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 첫창작집 '밤의 나라'··· 위안부-탈북자
이주여성등 '여성'을 통해 사회 깊은 곳 조명

2012년에 제1회 자음과모음 ‘나는 작가다’에 장편소설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로 당선된 김소윤 작가의 첫 창작집 ‘밤의 나라’가 발간됐다.

김소윤 소설 ‘밤의 나라’는 모두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여성과 여성이 모여 여성들이 된다.

위안부, 탈북자, 결혼 이주 여성, 국제 밀거래 조직 등 이야긴 다양하지만 항상 이야기의 중심에는 여성이 존재한다.

가까운 이야기는 어둡고, 먼 이야기는 투명하다.

때론 진하고 때론 옅은 낱낱의 그림자가 또 다른 그림자 위에 겹쳐진다.

그림자 안의 그림자, 그 오묘한 명암의 계조를 주시하는 시선.

김소윤은‘여성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가장 깊은 곳을 탐색한다.

김병용 소설가는 “삶은, 문학은 언제나 주목하는 시선에 의해 제 빛깔을 드러내는 법이다”며 “이런 의미에서 작가 김소윤은 우리 시대가 주목해야 할 시선이다”고 평했다.

또 김대용 문학평론가는 “위안부, 탈북자.코피노, 장애인 등 김소윤의 서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구성원으로 상정하고 있는 표준적인 모델이 아니다”며 “그들은 반지하에서 창문 너머로 이름 모를 여자의 검은 구두와 털이 부숭부숭한 종아리와 시선을 맞추는 연홍과 같이 우리 시선의 높이에 자리하고 있지 않다.우리가 그들의 삶을 명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까닭이다”고 밝혔다.

소설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설가는 자신의 공간을 구성하는 존재들에 대해 세밀한 인식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김소윤 또한 마찬가지다.

김소윤의 시선은 읽는 이의 시선을 어느 한 지점으로 강제하여 지금까지 우리의 시선에 포착되지 않았던 사람들을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어떤 소실점을 가진다.

이로 인해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마주하지 않은 타인의 고통을 인지할 수 있다.

그들은 공동체의 가장자리에서 우리의 시선에 포착되지 않은 채 위태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삶도 체념을 통해서는 극복되지 않는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을 시험하는 가혹한 운명 앞에서 은정과 같이 광기로 대항하거나 정순과 문옥처럼 자신의 탓이 아니라며 싸운다.

때로는 현수처럼 방화를 통해서라도 저항한다.

아무리 비루한 삶이라도 살아지는 이 끈질긴 생명의 힘.

김소윤의 서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미호와 같이 마지막까지 길을 찾는 이유다.

그 이후에 그들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모두의 바람과 같이 아름다운 길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래도 간다.

기대도 체념도 없이.

그것이 이 고해로 가득 찬 지옥 속에서 그들, 아니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작가는 “작품집의 소설들은 최근 삼사 년간 써온 것으로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결핍과 상처를 지니고 있어 쓰면서도 고통스러웠다”며 “그들의 치유와 행복을 진심으로 바랐고 내가 그래줄 수 있기를 소망했지만 이들을 끌어내 세상 속으로 세우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1980년 전북에서 태어난 작가는 고려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도내 일간지 신춘문예 단편소설 ‘물고기 우산’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한겨레 21 ‘손바닥 문학상’에 단편소설 ‘벌레’가 당선됐다.

가족 테마소설 ‘두 번 결혼할 법’과 음식 테마소설 ‘마지막 식사’에 공저로 참여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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