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그리움에 바치는 연시의 파노라마"

수필가이면서 시인인 최재선의 세 번째 시집 ‘내 맘 어딘가의 그대에게’가 발간됐다.

이번 시집은 아련한 그리움에게 바치는 연시의 파노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애잔히 감성을 적시는 가 하면 격정처럼 끓어오르는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수화 평론가는 “시인의 어조와 구어체 가락과 구어체는 너무나 생활적이다.

시정잡배의 꾸밈새 없이 뱉어내는 어투와 어조가 민속자료로서 손색이 없다”며 시인의 구어체 미학의 뛰어남을 역설했다.

시인이 시가 독자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를테면‘당신 생각으로 선뜻 앓던 신열/ 단칸방 같은 맘으로 속 끓이며/ 당신 생각으로 날마다 불똑하여/ 어쩔 수 없는 그리움 짜구나겠네’(그리움 짜구나다 중에서) 시인의 비유는 독특하다.

마치 영화처럼 선명히 떠오르게 만든다.

독자로서는 화자의 격정을 오롯이 느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눈에 보이도록 구체적이다.

사랑하는 님에 대한 애모로 얼마나 속 끓이는지, 그것이 단칸방 같은 마음이라는 대목에선 누군든 그 절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생활과 밀접한 단칸방이란 비유는 독자의 시야에 잔상처럼 남을 수 밖에 없다.

이수화 평론가는 “엘리엇의 대선비 시인 존단마저도 질투의 짜구남이 되고도 남을 만치 구어체 가락의 세련미가 넘친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작가의 시들은 뜨거운 열정과 애틋한 그리움이 생동감 넘치도록 묘사돼 있다.

‘밤새 비 내렸다/ 비 몸살 없는 비였다/ 잠 밤눈처럼 왔는지/ 비 은근슬쩍 왔는지/ 분간한 겨를 없이/ 그대 몹시 그립다’(예고 없는 그림움 중에서) 지난 밤에 비가 왔는데 어떤 비인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밤새 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화자의 열정이 뜨겁게 뿜어진다.

그야말로 구체적 일상 속에서 사랑을 앓는 친구를 보는 듯하다.

덕분에 독자들은 ‘내 맘 어딘가의 그대에게’가 성취한 구어체 시의 독특한 미학을 통해 연시의 뜨거운 감동을 흔하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

또 구어체 가락은 그리움을 노래한다.

시인의 시는 그리움의 시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상 빈도가 빈번하다.

흥미롭게 대상을 선택해 표상화를 구현하고자 한 시적대상이다.

시인이 추구하는 그리움은 작품의 메타 텍스트에 오를 만큼 긴요한 이미지즘이다.

시인은 그리움을 “연시처럼 곯아 허기진 사랑”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얼추 일 년 치나 되는 잠의 달콤함처럼 달콤한 것이라 했다.

‘봄날 같은 그대’라든가 ‘선운사 동백처럼 떨어진 선홍빛’ 같은 표현은 세련미가 넘친다.

시인이 문학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반증이다.

시인의 시에 나타난 그리움의 고급스러운 정조는 아름다운 형상미와 세련미로 인해 예술형성성의 으뜸 자리를 차지한다.

또 시집은 장이 시작될 때마다 간지를 넣어 관심을 끌고 있다.

간지는 전북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미술가 김선태의 작품으로 풍화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샌드페이퍼와 핸드 그라인더를 사용해 깎고 다듬는 독특한 화풍으로 들꽃를 그렸다.

월간 한비문학에서 시와 동시로 등단했고, 월간 창조문예에서 수필도 등단한 작가는 농민일보 주최 전원 수기 우수상을 비롯해 제10회 해양문학상 수필 당선, 제3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제5회 올해의 시인상을 받았다.

시집으론 ‘잠의 뿌리’, ‘내 맘 어딘가의 그대에게’, ‘마른 풀잎’ 등이 있고 수필론 ‘이 눈과 다리, 이제 제 것이 아닙니다’, ‘무릎에 새기다’ 등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대한작문회의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한일장신대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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