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제는 ‘쓸쓸한 생활’이다.

왠지 쓸쓸한 이유는 ‘있어야 할 게 없는 듯한’ 기분 때문이다.

있어야 할 것 같은 회사도 없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냉장고도, 넓은 집도 없는 삶을 저자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이라곤 ‘소소한 나’뿐이다.

쓸쓸함은, 숨기려고 하는 순간 애잔함이 된다.

저자는 쓸쓸한 것을 숨기거나 두려워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랬더니 쓸쓸함은 ‘자유’와 ‘성취’의 감정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의 저자인 이나가키 에미코는 신문 기자 시절, ‘개인적 차원의 탈원전 생활’을 시작했다.

저자는 나아가, 이제껏 ‘필요하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속해 있지 않으면 불안한 회사는 물론이고, 산더미 같은 옷과 신발, 이사 때가 되어야 빛을 보는 냉장고 속의 음식들, 꺼내 읽지 않는 무거운 책들과 먼지 쌓인 음반들.

몇 년 농성이라도 벌일 것처럼 ‘언젠가 쓸 것들’이 집 안에 넘쳐나고 있었다.

이 책에는, 어쩌면 회사를 그만두는 것보다 더 적극적이고 더 격렬했던 그 모든 ‘그만두기’의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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