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쯤에 서울 출장을 갔을 때다.

그 날도 지엠 사태 관련 현안 건의를 위해 국회를 방문하던 차였다.

택시로 이동하던 중 길가에 화사하게 핀 개나리, 벚꽃을 비롯해 봄꽃 무더기가 눈에 들어왔다.

‘봄은 봄이구나’ 망중한의 즐거움을 잠시나마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전주보다 서울에 먼저 봄이 온 듯 해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문득 씁쓸함과 서글픔이 몰려왔다.

두 지역이 달리 대면하고 있는 봄과의 거리, 우리 지역이 겪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그랬을 터였다.

  작년 7월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지난 2월 지엠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발표 이후 두 달 정도가 지난 지금, 우려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당장 전주·익산 등에 있는 사외 협력업체 포함 1만5천명의 근로자가 실직 위험에 처해있다.

가족까지 합하면 5만여명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경제의 순환성으로 인해 연관산업과 도내 전역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언론보도와 각종 통계에서 보듯이 인구유출 등 위기의 도미노는 현재 진행형이다.

  도에서는 이번 사태의 단기 충격을 완화하고 군산공장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다해오고 있다.

총리 등 중앙정부와 정치권 면담, 서명운동과 궐기대회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지역사회의 절박함을 알리고 대책마련을 호소해 왔다.

도 차원에서도 TF를 구성·운영함과 동시에 현장간담회를 통해 지원대책을 마련 추진해 오고 있다.

고용·산업위기지역의 조속한 지정을 촉구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사업을 발굴하는 데에도 힘 써왔다.

  과거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발전전략과 지역차별 정책으로 인해 전북은 산업화 과정에서 타 지역에 비해 뒤처진 게 사실이다.

열악한 산업기반을 증명하듯 늦은 산업화로 제조업 비중이 27.

6%로 낮은데다, 연관기업의 집적화 또한 미흡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다.

  중소기업 비중이 99.

5%로 높은 상황에서 도내 주요기업이 대기업의 분공장(branch plant) 형태로 편제돼왔다.

대기업 의존도가 큰 산업생태계가 형성된 셈이다.

외부 충격으로 인해 상부에 위치한 대기업이 흔들리게 되면 그 파장이 하부의 전 기업에 미치게 되는, 태생적으로 취약한 산업구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지역 주력산업의 경기 변동과 핵심기업의 경영 악화가 지역경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해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되는 지금과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지역 산업구조 개편과 체질 개선이 절실한 이유다.

  지난 3월 20일 ‘전북 혁신성장 미래비전 2050 대토론회’에 참석한 산업관계자, 전문가들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 가치사슬에서 탈피해 중소‧중견기업 집중 육성을 통한 지역산업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북의 장점을 살린 산업구조 고도화를 제안하며 새만금을 활용한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신산업과 대체 육성산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차제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산업경제 기초를 새롭게 다진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북이 대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전북은 농생명·탄소산업을 선도하고 있으며 새만금·혁신도시와 같은 신성장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우수한 전통문화와 청정자원 등 수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균형발전과 새만금개발 의지는 우리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안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고 우호적인 외부의 기회를 십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길 기대와 함께 다짐해 본다.

  무엇보다 지엠 문제가 원만하게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

해법 방정식은 복잡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경영진과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경제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도민들의 의지와 협력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미래 먹거리 선점과 산업구조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곳곳에 봄 기운이 만연하다.

전북 경제에 봄날이 오는 날,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

/나석훈 전라북도 경제산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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