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환경미화원 살인사건
시신 완전히 불타 훼손여부
'미궁'··· 인혈반응 검출 안돼
토막살인 가능성 열고 수사

20일 전주완산경찰서에서 동료를 살해하고 쓰레기소각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이 모씨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김현표기자
20일 전주완산경찰서에서 동료를 살해하고 쓰레기소각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이 모씨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김현표기자

동료직원을 살해한 뒤 시신 쓰레기 소각장에 버린 '환경미화원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해자 시신 훼손 가능성에 대한 집중조사에 착수했다.

20일 전주완산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체포된 이모씨(51) 원룸 등에 대해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서 시신훼손 여부를 확인키 위해 2차 압수수색 및 추가 경위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살해된 A씨(58)의 혈흔 반응과 DNA 검출을 위해 과학수사대를 동원해 적극적인 감식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앞서 경찰은 이씨가 몰던 차량에서 혈흔이 묻은 A씨의 지갑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지갑에서 검출된 혈흔이 소량이 아닌 대량 혈흔이 의심된다는 국과수 소견을 받아봤다”며“시신훼손 여부를 확인 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정밀감식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씨는 전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짐심사)를 받고 난 뒤 왜 죽였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 됐습니다.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며 유가족들에게 사죄했다.

특히 전주지법은 이날 오후 늦게 이씨에 대해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해 이씨는 곧바로 구속됐다.

이씨는 지난해 4월4일 오후 6시30분께 전주시 효자동 자신의 원룸에서 동료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전주의 한 소각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시신을 원룸에 방치하다가 이튿날 5일 오후 6시께 인근 편의점에서 50L 쓰레기봉투 50매를 구입했다.

이씨는 옷가지와 이불로 시신을 감싼 뒤 봉투를 여러 장 씌워 자신의 청소차량 노선에 있는 생활쓰레기 배출장소에 은닉했다 그는 이후 다음날인 6일 오전 6시10분께 동료들과 봉투에 싸인 시신을 수거한 뒤 소각장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경찰에서 “A씨가 술을 먹던 중 욕을 하며 가발을 잡아당겨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이런 가운데 이씨가 유기한 시신은 소각장에서 불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A씨 시신 훼손여부는 미궁에 빠졌다.

이 같은 엽기적인 방법으로 시신을 처리한 A씨의 '토막살인'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 원룸에서 혈흔이 검출되지 않아 A씨의 시신 훼손 가능성을 낮게 봤다.

시약을 통해 혈액의 철 성분을 가려내는 '루미놀(Luminol) 검사' 결과 원룸 어디에서도 인혈반응이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만약 시신을 토막 냈다면 집안 곳곳을 닦아냈다 하더라도 혈흔이 검출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욱이 압수수색 당시 이씨 원룸은 한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집기와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상태였다.

이씨 차량 트렁크에서 혈흔이 묻은 A씨 지갑과 가방 등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사건 발생 당시 이씨가 휘두른 주먹에 맞아 A씨가 흘린 코피인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써 '시신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A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며 "검찰 송치 전에 시신 훼손 여부를 한 번 더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구속된 이씨를 상대로 시신 훼손 여부 등 사건 경위를 자세히 조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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