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임대료에 상인 짐싸
폐점속출 공실률 16.3%나
1년째 빈곳도··· 침체가속

최근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임대료로 상승으로 인해 전주 서부신시가지에 빈 상가 임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이원철기자
최근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임대료로 상승으로 인해 전주 서부신시가지에 빈 상가 임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이원철기자

전주서부신시가지에서 4년 동안 수입맥주 가게를 운영하던 최모 씨는 얼마 전 가게 문을 닫았다.

전업주부였던 아내까지 거들었지만 나날이 줄어드는 매출에 한 달에 몇 백만 원이나 되는 임대료를 더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4년 전 가게 문을 열 당시 주변에서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만류했지만 최 씨는 서부신시가지가 전주 최고의 상권으로 자리 잡은 만큼 사람이 집중, 이에 투자금 이상의 수익이 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1여 년은 서부신시가지가 핫플레이스로 주목받으며 최 씨의 가게 역시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2년 전쯤부터 이 일대를 떠나는 상인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최 씨의 가게 매출도 급속도로 하락하며 되레 빚까지 떠안게 됐다.

최 씨는 “김영란법이 시행될 무렵부터 손님들 발길이 뜸해지면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최근 몇 달 동안 인건비는커녕 적자를 보고 있다”며 “주변 상인들도 떠나면서 덩달아 분위기가 침체, 이에 더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며 남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가게 문을 닫게 됐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전주 최고의 상권으로 꼽히는 전주서부신시가지가 급속도로 침체되고 있다.

경기 위축이 심화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강보합세를 유지함에 따라 문을 닫는 상인들이 늘면서 빈 상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한국감정원과 도내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주 서부신시가지 일대의 중대형상가의 지난해 4분기 평균 공실률은 16.3%로, 전주 전체보다 약 2.1%p 높다.

전국보다는 6.6%나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비어있는 상가가 많다는 의미다.

임대료(완전 월세)는 전국 평균보다 m²당 1만1천130원가량 낮은 1만8천480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서부신시가지 중심거리에 위치한 상가의 임대료는 최고의 상권답게 전주에서 상위권에 속한다고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문제는 비싼 임대료를 견디다 못해 이곳을 떠나는 자영업자가 늘고 빈 상가가 급증하면서 이 일대의 상권 침체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상가의 비싼 임대료가 서부신시가지 임대료의 기준을 높여 놓은 가운데 최근 경기불황과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상가 임대문의가 부쩍 감소, 나날이 ‘임대문의’ 플래카드가 걸린 상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로변의 1층 상가는 편의성 때문에 임차인들이 가장 선호하지만 비싼 임대료로 이를 찾는 임차인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1년째 1층이 비어있는 건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많이 몰리는 중심거리의 상가의 간판도 수시로 바뀌고 있으며, 그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하지만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출 경우 건물 매매가격 하락을 우려해 임대가 이뤄지지 않아도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에 임차인은 물론 부동산업계에서조차 높은 임대료로 인해 서부신시가지의 침체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만약 이 추세를 이어간다면 되레 이 일대 상권이 지금보다 더욱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일대 A 부동산 직원은 “전주 최고의 상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불이 꺼진 상가들이 많다. 다른 지역보다 이 지역의 임대 문의가 눈에 띄게 준 상황”이라며 “경기 불황의 여파도 있지만 비싼 임대료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임대료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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