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온 사유의 깊이-성찰의 시간 잘 녹아있어
휴머니티 가득한 정서 독자들에 공감 일으켜

교수이자 시인,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재선의 세 번째 수필집 ‘아픔을 경영하다’(수필과비평사)가 발간됐다.

책은 오랜 기간 교육자로 지내면서 문학을 추구했던 저자답게 글마다 그동안 쌓아온 사유의 깊이와 성찰과 사색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무엇보다 휴머니티가 가득한 정서가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소통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시인답게 언어의 조탁 역시 매우 훌륭하고 아름답다.

예를 들어 ‘느티나무에게 묻다’의 몇 구절을 보면 ‘느티나무 아래 떨어진 잎들이 몸을 서로 포개고 어울려 놓고 있다.

가끔 바람이 불어와 이들이 즐기는 평화를 훼방놓지만, 이들은 다시 흩어진 평화를 한 곳으로 오순도순 모여 있다.

낙엽을 낙엽 나름대로 생존하는 방법을 안다.

저마다 한 미다 이상 깊숙한 사연을 품고 한데 어울려 있다.

서걱서걱 바람 지나는 길 정도로 야무지게 트고 바람에 저를 가만가만 맡긴다.

’담백하면서도 아려한 정경이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문장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정확하고 정갈하다. 이뿐 만이 아니라 저자의 사색이 행간 곳곳에 스며들어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면서 삶의 일상 하나하나를 환기하게 되는 소통의 즐거움마저 누리게 된다. 이것은 제자의 눈높이에 맞춰 사근사근 강의하는 교수나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일상이 작품마다 담겨져 있어 가능한 효과다. 격정과 자극이 따라붙을 수 없으며 저자의 진성성만이 구축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를 테면 ‘영민이’란 글에서 저자의 사색을 보면 ‘겨울에 첫 눈 내리면 말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봄이 와 버렸고, 봄이 오면 청명한 날 말해야지 하고 미루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서둘러 오곤 했다. 이 봄날이 허망하게 가기 전에 영민이랑 꼭 밥 한 번 먹어야겠다.’

영민이는 저자의 제자다.

그런데 지적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졸업생이다.

그와의 사연이 가슴 뭉클하게 기록돼 있는데 신파적 요소는 배제된다.

그저 따스한 저자의 시선만 남을 뿐이다.

크지도 높지도 않은 목소리.

그래서 독자는 편안하면서 때로는 애틋하게 함께하는 소통의 의미를 저자의 펜 끝을 따라가며 한껏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최재선 수필은 휴머니티 그윽한 일상의 복원인 셈이다.

월간 한비문학에서 시와 동시로 등단했고, 월간 창조문예에서 수필도 등단한 작가는 농민일보 주최 전원 수기 우수상을 비롯해 제10회 해양문학상 수필 당선, 제3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제5회 올해의 시인상을 받았다.

시집으론 ‘잠의 뿌리’, ‘내 맘 어딘가의 그대에게’, ‘마른 풀잎’ 등이 있고 수필론 ‘이 눈과 다리, 이제 제 것이 아닙니다’, ‘무릎에 새기다’ 등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대한작문회의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한일장신대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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