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 대안 마을재생
33개동 조사 시작 기록화
한옥등 건축자산 실태조사
미래유산 보존위원회 발족
지난해 보존-활용 조례 제정

삼양다방-미원탑-행원 등
유-무형자산 38건 확정
미래유산 지정 동판 제막식

전주형 주거지 재생 모델
2021년까지 169억원 투입
정보제공-프로그램 운영
'아시아 문화심장터' 주축
전주 정체성-미래자원 활용

유산(遺産)은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재산을 의미한다.

또 앞 세대가 물려준 사물이나 문화 자산으로도 해석된다.

가정에서, 지역에서, 나라에서도 유산은 소중하게 간직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할 책임이 막중하다.

현존하는 사람들은 물론 미래를 살아가야 할 후손들에게 유산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전주시는 근·현대의 가치 있는 유산을 미래세대까지 전달하기 위한 작업을 거듭하고 있다.

시민들이 주도하는 체계적인 미래유산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최근에는 미래유산보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유·무형 문화자산 38건을 미래유산으로 확정했다.

이를 통해 ‘역사문화도시 전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 자산으로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전주시가 추진하는 미래유산 프로젝트의 추진 의미, 보존 방안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래유산 프로젝트 추진 의미  

유·무형의 모든 유산은 과거로의 여행을 수반한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의 변화는 많은 유산을 깊숙한 곳에 파묻어 놓았다.

하지만 묻혀진 유산을 꺼내놓고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한다면 빛나는 미래유산이 될 수 있다.

전주시가 추진하는 미래유산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전주는 한옥과 근·현대 건축물, 생활유산 등이 곳곳에 남아있는 전통문화도시다.

오랜 시간 쌓인 지역의 역사와 수많은 이야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화유산의 대부분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등록되지 못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문화유산 가운데 문화재는 아니지만 미래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존의 가치가 있는 것들을 조사하고 발굴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한옥을 비롯한 근·현대 문화유산은 재개발 사업에 따라 멸실 되고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시는 재개발 사업의 대안으로 마을재생 모델을 제시해 마을에 담겨있는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보존 관리할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미래유산이란 근·현대 전주를 배경으로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건이나 인물 또는 이야기가 담긴 유·무형의 자산으로 미래세대에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유산은 근·현대를 살아온 시민들이 전주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역사, 학술, 예술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유산과 사회, 경제적으로 활용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미래유산의 성격은 ‘문화재보호법’에도 잘 명시돼 있다.

전주시는 지난 2016년부터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해 100년 후 대표적인 보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전주시 미래유산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시는 미래유산 프로젝트 착수와 함께 33개동 마을조사를 시작했다.

주민들이 기억하는 마을의 장소와 이야기 등을 기록화 해 지역 문화자원을 발굴했다.

‘전주시 한옥 등 건축자산 실태도사 연구용역’도 추진했다.

미래유산 마을조사 사업과 서서학동 예술촌 주변지역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재생해 한옥마을과 연계한 전통문화 관광벨트 확대를 계획했다.

이를 통해 제2의 한옥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미래유산 마을재생 사업, 구도심 내 건축자산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해 보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역사, 생활, 도시, 문화예술 4개 분과 24명으로 구성된 전주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를 발족하고 세부선정기준을 마련했다.

분과 별로 전문가조사를 마친 자료를 세부선정기준에 따라 수 차례 심의하고 현장답사의 과정을 거쳐 선정했다.

지난해부터 권역별 주민설명회와 전문가 조사도 실시했다.

지난해 4월에는 미래유산 지정과 보존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주시 미래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밖에 전주의 역사와 문화 등 인문학적 자료를 수집해 기록물 관리와 기록정보를 공유하는 전주 정신의 숲 설립사업, 역사도심 구역 역사문화자원 조사와 기록을 담당하는 역사도심계획 수립 등 관련 사업 등을 병행했다.


▲미래 곧추세우는 ‘유산(遺産) 여행’  

과거 수많은 애호가들에게 인기를 구가하던 삼양다방, 미원탑, 행원, 한성여관 등등의 수많은 유산은 현재 다시 태어나 새로운 세대와 조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산은 미래로 가는 징검다리나 마찬가지다.

과거로의 유산 여행은 미래를 곧추세우는 소중한 자산이다.

최근 시는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 시민들의 오랜 기억 속의 유·무형 문화자산 38건을 미래유산으로 확정했다.

지난 6일에는 동문거리 삼양다방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전주시 미래유산보존 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 미래유산 지정 동판 제막식도 가졌다.

이를 계기로 향후 미래유산을 활용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미래유산을 보다 체계적으로 보존해 나가기로 했다.

전주시가 선정한 미래유산의 면면을 살펴본다.
 

△미원탑 터 (현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1가 106 일대)

미원탑은 1967년 미원그룹(현 대상그룹) 회장이던 정읍 출신 임대홍이 전주 팔달로 시청 네거리에 세운 것이다.

미원탑은 조미료인 미원을 광고하는 역할도 했지만 전주의 랜드마크 역할도 톡톡히 했다.

전주사람 외에 다른 지역에서 온 이들도 이 탑을 기점으로 근처 다방이나 제과점, 음식점 등에서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밤에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으로 지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으며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1980년 전주전국체전 개최를 앞두고 도시정비 과정에서 1979년 6월 철거되었다.

지금도 전주 지역민들은 이 곳을 지날 때마다 미원탑을 떠올린다.
 

