 안보관 등에서 나타나듯 안철수-유승민 대표와 통합론자들은 개혁보수이며 민주평화당은 개혁진보 쪽이다.

강력한 대북 정책을 주창하는 안철수-유승민 대표와 DJ의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박지원-정동영 의원 등은 애초부터 한 배를 타기 어려웠다.

실제 국민의당 창당 과정을 지켜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총선 당시 국민의당을 급조하다 보니 창당 인사들은 ‘호남+반문(反文) 정서’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문재인 패권주의에 반발하는 정당내 비판세력과 안철수 그리고 정동영 등 호남 중진인사들이 모였고 창당 인사들은 호남정치 복원을 기치로 내세워 제3당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비례 득표율에선 오히려 국민의당이 현재의 민주당을 앞서기도 했다.

안철수 그룹과 호남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그대로 들어맞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총선 이후 두 가지 측면에서 도덕적 과오를 남겼다.

총선거 후 리베이트 의혹과 5.

9 대선 전후의 문준용씨에 대한 제보조작 사건이다.

이들 두 사건이 없었더라면 국민의당의 생존력은 더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리베이트 의혹과 제보조작 사건은 국민의당 도덕성에 치명타로 작용했고 이후 국민의당은 침체기에 들어서게 됐다.

총선에서 압승했던 호남에서도 당 지지율은 추락했고 전국적으로 국민의당의 존재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창당 후 2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지금이라도 소속 정치인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건 수구초심(首丘初心)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어색할 필요가 없고 지역 정서를 모르는 데 아는 척 할 필요도 없다.

보수는 보수로, 진보는 진보로 가면 된다.

새로운 둥지, 터전에서 각자의 정치신념과 노선을 일관되게 추진하면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다.

민주평화당이 6일 창당했다.

전북 지역구 의원 5명을 포함해 호남 지역구 의원 대부분이 참여했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선 호남자민련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누가 봐도 호남자민련이다.

민주평화당이 이러한 비아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더 강력한 개혁노선이 필요하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을 기대하는 어정쩡한 자세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20대 국회의 임기는 아직 절반 이상 남았다.

그 기간 동안 민주평화당은 DJ의 정책과 노선, 동학정신 등을 계승해 한국 정당사에 획기적 족적을 남겨야 한다.

지금은 작지만 소속 인사들이 똘똘 뭉치면, 6월 지방선거 이후 민주평화당의 가치는 급상승할 것이다.

/김일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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