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유예-공시생 취업난
대학생 72.3% 창업의향

전주시 핵심생산인구 감소
대기업 3곳 뿐 일자리 적어
비경제활동인구 증가 심각
청년지원 5억6천만원 투입
청년고용 인센티브 지원
민간일자리 질 개선 급선
일자리미스매치 해소 해법

졸업식이 끝난 뒤 한 졸업생이 학사복도 벗지 않고 게시판쪽에서 취업 및 공무원시험 준비 등을 살펴보고 있다./김현표기자

대학 졸업시즌을 맞았지만 취업전선에는 찬바람이 거세다.

올 봄 사상 최악의 ‘청년취업 보릿고개’가 예상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을 정도다.

좋은 일자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의 실업자 100만명 가운데 20대 비중이 40%가 넘을 정도로 청년실업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잡았다.

‘오륙도’, ‘사오정’은 이미 옛말이 됐다.

몇 년째 불안정한 고용시장에는 ‘헬조선’, ‘니트족’ 등의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족’의 증가는 고용시장 침체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전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 고용률은 내리막길을 타고 있고 실업률은 오르막길을 가고 있다.

게다가 취업을 하려는 청년들은 양질의 기업을 찾아 떠나고 있다.

이는 졸업 이후 취업인구가 줄어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자리 정책 담당자들은 비경제활동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끌어들여야 취업전선에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졸업시즌을 맞은 청년 취업난의 현주소와 대책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취준생’ 끝나지 않은 ‘취업 한파’   

전주시 삼천동에 살고 있는 김모씨(29)는 취업을 하고 싶어 지난해 졸업유예를 신청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년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씨는 지난 설 명절 연휴에도 가족들과 단란한 명절을 보내지 못하고 도서관에 나가 공부를 했다.

김씨는 “명절 때만 되면 친척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올 상반기에는 취직을 해서 추석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친척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효자동에 사는 이모 씨(30)는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취업이 바로 되지 않으면서 하숙집 월세 내기가 빠듯해 부모님이 계신 전주로 돌아왔다.

이씨는 “지방으로 내려오니 스터디는 고사하고 학원도 많지 않아 취업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에 내려와 보니 대기업은 거의 없고 중견기업도 몇 안돼 취업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 같다”며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또 “취직을 위해 서울까지 면접을 보러 두세 차례 올라가 봤지만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더군요.

정말 가고 싶은 기업이나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데가 아니면 면접 보러 가기도 겁이 난다”고 푸념했다.

졸업시즌과 함께 봄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졸업은 했지만 직장을 잡지 못한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취업 걱정에 하루하루 한숨만 나온다.

어떤 대학생들은 ‘졸업유예’라는 묘수 아닌 묘수를 꺼내 들고 취업문을 두드린다.

‘백수’ 상태로 취업을 준비하기 보다 ‘대졸 예정자’ 신분으로 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다.

대학 5학년이라는 딱지는 관행처럼 비춰진다.

늘어나는 ‘공시족’도 심각한 청년 취업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 해 전국의 대학 졸업자는 50만명이 넘고 이 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30만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작 합격자는 약 6000명에 불과하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니 대기업의 취업문은 더 좁아지고 일반 기업도 일찌감치 취업문을 닫는다.

취업 불황에도 평균 취업률이 70%를 웃도는 전문대학가의 ‘취업 순풍’은 또 따른 단면이다.

청년들을 묘사하는 단어에도 취업난의 심각성은 짙게 묻어난다.

‘3포세대’라는 단어부터 ‘5포’, ‘7포세대’ 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이젠 ‘오륙도’, ‘사오정’이란 단어도 걸맞지 않게 됐다.

불안정한 고용시장에 ‘헬조선’, ‘니트족’ 등의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특히 ‘니트족’의 증가는 고용시장 침체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젊음을 무기로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성인 남녀 16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창업 현황’에 따르면 직장인의 76.3%, 대학생의 72.3%가 향후 창업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또한 응답자 중 7.5%가 창업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창업 의향은 있지만 실제로 창업을 한 사례는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창업이 청년세대의 답은 아니다.

