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환경미화원 살인사건
원룸-쓰레기 소각장서 재연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
경찰 경위조사후 검찰 송치

동료를 살해한 환경미화원 이 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열린 21일 전주시 중인동에서 본인이 버린 사체를 차량에 수거하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김현표기자
동료를 살해한 환경미화원 이 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열린 21일 전주시 중인동에서 본인이 버린 사체를 차량에 수거하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김현표기자

15년 지기인 동료를 살해한 뒤 쓰레기봉투에 담아 소각장에서 버린 엽기적인 ‘환경미화원 사건’의 현장검증에서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의 분노와 욕설까지 쏟아졌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인 12일 오후 1시 40분께 사건이 발생한 원룸 앞에는 경찰 호송차량이 도착했다동료 A(59)씨를 살해한 환경미화원 이모(50)씨는 빨간 재킷에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감춘 상태로 호송차에서 내렸다.

현장에는 주민들이 몰려 분노에 찬 시선을 고정하며 깊은 한숨까지 내쉬었다.

그는 5평 남짓한 좁은 원룸 안에서 범행을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그는 A씨를 힘으로 제압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쓰레기봉투로 감쌌다.

시신이 봉투에 잘 들어가지 않자 숨진 A씨 목을 숙이고 무릎을 굽혀 움츠린 자세로 만들었다.

봉투에는 헌 옷과 이불을 집어넣고 테이프로 여러 번 감싸 일반 쓰레기로 위장했다.

시신을 유기할 준비를 끝낸 이씨는 원룸에서 나와 자신의 차 트렁크에 쓰레기봉투를 실었다.

이 같은 이씨의 현장검증이 끝나고 경찰호송차에 탑승하려 하자 숨진 A씨의 지인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은 이씨의 이름까지 부르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 남성은 현장검증을 지켜보는 내내 눈물까지 적시며 분노감마저 감추지를 못했다.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옆집에 살고 있지만 살인사건이 벌어졌는지도 몰랐다”며 “"조용한 동네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씨와 같은 원룸에 사는 한 주민은 “살인 사건이 벌어진 지난해 4월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면서 “바로 밑에 층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져 당혹스럽다. 쓰레기봉투만 봐도 무섭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장 검증을 지켜보던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뒤로한 채 원룸을 떠난 경찰 호송차량은 시신이 유기됐던 쓰레기 소각장으로 이동했다.

청소차에 A씨 시신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심정이 어땠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씨는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또한 “계획범행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마무리 조사가 끝나면 이 사건을 조만간 검찰에 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시신훼손 가능성은 현재까지 없어 보인다”며 “정확한 범행경위 등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조사 과정에서 이씨가 구청에서 나온 A씨 휴직 수당 1,500여만 원을 가로채 쓴 정황이 확인됐다"면서 "금전 관계로 인한 범행이 강하게 의심되는 만큼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1시간가량 진행된 현장 검증은 인면수심의 한 단면을 들춰내는 그야말로 숙연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 됐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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