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경미한 사고 사진
영상 요구 않고 보험금 지급
공범들 교통사고 시나리오 짜
74차례 걸쳐 5억원 타내 덜미

허위 사고 신고로 보험금 5억원을 편취한 일당 검거 브리핑이 열린 4일 전북지방경찰청에서 지능범죄수사대가 관련서류를 정리하고 있다./김현표기자
허위 사고 신고로 보험금 5억원을 편취한 일당 검거 브리핑이 열린 4일 전북지방경찰청에서 지능범죄수사대가 관련서류를 정리하고 있다./김현표기자

경미한 사고는 현장 확인을 하지 않는 허술한 보험처리 헛점을 노려 허위로 사고를 접수해 5억원의 보험금을 가로챈 보험 사기 일당이 무더기로 덜미를 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A(45)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범행을 도운 B(50·여)씨 등 40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도주한 10명은 뒤를 쫓고 있다.

이들은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교통사고를 내지 않고도 74차례 보험을 접수해 5개 보험사로부터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범행을 주도한 A씨는 사전에 공범들에게 가해자·피해자 역할을 맡도록 하고 '교통사고 시나리오'를 짠 뒤 그대로 재연했다.

A씨는 문자메시지로 B씨 등에게 사고 날짜와 장소, 사고 경위, 차량 번호 등을 상세히 알려주고 숙지토록 했다.

공범들은 A씨가 일러준 대로 보험사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꾸며낸 사고 상황을 설명하고 합의를 유도했다.

이들은 A씨가 보내준 문자메시지 내용을 숙지해 보험사 직원의 질문에 막힘 없이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보험사 직원은 이들이 '사고가 났다'고 주장한 다음 날 보험을 접수한 탓에 사고 상황을 직접 보지 못했다.

허위 사고를 접수했기 때문에 A씨 등은 주로 대물 사고보다 대인 사고를 접수해 보험금을 뜯어냈다.

이러한 수법으로 이들은 개인당 100여만원씩 모두 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공범들이 보험금을 받아 잠적할 것을 우려해 돈이 입금되는 날 공범과 함께 은행에 가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들은 보험사 직원이 경미한 접촉사고로 인한 피해는 서둘러 합의를 보려 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실제로 보험사 직원들은 사고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사고 현장 사진이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치 않고 보험금을 지급했다.

A씨는 보험사기 공범을 끌어들이려고 채팅 앱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고수익 아르바이트 하실 분', '돈 필요하신 분' 등의 제목으로 채팅방을 개설해 공범을 모집했다.

A씨는 연락을 해온 이들에게 경미한 차량 접촉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뜯어내는 이른바 '차쿵' 수법을 설명한 뒤 범행에 가담시켰다.

일부 공범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조사를 벌여 이들을 검거하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보험사 직원이 경미한 사고는 사고 현장이나 병원을 찾지 않고 서둘러 합의한다는 점을 노렸다"면서 “같은 범행에 가담해 도주한 10명에 대해서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