단지, 단순히 취업준비,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몰되는 것 보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킨다는 점에서 시도해 볼만 하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 기업, 학교 등에서 제공하는 창업, 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도 시대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좁은 취업문’ 앞에 선 청년들 

대학 졸업장을 받아 든 사회 초년생들이 ‘좁은 취업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다행히 졸업 전 취업에 골인한 학생들은 기쁨을 만끽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의 근심은 날이 갈수록 더할 수 밖에 없다.

대학 졸업생들은 ‘졸업이 곧 실업’이라는 말처럼 취업 스트레스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형편이다.

전주지역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난의 심각성이 확연히 나타난다.

전주시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파악한 고용동향(통계청 분석자료)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19~39세까지의 핵심생산인구는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졸업 후 취업인구(청년 취업인구)가 줄어드는 형국이다.

이는 청년인구의 타 지역 유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인은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전주시내 제조업체 현황을 보더라도 300인 이상 대기업은 단 3곳(1,526명) 뿐이다.

50인 이상 중견기업도 40개 업체(3,801명)에 불과한데 50인 미만 소기업은 무려 1,172개 업체(7,640명)에 이르고 있다.

단순 기업 현황만 보더라도 일자리가 적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충청권의 인구 흡입력도 한가지 원인이 되고 있다.

호남의 인구가 줄어든 반면 충청권은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소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년인구 유출은 지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다시 지역의 활력을 떨어뜨려 청년인구 유출 규모를 확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전주지역의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 의사가 없는 사람들 즉, 가사·육아, 공시족, 니트족 등이다.

이 가운데 ‘니트족’의 증가는 더욱 심각하다.

니트(NEET)는 영어로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 말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말한다.

이와 관련 ‘니트족’의 증가는 고용시장 침체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

이는 경제활동률의 고착화로 이어져 고용률 하락과 실업률 상승의 원인이 된다.

전주지역은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와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경제활동 참가율은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은 전주시 일자리청년정책과 주무관은 “청년 창업을 돕는 플랫폼 등의 정책을 통해 전주시의 비경제활동인구를 줄여 경제활동인구로 끌어들여야 취업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전주시가 ‘청년들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직업을 찾거나 창업을 돕는 플랫폼’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년상상놀이터나 청년쉼터 등은 일자리 창출 정책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시는 올해 지역 청년들이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활동수당을 지급하는 등 청년희망도시를 만드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고 청년희망도시를 만들 기반조성을 위해 청년지원 예산 5억60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봉정 전주시 신성장산업본부 일자리청년정책과장은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전주시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 청년취업난을 극복하고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전주에 머물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청년층에 집중 지원 필요”  

올 봄이면 ‘청년취업 보릿고개’가 현실화될까.

벌써부터 조짐이 심상찮다.

청년취업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실업자 수치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올들어 지난달 10일 발표된 통계청의 ‘2017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실업자 수는 102만8천 명으로 전년(101만2천 명)보다 1만6천 명(1.58%)가 늘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도 9.9%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올라 역시 2000년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해보다 16.4% 인상한 7530원의 최저임금 인상은 또 하나의 변수가 됐다.

새해 들어 편의점, 주유소 등 개인사업장과 소규모 기업 등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위축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도 부분적으로 일자리 증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예산을 확대할 예정이지만 청년실업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일을 하지 않고 쉬는 청년도 지난해 3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실업 해소는 사실상 지방자치단체를 넘어 국가적 의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용률이나 실업률 등 단기적인 수치에 집착하기 보다 근본적인 청년실업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재의 고용시장은 여성이나 고령층의 고용은 개선되고 있지만 청년층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년층에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고 청년고용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주거나 지원 자체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공 일자리 확대도 필요하지만 민간 일자리의 질 개선도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일자리 전문가들은 산업이나 기업의 수요에 부응하는 인력양성을 비롯해 일자리 매칭서비스 확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과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또한 창업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창업 실패를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정부와 함께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더 깊이 인식하고 청년 실업 해소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용률이나 실업률 단기 등락에 연연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청년실업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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