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5억원 투입 무색 활성화 실패 '돈먹는 하마' 지적
초대원장-사무국장 비전문가 영입 등 내부적 요인 커
차기원장 외교력-홍보능력 갖춘 경영자 출신 적합해
한지축제-지방선거 앞둬 공모자 적을 것 예상
무형문화재 집약공간 활용 관광객 유입 통로 돼야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이 갑자기 사임을 하면서 전당의 앞날에 다시 한 번 위기가 몰려들고 있다.

전당에 따르면 오태수 원장은 최근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당했고, 이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이 그 이유다.

하지만 한편에선 그동안 막중한 임무로 큰 부담감을 느꼈던 차에 교통사고와 맞물리면서 물러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른바 ‘울고 싶은 데 뺨 맞은 격’이다.

실제 오태수 원장은 전당 고유의 업무 외에 한지문화축제 조직위원장도 겸하게 됐다.

당장 돌아오는 봄에 축제를 치러야 하지만 모든 것을 새로 해야 하는 상황에 심적 부담감이 컸을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전당 활성화도 여의치 않게 됐다.

개관 3년이 되지만 아직도 전당은 건물만 홀로 덩그렇게 있다.

다양한 행사나 축제를 진행했지만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의 새로운 수장과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 전당에 대한 우려

한국전통문화전당에 대한 주변의 우려는 개관 전부터 제기됐다.

이후 어렵사리 출범했지만 적절치 못한 인사를 기용하면서 더욱 구설수에 올랐다.

전당은 지난 2014년 4월 정식 개관했다.

이전부터 개관에 대한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발생했고 어렵사리 초대 원장과 사무국장을 선임하면서 외면상으론 구색을 갖추는 듯 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돈만 먹는 하마란 지적이 제기됐다.

전당 건립에만 시비 240억 원과 도비 75억 원, 국비 150억 원 등 모두 465억 원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활성화되지 못하자 전주시는 부랴부랴 각종 축제를 전당에서 진행하며 활성화를 노렸다.

한지축제, 비빔밥축제 등이 한옥마을에서 전당으로 장소를 옮겼다.

하지만 축제가 열리는 때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은 한산한 기존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전주시의 계획에서 벗어나게 됐다.

문제는 전당활성화를 위해선 외부적으로 몇 몇 축제 유치가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이들이 각자 사명감을 가진 채 충실했다면 현재 모습과는 달라졌을 것이란 게 외부의 지적이다.

하지만 전당은 초대원장을 비롯해 사무국장 등의 선임에 비전문가를 영입해 오히려 전당 활성화 및 발전에 역효과를 낳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초대 원장 역시 동아일보 사진부장 출신으로 전당을 이끌기에는 비전문가란 지적도 함께 나왔다.

당시 사무국장 역시 중국 외교와 관련된 전문가로 전당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었다.

결국 전당의 비활성화는 외부 요인보다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전문가도 힘들 수 있는 전당의 활성화를 비전문가에 맡겼으니 결과는 이미 예상대로였다는 것이다.

이후 전당은 초대 원장 계약만료로 인해 지난해 1월 오태수 차기 원장체제로 새로운 체제를 갖췄다.

사무국장 역시 도내 문화계에서 관록이 깊은 송재명 전 전주미협 회장을 선임하며 제2기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 차기 원장은

전당은 차기 원장 선임을 곧바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당분간 송재명 사무국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되 정관에 따라 60일 내에 제3대 원장 선임 절차를 밟게 된다.

신임 원장은 전주시 부시장인 이사장을 포함해 7인의 심사위원회가 서류와 면접심사를 진행하게 되고, 최고득점자를 이사회가 의결하고 이사장 최종 의결로 합격자를 발표하게 된다.

문제는 차기 원장에 어떤 인물이 적합하냐다.

전당 고유업무에 맞게 한국전통공예에 정통한 전문가가 입에 오르지만 전당 내외부에선 다른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당이란 큰 규모의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선 문화전문가보다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화전문가는 자신의 고유 분야 외에는 전문지식이 없어 전당 운영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외교력이나 홍보능력, 관리능력이 뛰어난 경영자가 전당을 보다 잘 운영할 수 있다는 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당 원장은 한지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을 겸하게 됐다.

매년 봄이면 한지축제가 진행이 되고 있으며 오태수 원장 역시 조직위원장에 임명이 되면서 부랴부랴 조직위와 집행위를 꾸미는데 힘을 들여왔다.

한지축제 예산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영자 출신의 원장 영입이 더욱 필수적이다.

올해 한지축제 예산은 2억1,000만원선이다.

지난해의 경우 본예산 외에 1억6,000만원의 협찬을 받아 진행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조직위원장 및 집행위원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축제가 열릴 때까지 협찬을 구하기엔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다.

실제 축제는 공예대전에 약 4,000만원, 인건비 약 7,000만원, 자원봉사자 운영에 약 5,000만원, 무대설치 약 3,000만원 등의 고정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부스설치 등 기타 경비를 포함하면 당초 세워진 예산 2억1,000만원으로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여지가 없게 된다.

전당 원장 겸 조직위원장의 외부 능력이 강력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전당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원장이 외부로부터 많은 협찬을 받아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 됐다”며 “이대로 간다면 올해 한지축제는 작년 수준을 맞추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화행정 경영가가 힘들다면 문화관련 전직 공무원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고위급 출신 전직 공무원이 원장을 맡을 경우 해박한 관련 지식과 함께 넓은 인맥으로 다양한 묘안을 제시할 수 있다.

문제는 선거를 앞둔 어수선한 시기에 누가 원장 공모에 응하느냐다.

한지축제까지 도맡아야 시점에서 응시자는 예상외로 적을 것이란 예고도 나오고 있다.

전당 또 다른 관계자는 “막중한 업무에 분위기도 어수선해 누가 응모할 것인지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며 “때문에 올해 한지축제는 새로운 조직위원장 대신 부조직위원장으로 치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 전당 활성화는?

전당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 중 가장 실현가능성이 큰 것은 공방 활용이다.

전당은 현재 19개 공방을 공예작가 등에게 임대하고 있다.

그동안 몇몇이 비어있다 최근 입주완료됐다.

이곳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연 8,000여만원선이다.

이 수익금은 전당 운영비로 사용이 된다.

하지만 공방을 다른 방법으로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전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기능 분야 무형문화재들의 보금자리로 만들자는 것이다.

부채나 악기, 우산 등 전주엔 전북도무형문화재들이 상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무형문화재를 위한 공간이 없음을 아쉬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전당에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집약공간이 형성이 되면 자연스레 이들에 향한 관심이 커지고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유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개인 차원의 공예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시민들의 발걸음은 뜸한 지 오래됐다.

더구나 일부 몇 개는 전당 고유 업무와 상관없는 업체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다.

전주시는 전당 활성화를 하기 위해 한지축제나 비빔밥축제 등을 이곳에서 진행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이곳을 무형문화재 집약공간으로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문화예술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문화예술인은 “억지로 관광객들 끌어온다고 그 효과가 얼마나 가겠는가. 문화재들이 함께 모여 있으면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은 저절로 오게 돼 있다”며 “공방 임대를 통해 나오는 수익금이 전당 운영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시도해 볼만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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