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대표 "미안하게 생각··· 만날 수 없어 대면 사과 못해"

연극단체 소속 여배우 A씨
전주성폭력센터 기자회견
A씨 "술자리 후 귀가 명목
합승, 모텔 데려가 성폭행"
5년간 자해-치료 호전 없어

도내 한 연극단체 소속 여배우가 6일 전주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서 2012년도 자신이 속해있던 연극단체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김현표기자
도내 한 연극단체 소속 여배우가 6일 전주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서 2012년도 자신이 속해있던 연극단체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김현표기자

도내 문화계에 또다시 미투 선언이 제기돼 큰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도내 한 연극단체 소속인 여배우 A씨는 6일 전주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속했던 연극단체 B 대표의 성폭행을 고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배우 A씨는 “성폭행 사건으로 극단을 나오게 됐고, 배신자와 책임감이 없다는 소문들이 들렸다.

이런 비난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단지 살기 위해 도망쳐야 했다”고 운을 뗀 뒤 2012년 12월 5일 발생했던 성폭행의 기억을 풀어갔다.

A씨는 “그날 새벽 그 선배와 늦은 술자리를 가졌다. 다른 선배와 함께 극단 이야기를 했다. 그 선배는 평소 엄하고 자기주장이 강했으며 옳은 이야기만 해 일탈행동은 상상도 못했다”며 “하지만 술자리가 끝난 후 집에 데려다준다며 강제로 함께 택시를 타게 됐다. 집에 들어가면 큰 일이 생길 것 같아 뛰쳐나왔는데 조용한 곳에 가자며 택시를 탔는데 모텔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공간을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처음엔 신세한탄을 하다 갑자기 내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처음부터 성폭행할 생각이었던 것이다”며 “도망치듯 나왔지만 집에 가지 못해 친구 집에서 더러워진 내 몸을 감추고 밤새 엉엉 울었다”고 밝혔다.

이후 A씨는 지난 5년간 괴로움에 술로 밤을 지새우고 끊임없는 자해로 그 상처가 고스란히 손목에 남아있다.

정신과 치료도 받았지만 좋아지지 않았다.

A씨는 “그동안 나에게 향했던 분노의 화살을 가해자를 향해 되돌리고 싶다. 이제라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평생 자괴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올 것이다”며 “범죄를 저지르고 당당하게 설 곳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도 가해자는 주변에 결백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도 권력을 이어가고 반성도 없고 책임지는 일도 없이 또 다른 새로운 명패를 얻으려 하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가해자가 인정하지 않아도 당시 주고받았던 정황이 되는 문자증거를 가지고 있다. 병원기록도 있다”며 “가해자의 공개사과와 더불어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된 B대표는 “미안하게 생각하며 그동안 사과문자도 보냈다. 만나고 싶었지만 찾아갈 수도 없었고, 통화도 되지 않아 대면 사과는 하지 못했다”며 “극단 대표 등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이런 상황에 대표에서 물러나니 미안할 따름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전례에 따라 가해자로 지목된 B대표는 연극협회 제명과 함께 해당 극단은 해체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성추행이 폭로된 극단 명태는 대표가 영구제명됐고, 극단은 해체 절차를 밟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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