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 표피 질감-긁어진 자체 작품 탄생
'불통의 시대 '소통-치유의 시로 다가와

사진과 글쓰기로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 박용덕의 시집 ‘솔숲에 묻은 바람’과 사진집 ‘솔숲의 빗장을 열다’가 발간됐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가 다루는 것은 소나무다.

소나무를 사진으로 읽어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듯 작가는 10여년 전부터 소나무와 함께하며 어려운 과정을 헤쳐 왔다.

세월이 옹이진 거친 흔적들을 품은 소나무는 그 자체적으로 신비함과 예술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노송이 가지는 표피의 질감과 굽어진 자체가 한 폭의 작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그 판단이 그릇됨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작가는 촬영에 직사광 대신 확산광을 택한다.

활엽수가 활동을 멈춘 10월부터 3월까지가 소나무 외형적 특성을 잘 드러내는 시기이며, 온 산을 구름이 덮었을 때, 자욱한 안개 속 그리고 보슬비나 서설이 내리는 날이 활동 시기였다.

작가는 “전국의 소나무를 찾다보니 우리 민족과 연관된 것이 많음을 알게 됐다.

소나무가 자라는 과정과 서 있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을 반영할 수 있었다”며 “소나무를 바라 본 내면의 세계를 글과 사진으로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집이 소나무 외적인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시집은 운문 형식을 빌려 소나무에 대한 해설적 요소를 담당하고 있다.

작가의 시각과 개관적인 관점을 통해 소나무를 진실되게 표현하려는 노력이다.

작품의 대상을 찾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도 했다.

우선 인터넷을 통해 소나무 위치를 확인하고 현장을 서너 번 다녀야 했다.

작품이 될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멀쩡하게 잘 자라고 있던 소나무가 몇 년 후에 가보니 죽고 사라진 것을 보며 겪은 안타까움도 여러번 겪었다.

이번 사진집과 시집은 생애 첫 발간이다.

하지만 시집에는 소나무를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시인은 렌즈를 통해 세상과 교감하며 자연을 시어와 결합시켜 그만의 새로운 세계를 모색하고 있다.

한 편의 시와 사진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소나무의 진실을 시어로 형상화해 그동안 작가의 몸속에 품어왔던 오래된 꿈들이 사진들과 함께 사려 깊은 시어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시적 자아와 세계 내 존재하는 시적대상인 소나무는 작가 자신이며, 치열하게 살아온 시인의 기억들이다.

최소한의 은유적 시어와 자연에 깃들인 신성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은 시인의 시어들은 반목과 불통의 시대에 소통과 치유의 시로 다가오고 있다.

박용덕 작가는 “그동안 촬영을 했던 것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이번 시집과 사진집을 내게 됐다”며 “이와 동시에 이번 시집과 사진집 발간을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발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환식 소설가는 “서사와 서정이 올올이 얽혀 버티고 선 소나무를 만나기 위해 시인은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찰나를 기다리고 있다”며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이기고 봄 앞에 서 있는 시기, 시인의 시집을 통해 새 봄을 맞는 것도 좋을 듯 하다”고 밝혔다.

제자인 이흥재 전 전북도립미술관장은 “스승님은 깡마른 체구로 소나무를 그대로 닮았다. 오랫동안 소나무를 찾으며 소나무 품성이 스승의 삶 속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며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많으나 한 가지 주제로 사진집을 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첫 사진집과 시집 발간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김제 출생으로 원광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이후 36년간 중등 교육에 열정을 불태웠고, 한국사진작가 자문위원, 학술분과, 저작분과, 전주사진협회 부지부장, 일요사진, 백제사우회, 전주사진, 증등사진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시민을 위한 사진강좌와 대학교양강좌, 여성회관과 복지회관 등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사진집과 시집 발간을 기념한 전시회가 오는 10일부터 15일까지 전북교육문화회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프닝은 10일 오후 4시 열린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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