△삼양다방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94)

6.25 이후 첫 번째 생긴 다방은 고향다방이며 이어서 왕국다방, 우인다방, 아담다방, 삼양다방 순으로 문을 열었다.

특히 문화 예술인, 연예인은 다방의 단골손님이었다.

 1950~60년대에는 피난 온 영화감독, 배우, 문인 등 예술인들과 ‘쌀롱 세라노’ 등의 음악 애호가들의 장소였다.

1970년대에는 모던한 서양식 공간으로 시민들의 일등 데이트 코스였다.

2005~2008년에는 원로 문화예술인 모임인 ‘계절회’의 추억의 전시회 등이 개최됐다.

2013년 문을 닫을 위기에 있었지만 독지가와 전주문화예술인들의 노력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2014년 삼양다방은 2013년 리모델링 전의 소품 및 집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계절회’의 작품과 추억의 소품들, 전주영화의 역사와 함께 ‘삼양다방&전주영화소품창고’로 재 탄생됐다.
 

△행원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3길 12)

일제시대 말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점은 행원이었다.

산해진미의 한상차림과 당대 최고의 기량을 갖춘 국악인들의 풍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풍스러운 한옥과 방안에는 서화가 걸려서 격조를 높혔다.

허산옥이 1961년부터 1978년까지 운영했던 행원은 전주 제일의 요정이었으며 국악을 곁들인 만찬은 전국으로 알려졌다.

행원은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했던 요정이었다.

고위관료, 정치인들, 사업가들은 행원에서 대접을 받아야만 제대로 식사대접을 받았다고 할 만큼 융숭하고 독특한 대접방식이 유명세를 탔다.

현재는 전주의 대표적 요정으로 손꼽히던 행원이 한옥카페로 재탄생 했다.
 

△한성여관 (완산구 고사동 199)

1945년 초대사업주는 ‘시대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의 남편 이귀헌은 소리꾼으로 유명했다.

초대사업주는 여관이라는 것을 생각했고 ‘시대복장’ 주변의 한옥집을 사서 여관을 시작했다.

1949년 ‘한성여관’개업한 뒤 전국경기체전이 열릴 때쯤 1979년 여관을 재건축해 방이 60개가 되는 큰 규모의 여관이 됐다.

1988년부터 여관 산업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1990년 초대사업주의 며느리인 김이재가 운영하기 시작했다.

2006년 호텔 전환사업을 시작해 한지로 여관을 인테리어, 갤러리화 해 차별화했다.

지난 2008년 한성여관을 한성관광호텔로 도약했다.
 

△교동아트 센터(옛 백양공장) (전주시 완산구 경기전길 89)

교동아트센터는 1900년 중반에 전국 내의시장의 80%를 점유했던 백양메리야스(BYC)를 생산하던 편직공장이다.

지금은 리모델링해 교동아트센터(스튜디오)라는 이름을 걸고 전시장으로서 활용 되고 있다.

설립자인 김완순 관장은 현 교동아트센터 건물인 BYC 공장의 공장장 며느리로서 공장의 팔복동 이전이 결정되자 현 건물을 예술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주변에서는 오래된 건물을 헐고 신축을 권유했으나 김완순 관장은 1900년대 편직공장의 추억을 살리기 위해 외관은 원형을 보존하고 실내만 리모델링해 전시장으로 사용 중이다.


▲아시아문화 심장터 견인  

최근 ‘미래 유산 프로젝트’ 1호로 선정된 서학동 예술촌이 도시재생뉴딜공모사업에 선정돼 주목 받고 있다.

서학동의 오래된 이야기와 삶의 흔적, 문화 자산을 살리고 주민공동체를 복원해 골목길과 마을 곳곳을 시민의 솜씨로 함께 가꾸는 사업을 활발히 추진한 결과다.

시는 오는 2021년까지 국비 99억6000만원 등 총 169억원을 들여 근·현대 문화유산을 발굴·보전하고 나아가 전주형 주거지 재생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이처럼 탄탄한 전주의 스토리가 집적화 된 도시재생 모델 ‘미래유산 프로젝트’는 아시아 문화심장터 사업의 성공을 위한 교두보가 되고 있다.

충경사, 동학농민군전주입성비, 곤지산 초록바위, 전주역 터, 서학동 예술마을, 노송동 천사 등 공공장소와 공공자산, 무형자산 등 20건과 이시계점, 홍지서림, 광명대장간 등 민간이 소유한 건물 18곳도 미래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미래유산은 100년 후 전주를 대표하는 보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지정된 미래유산에는 표식과 안내판 등을 설치, 미래유산 정보를 제공하고 알리는 전주시 미래유산 홈페이지와 시민·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미래유산 활용 프로그램 등도 운영할 예정이다.

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화유산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미래유산 시민공모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모를 통해 발굴된 문화유산은 전문가 조사와 미래유산보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주 미래유산으로 추가 지정된다.

전주시는 구도심은 물론 시 전역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전주 아시아문화 심장터’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문화 심장터 사업을 견인할 미래유산 프로젝트에 담길 100년 후 보물찾기에 여념이 없다.

이처럼 시민이 만들어온 근·현대사의 가치 있는 유산을 미래세대에 전달하는 일은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다.

시민들 스스로 주변의 환경에서 문화적 보존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다.

이를 통해 역사문화도시 전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유산의 보존과 관리는 다가올 미래를 곧추세우는 일이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가치를 바탕으로 미래세대에 새로운 변화를 수용할 여지를 갖고 있는 유산이 소중히 지켜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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