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이래 문학 고유의 정치성과 예술적 전위를 철학적 시야로 결합시키는 이론문학사연구와 현장비평에 매진한 문학평론가 함돈균은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세종서적)’을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소설 ‘어린왕자’의 주인공이 그림을 보여주며 던진 질문에 어른들은 예외 없이 모자라고 말하지만 어린왕자는 그 안에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본다.

어른이 사물의 겉 모양새를 인식의 근거로 삼는 반면 어린왕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들 중에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여긴다.

이런 시선의 차이가 표면 너머를 보게 하고 결국 존재의 깊이에 닿는 사유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고찰한다.

작가는 비평적 글쓰기를 시민의 일상으로 확장하고 교육적 방법론으로 공유하고자 했던 ‘사물의 철학’과 맥을 같이 하는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을 펴내 사물이 품고 있는 의미에 대한 사색을 다시 공유한다.

또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은밀하고 낯선 세계 속으로 끌고 들어가 색다른 사물의 깊이를 깨닫게 만든다.

문명의 도구를 통해 정치와 예술, 인문과 테크놀로지의 만남을 일상 속에서 도모하며 우리가 다른 시선을 가질수록 세상은 더 놀라워진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증언하고 있다.

/박은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