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에서 만난 민심은 역시 전북교육의 변화였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각 분야를 휘몰아치는 현실에서 교육도 이제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것도 공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학부모의 깊은 호소부터 학교폭력과 왕따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교권 침해 대책 등 전반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필자는 전북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14개 시군을 돌아보며 민심을 경청하는 ‘교육희망 찾기 대장정’에 나서고 있다.

대장정에 ‘희망’이란 단어를 포함한 것은, 요즘의 교육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교육이 절망과 좌절 속에 빠져선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첫 번째 방문지로 군산을 정하고, 지난 7일 현장에서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학부모님,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만나 귀를 활짝 열고 경청했다.

 사실, 군산은 오랫동안 전북경제의 한 축을 견인해온 든든한 이름이다.

하지만 요즘 조선업을 포함한 중소 자영업 등 지역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어 걱정이라는 하소연이 길거리 곳곳에 짙게 깔려 있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렸음에도, 많은 사람이 필자의 대장정에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

경제가 어렵지만 교육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은 그만큼 현실의 답답함이 심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학교(공교육)’가 무너졌다는 걱정이었다.

한 학부형은 “요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수업시간이 이탈하는 학생, 화장실을 간다고 하며 나간 뒤 교실로 돌아오지 않는 학생, 아예 책상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많아 제대로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

2년 전에 교직을 은퇴한 다른 분은 “수업권 침해 등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들의 푸념이 많다”며 “선생님들이 자긍심과 자존감을 갖고 신명 나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여건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필자는 희망을 엿보았다.

하지만 지금 전북교육이 바로서지 않으면 그 희망마저 손에 쥘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느꼈다.

전북교육의 중요성을 경청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우리 사회가 위기일수록 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

위기는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대상’이다.

융합과 퓨전으로 대별되는 지구촌 세상은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변하기 마련이다.

어느 기관이나 조직이라도 위기와 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면 되레 안주하다 서서히 도태된다.

 전북교육이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새로운 변화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고 현안별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의외로 어렵지 않다.

학부모가 안심하는 교육, 기초를 튼튼히 하는 교육, 모두가 꿈을 꾸는 학교, 교직원 모두가 신바람 나는 학교를 만들면 된다.

한 마디로, 기본과 원칙을 존중하자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5차, 6차 산업혁명이 온다 해도 지역사회가 교육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면 위기는 오던 길로 되돌아갈 것이다.

이것이 ‘교육희망 찾기 대장정’의 초입에서 확인한 민심의 속내였다.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제15대, 16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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