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의 지방분권에 대한 소고(小考)
개헌안의 지방분권에 대한 소고(小考)
  • 이로문
  • 승인 2018.03.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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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한 문구는 다름 아닌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개정안 가운데 제121조 제1항의 전단(前段)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지방분권에 관한 개정안 규정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규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조문은 현행 헌법 제1조 제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을 모방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방분권의 기본적인 취지를 선언한 규정으로 법령의 제정·개정이나 해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가 나아가야 할 기본지침이 될 수 있다. 

개헌안 전문(前文)에는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고’라는 문구를 넣어 대한민국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지양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개헌안은 또한 지방자치에 대해서도 현행 헌법과 달리 많은 조문을 할애하고 있다.

현행 헌법 제8장 ‘지방자치’에서는 기껏 2개 조문 4개 항(項)을 두고 있으나 개정안에서는 제9장 ‘지방자치’에서는 4개 조문 12개 항에 걸쳐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이 지방자치에 대해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 규정을 법률로 개정한 것도 지방분권의 취지에 적합하다. 

지방분권에 대한 개헌안은 전반적으로 타당하지만 몇 가지 과제를 남겨두기도 했다. 국회의 논의 과정에서 이를 개선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첫째, 현행 헌법과 마찬가지로 개정안에서도 지방정부의 종류를 헌법에서 규정하지 않고 법률로 위임하고 있다. 안 제121조 제2항에서는 ‘지방정부의 종류 등 지방정부에 관한 주요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과 상당수의 국민은 기초자치단체의 존치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개정안은 국회에서 법률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할 수 있는 여지를 둔 만큼 국회는 법개정으로 언제든 기초자치단체를 없앨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야 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임을 생각할 때 향후 개헌안 심사과정에서 최소한 광역정부와 기초정부를 둔다는 정도의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둘째, 지방의회의 권한을 주민의 자치와 복리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안 제123조 제1항에서는 ‘지방의회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주민의 자치와 복리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왕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로 한정한다면 자치와 복리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것이 지방분권의 취지에 부합한다. 


셋째, 정부가 지방자치를 규제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4년 중임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채택하면서도 정부에 법률안 제출권을 그대로 존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국회의원 10인의 서명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10인의 서명을 받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쉽고,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고려할 때 미국식 대통령제처럼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삭제하거나 그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개헌안에 담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은 역대 어느 헌법보다 진일보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지방분권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임으로써 지방분권의 숙제를 풀어야 한다. 명분 없는 정치논리로 더 이상 개헌을 미뤄서는 안된다.

/이로문 민주정책개발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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